잘된 일

일이 잘 풀렸다.

침대에서 끄적인 메모와 급한 맘에 전화로 타입해서 보낸 이메일들이 CEO에게 놀랍게도 먹혀들어갔다. 아님 평소 차분하던 내가 광분하는 모습에 놀란건지. 아니면 내가 이정도면 진짜 자기가 한 결정들이 배드 하긴 배드한가보다 라고 생각을 한건지.

지난주 금요일에 일이 터지자마자 사무실로 달려가서 내입장을 밝히고 무조건 “이건 잘못한 일이다. 이렇겐 일이 될수가 없다. 대체 우리팀이 어떤일들을 하는지 알기는 하느냐” 라는 말만 반복. 그날은 쇼크를 먹어 아무생각도 안나고 다시 생각해봐라는 식의 말만 해놓고는 집에 와서 주말내내 후회한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성적이지 못한 내모습을 보여준게 어찌나 챙피하던지.

비지니스 룰 넘버원. 무조건 회사입장에서 어떻게 내가 회사를 도울수 있는지를 생각하라. 왜냐. 맨날 직원의 웰빙에 신경쓴다 노래를 하지만 사실 이런일이 닥치면 우리는 하나의 직분일 뿐이다. 한국에서 중고등 학생들이 번호로 처리되던것처럼(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 감정은 뒤로하고, 디자인팀을 그대로 둔다면 회사는 모든면에서 덕볼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침이 마르게 설명을 한 결과…(하는일들 나열해놓고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하는데 논문발표가 따로 없더군)
웹디자인팀이 찢어지지않고 예전같이 일하게 되었고 오히려 두잡지의 아트팀과 가까이 일하게 됨으로 더 큰 가족을 얻은셈이 되어버렸다. 되돌아보며 웃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줄이야…

미친듯이 여러사람들 만나서 로비를 한것도 도움이 된거 같고…암튼 나…정말 요몇일동안 많이 배웠고 또 많이 컸다.
이렇게 나도 점점 때묻어 가나보다.
그래도 디자이너들에게서 싸워줘서 고맙단 말을 들으니 보람있다.

이런 결과를 주신건 물론, 싸울수 있는 용기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는동안 마켓은 가을물이 들었다.

 

 

115 Comments

  1. mina · October 23, 2008 Reply

    그동안에 많은 일들이 있으셨군요 정말 잘되었네요 축하!!!^^
    요즘은 많은 직장인들이(저까지 포함해서)혜원님께 일어난일이 일어날까 매일 스트레스 받고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남의 얘기가 아니네요 ㅠ.ㅠ

  2. niya · October 23, 2008 Reply

    혜원님의 회사에 말할수 있는 용기에도
    그런 바른말을 받아들일수 있는 회사도
    부럽습니다~

  3. 이나 · October 24, 2008 Reply

    놀라운 용기와 저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승승장구 하실 모습.보이는듯 합니다^^

  4. 게으른Girl · October 24, 2008 Reply

    역시 행동하는 자가 결과를 얻는군요. ^^ 멋져요~

  5. 제시카 · October 24, 2008 Reply

    저도 한국에서 디자이너였기에 그 맘이 이해가 갑니다..
    혜원님, 때가 묻어간다 생각치 마시고, 논리적이고 더 사고력 깊어지는 디자이너가 되어간다 생각하세요~

    앞으로도 홧팅입니다!!!

  6. 박윤지 · October 25, 2008 Reply

    정말 앞으로 더욱 잘 되시길 바랄께요. 직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회사도 멋지구요.

  7. 황재원 · October 29, 2008 Reply

    혜원님 멋찌세요. ㅡㅡ; 요즘 회사 겨우 댕기는 저로썬.. 자극되는 말이에요. .. 반성과 함께 혜원님 열정에 박수를 보내요.

  8. 클레어 · October 30, 2008 Reply

    밑에 답글을 달고오니 이런 좋은 일이 있었네요.ㅎㅎ 늦게 들어오니 이런현상이 ㅎㅎㅎ..
    암튼 박수 보냅니다~~~

  9. threeboy · October 31, 2008 Reply

    자세한 경황은 잘 모르겠지만, 광분(?)하고 가서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은 매우 잘 했고, 주변도움(로비)까지 동원한것은 더욱 잘 한 행동이라고 생각해! 절대 때가 묻는 것이 아님.
    화이팅!

  10. threeboy · October 31, 2008 Reply

    그러고 보니 덧글 진짜 길다^^

  11. 하늘지기 · November 3, 2008 Reply

    미국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인가봅니다. 직장생활 저도 15년차지만 갈수록 녹록하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어요. 혜원님 한고비 잘 넘기셨어요. 힘들때면 떠오르는 아이들 웃는 얼굴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힘내서 일해요!!! 혜원님 화이팅!!!

  12. 조현승 · November 3, 2008 Reply

    긴 덧글에 저도 하나 덧붙이자면,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것도 기쁘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관철시켜나가셨다는 용기에 혜원님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멋지세요..

  13. 김윤정 · November 14, 2008 Reply

    뒤늦게나마 축하드려요~눈팅만 하던 전회원, 소심하게 떠오릅니다…^^

  14. Berry · November 15, 2008 Reply

    우와~ 정말 잘됐네요. 바로 아래 힘내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좋은소식이…^^

  15. Something I Don’t Want to Care About « Purplepops · November 9, 2010 Reply

    […] 이 사람의 출현이 나의 회사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딱 2년전 이 일과 이 일 이후 양쪽 잡지 아트디렉터들과 파워싸움 하느라 스트레스도 받고 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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