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참맛

덥기만 한 여름을 싫어하던 내가 이제서야 여름의 “참맛”을 느낄수 있는 자리에 섰다. 여름엔 휴가의 계절이니 바캉스를 가야하고 해가 기니 늦게까지 축 늘어져서 미지근한 오후 햇살을 즐겨야 하고…하는 이야기 등등이 아무리 메스컴에 올라도 나에게 여름은 시원하고 바삭바삭한 가을이 오기 전 겪어야 하는 찝찝한 나날들일뿐이었는데…

내가 왜 이제서야 눈이 뜨이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1. 결혼을 하기전엔 어려서 세월이 흐르는지 마는지…그냥 흐르는대로 아무생각이 없었던거 같고
2.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기전까지는 애 있기전에 무조건 많이 놀러다니자란 목적 하에 여행 계획만 짜다 시간 다 보낸거 같고
3. 2006년 여름이 시작될때는 승연이가 태어나서 정신 없었고 (특히 모유수유땜에 여름이 원망스럽기까지..-_-;;)
4. 작년엔 돌잔치 덕분에 여름을 생각할 조차 없었고
5. 올해는 돌잔치도 없고 애 데리고 무조건 많이 놀러다닐 수도 없고 어리지도 않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좀 더 깊은 의미를 두는거 같다. 하하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여기서 말하는 여름=8월) 여름답게 보내고 싶다.

가끔은 모든걸 팽개쳐두고 집에서 딩가딩가 놀수 있는 lazy summer afternoon..
콩국 만들어먹고 남은 비지콩비지 김치부침개를 만들어서

접시채 마루로 들고가 티비앞에서 젓가락 하나로 우리 세가족 두접시 깨끗하게 비우고

주중에는 퇴근길에 roast chicken 사들고 와서 (회사 바로앞에 Whole Foods가 생겨 살맛남)

남편시켜 대충 뼈를 발라낸 다음에

몇일전에 만들어 둔 통닭무(red cabbage를 넣었더니 빨갛게 됨)와 함께 저녁 해결.

그리고 열심히 팜마켓 장보기. 모든게 가장 풍부할때. 많이 먹어두자.

신선한 재료로 대충 간단하게 먹고 남는 시간은 늘어져보자.

 

 

19 Comments

  1. 이지혜 · August 3, 2008 Reply

    젓가락 하나로 부침개 두 접시 깨끗이~~~
    저희 집이랑 똑같네요.
    아이 먹이면서 챙겨주고 한 사람은 오고나고 하다보면 결국은 젓가락 하나로 세 식구 뚝딱이더라고요. ^^

  2. stella · August 4, 2008 Reply

    저 꽈리 고추 상당히 매워 보인다..

  3. 김희경 · August 4, 2008 Reply

    김치전 먹고 싶네요.. 그나저나 김치 잘 먹는 승연이 이뻐요^^

  4. 전혜령 · August 4, 2008 Reply

    정말 요근래 몇 년간은 여름이 무척 바쁘셨네요
    승연이가 태어났으니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도 맞으셨구요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이르다는 말도 있잖아요
    조금 늦은것이 아니라 이제야 완벽하게 즐기실 준비가 되신거라 생각하시고 8월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5. 수이비엔 · August 4, 2008 Reply

    야채들을 보니 정말 싱싱함 그 자체네요~ 저렇게 잎이 달린 당근~ 넘 이뻐요~ ^^ 김치콩비지전도 넘 맛나겠고~ 승연이가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도 참 싱그러워보여요~ ㅎㅎ

  6. Amy · August 4, 2008 Reply

    전 싱싱한 재료들 사용한답시고 베이즐,파슬리, 실란츠로 등등 여러가지 허브심었는데…이제야 새싹들이 자라고 있어요. 도대체 언제 쑥쑥 커서 먹을지 ㅠ-ㅠ

  7. 혜원 · August 4, 2008 Reply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맞는거 같아요^^
    얼마 남지 않은 8월 만끽해야지요. stella, 저거 정말 매운맛 하나도 없어서 넘 맛있는건데 혹시 이름 알어? 나 수요일에 가서 이름 알아볼껀데 혹시 넌 아냐 싶어서..꽈리보다 훨씬 작고 야들거리더라고. M으로 시작되는거 같던데…
    Amy님 하하 이제 새싹이면 겨울에 드실수 있으려나요. 그래서 전 씨앗 대신에 이미 다 싹튼걸 샀었어요. ㅎㅎ

  8. 하늘사랑 · August 4, 2008 Reply

    저도 팜마켓 완전 사랑해요. ㅎㅎ
    그곳도 혹시 팜마켓에 스시용 생선 팔던가요?
    우리는 연어를 파는데
    궁금하면서도 괜히 염려스러워서 아직 시도는 못해봤거든요.

  9. Sun Kang · August 4, 2008 Reply

    오 저도 빨간 통닭무 한번 해먹어봐야겠어요~
    요즘 이사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이사가자마자 이것저것 해먹을게 많네요~^^

  10. 이진 · August 4, 2008 Reply

    통닭이나 야채 보다
    승연이가 그린 그림에
    눈길이 가네요
    승연이 입고 있는 썬드레스 칼라 환상이구요~~^^*

  11. 엄마 · August 4, 2008 Reply

    승연이 드레스와 무우의 색깔. 환상적 어울림이네 ~~~~.
    혹시???? 오끼나와에서의????

  12. Mindy · August 4, 2008 Reply

    아직까지도 제가 좋아하는 여름의 참맛을 전 모르는데 혜원씨는 일찍 깨달으신것같아요.. 승연이 드레스도 이쁘구 콩비지를 넣은 김치부침개도 어쩜 저렇게 맛있어보이는지…ㅎㅎ 햇살이 환한 거실의 승연이두 그림같아요…

  13. Catherine · August 4, 2008 Reply

    야채 너무 싱싱하네요
    저도 정신차려서 부지런떨어서 여름을 아쉽지않게 보내야겠어요

  14. 정수지 · August 5, 2008 Reply

    야채가 정말 신선해보이네요
    여름은 과일과 야채가 다양해서 나름 먹는 즐거운이 있는것 같아요

  15. 혜원 · August 5, 2008 Reply

    저 통닭무에 빨간양배추 넣으니 저런 환상적인 칼라가 되는것을 이제서야 알았어요.
    엄마, 저 옷 엄마가 오까나와에서 사준거 맞음. 승연이가 넘 좋아해서 벗지 않으려고 하더라고요.

  16. 엄마 · August 6, 2008 Reply

    승연아 ~~~ 고맙다. 이쁘게 입어주니.^***^

  17. sunnyvan · August 6, 2008 Reply

    혜원님이 저 고추 이름 궁금해하시는 거 보니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거든요. M으로 시작한다면 mole인가 싶은데 색깔로 봐서는 cubanelle같기도 하구요. ^^ 여기서 찾아봤어요. http://ourgardengang.tripod.com/Peppers1.htm

  18. 혜원 · August 7, 2008 Reply

    큐바넬은 읽어보니까 좀 큰거 같기도 하고 stuffed로 먹는다고도 하니 말예요. 이건 새끼 손까락 만했거든요. 아무리 구글 검색해봐도 답이 안나오네요. 아효 답답…

  19. 최순영 · August 10, 2008 Reply

    승연이 옷이 넘 예뻐요..fashion 감각이 뛰어나네요..그리고 통닭무 하고도 match..?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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