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Normal With New Paint

페인트 작업이 끝난지 딱 일주일.

일주일에 이틀만 작업이 가능한 아저씨들의 스케줄에 맞춰 첫 이틀은 방들과 화장실, 그 다음주 이틀은 거실과 다이닝 이렇게 잡고 첫주에 방들이 끝나면 거실로 옮겨뒀던 짐들을 다시 방에 돌려놓고 밖에 있는 짐들을 방으로 다 옮기면 되겠구나 했었는데.

했었는데!

아저씨들은 수요일에 방들을 다 끝내지 못하고 다음주 화요일에 다시 보자 하며 돌아갔다. ㅠㅠ

흠. 그렇게 되면 우린 일주일동안 거실에서 뽀로로매트 깔고 네식구가 자야한다.
이틀 자보니 나쁘진 않다. 그래서 난 그냥 방은 엉망인채로 그냥 두고 거실에서 살자고 한다. 남편은 침대가 그립다고 자기가 다 청소하겠다고 한다. 그래, 그럼. 청소를 하겠다는데 말리진 말아야지. 나 밥하는동안 남편은 베큠과 걸래들고 몇시간을 하더니 침대시트 싹 갈고 우린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제시간에 끝내지못한 아저씨들 욕하면서.

다음주엔  방을 마무리하면서 거실을 시작할텐데 그렇게 되면 짐이 오갈곳이 없는거다. 고민 해봤자 답도 없고 해서 자질구레한것들은 있는가방 없는가방 다 동원해서 넣어두고, 나와있는것들은 아저씨들만 믿고 그냥 두고 출근. 갈곳 없어 밖을 나도는 승빈이와 내니. 회사에 앉아서 발을 동동거리고 내니에게 과정샷 사진으로 찍어보내라는 말만 하루종일…

그날이 최악이었다. 다이닝룸만 이렇게 덮어두고 거실쪽은 그대로 둔 체 작업에 들어간 아저씨들… 벽을 메꾸고 갈고 다 한것. 소파포함 피아노까지 소복히 밀가루같은 먼지가 소복히 쌓인걸 보고 경악.

그리고 좀 더 넓은 집에 살아 지하실로 대피시키지 못하는 신세한탄.

071713-1

이날 또 베큠과 분노의 걸레질로 방들을 정리하고 짐들을 하나하나 닦고 씻으니 슬슬 회복의 기미를 보임. 부엌도 물론 소복히 쌓인 먼지. 걸레질은 기본이고 캐비넷속의 그릇들까지 한번씩 다 씻어줘야 했다.

하루를 연장시켜야 했지만 내니와 애들은 방문닫고 방에서 생활할 수 있어 아 이제 끝이 좀 보이는구나 싶었던 날들. 우리야 출근하면 그만이지만 애들과 내니는 무슨 고생이냐.

이 김에 눈에 가시였던 케이블도 벽뒤로 숨기자 하여* 하루만에 다른 아저씨들 불러 옷장을 통해 벽에 구멍 뚫고 집에 와보니 아저씨 마음대로 물건 다 꺼냈다가 다시 쳐박아 넣어두고…
출근전에 나타난다는 사람들이 늦어 난 회사에도 맨날 지각하고 이래저래 보통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었다.

*이넘의 벽타는 케이블은 뉴욕의 오랜건물을 경험해보시지 못한분들은 상상도 못할 뉴요커들만의 고뇌다. 케이블 (TV, internet)이 아파트 복도에서 벽이 뚤린 구멍 하나를 통해 들어오는데 그게 그냥 벽을 타고 문 입구 주위를 삥 돌아 거실까지, 방까지 들어간다는 사실. 고정시키기 위해 한 12인치마다 못으로 고정이 되어있는데 승빈이가 한동안 케이블 당기는걸 재미로 삼아 이것들이 완전 너덜너덜 했더랬다.

아…..!!!
우리가 무슨 인테리어 디자인 에이전시를 고용하지 않는 이상 완벽하진 못하고 우리손으로 터치업 정도를 요하는 부분들이 꽤 있지만 대체로 만족한다. 그것보다 일이 끝났다는거에 대한 안도감이 더하다 사실.

정말 이 작은 집에서도 요리조리 물건을 옮겨 좀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니. 식탁 옆에 있던 노란 여행가방이 침대옆으로 들어왔다. 정말 여기에 어울릴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이 여행가방은 대학교 1학년 한달간의 파리 연수동안 밥안먹고 아낀 돈으로 산 유일한 기념품이다. 그때 일을 얘기하자면 오늘 이 포스팅을 끝내지 못할것이므로 오늘은 여기까지. 가방속엔 여러가지 생일 땡큐 카드, 편지지등이 들어있다.

071713-2

남은 흰색 페인트로 이베이에서 구입한 저 집모양의 선반을 다시 칠했다.

071713-3

주말동안 먼지 작렬이었던 책들을 모두 하나하나 닦아내는걸 끝내고 우리는 이제 액자들을 다시 거는일만 남았다. 벽의 액자들을 다 떼어내고 구멍을 다 깨끗하게 막고 3M Command 훅으로 대부분 대체하는게 목표.
071713-4

지나고 나니. 이때 아니면 언제 이런 대청소를 (대청소도 이런 대청소를) 했을까 싶어 하길 잘했다란 생각밖에 안든다.

이제 천천히 액자를 하나씩 거는게 끝나면…어떤 작은 벽을 하일라이트 벽으로, 좀 짙은색으로 칠할까 고민에 빠져봐야지.

그건 다음에.

PAINT COLORS

거실/다이닝룸/복도
Benjamin Moore – Mocha Cream

방들
Benjamin Moore – Harbor Gray

 

 

8 Comments

  1. Clara · July 25, 2013 Reply

    아..여기 사람들 참 일 느긋하게 하죠?
    다음주 화요일날 오겠다던 대목에선 제가 다 혈압이;;;;;;
    어쨌든…살짝 살짝 보여주신거지만…페인트 색깔이 예쁘네요~
    저도 저 여행가방 넘 맘에 드네요. 전 언젠간 빈티지 여행가방으로 사이드 테이블 만들어 볼 날이 오겠지…하고 있어요..ㅋㅋ

    근데 3M command hook…튼튼하게 잘 붙어있나요?
    저희는 지금 침대 헤드 쪽에 액자를 붙이려고 준비해뒀는데….
    왠지 자꾸 머리 위로 액자가 떨어져서 우리가 깔리는 상상을 하느라…(아…무서워라..)
    이사 온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있는데도 못걸고 있어요..

    • 퍼플혜원 · July 29, 2013 Reply

      3M 생각보다 완전 괜찮아요! 무게별로 있는데 웬만한 액자용은 5lbs 까지 가능한거 같아요. 그래도 좀 무겁다 싶은건 못 박고요. 작은 액자들은 책장위에 놓여있던거 지금 다 이걸로 벽에 거는 작업 진행중이에요.
      그런데 침대위면 유리액자는 좀 겁나네요. Stretch canvas 액자면 모를까…

  2. Sooga · July 25, 2013 Reply

    이 더운 여름에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짐 흩어져 있는 상태에서 지내는게 절대 쉽지 않죠. 그 먼지를 다 닦아내시다니.. 몸살 안 나신게 다행.. 직장에 애 둘 엄마가.. 저희도 이사하고 매주마다 뭔가를 하는데 아직 정리가 안된 느낌.. 곧 시부모님께서 방문하시기에 그 날까지 사람 사는 집처럼 꾸며야 해요. 역시 전 due date이 있어야 후다닥 해치우는 듯..올 여름은 이사하고 짐정리 하느라 시간이 다 간 것 같아요. ㅎㅎ

    • 퍼플혜원 · July 29, 2013 Reply

      정말 그렇게 다 먼지가 스며들줄은 몰랐는데.. 애들이 있으니 못하겠어도 다 해야하는 그 심정 아시죠..ㅠㅠ 암튼 다 끝나니 속이 후련해요^^
      시부모님 방문까지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래요 ^^

  3. 노아맘 · July 25, 2013 Reply

    나~ 정말 사람쓰는게 힘들더라구요~ 정말 고생많았어요. 옆에 있음 식사라도 도와드리고 싶은 맘이 확~~!! 워킹맘이라 더 맘에 와닿아요. 저도 페인트는 지하에 보관만 라고 시작도 못하고 있네요….. 주말에 푹 쉬세요~

    • 퍼플혜원 · July 29, 2013 Reply

      어머 저 식사라는 말씀에 갑자기 울컥했어요. 말씀만이라도 넘 감사합니다. ㅠㅠ

  4. 수진 · August 3, 2013 Reply

    어머나 허리 다치신거 몰랐어요! 괜찮으세요?! 조만간 다시 만나 점심회동하며 이야기 나누어요! 저도 유난히 바쁜 한주 보내고 주말에 딩굴딩굴하니 좋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다음주 힘찬 한주 되세요!

    • 퍼플혜원 · August 6, 2013 Reply

      어제 완전 반가웠어요. ㅋㅋ 이제 다 나았어요. ^^
      세연이랑 승빈이가 앓고있는 썸머 바이러스 알고보니 또래 애들이 많이 걸렸더라구요. 다 같은 증상이요. 세연이 어때요? 승빈이는 오늘 열 없이 일어났어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