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즘

주말에 교회모임이 우리집에 있어 오랜만에 정식에 가까운 잔치국수를 만들어봤다. 전날 국물과 고명, 해물전까지 다 준비해두고 당일날은 전 데우고 국수만 삶으면 되었는데 어른 여덟에 아이 넷이다보니 국수와 국물양 조절하는게 쉽지 않더라구.

큰 잔치도 아니고 모임전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는거라 간단한 원디쉬를 생각해낸건데 절대 간단하게 아니더군. 야채들과 오뎅 손질해 볶고 전부친다고 부엌에 서있으니까 발과 다리가 너무 부어 혼자 온갖 욕을 다하며 발맛사지를 하고, 다섯명 이상인 모임엔 절대 국물국수를 하지 않겠노라를 외치며 잠이 들었다.

당일날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기뻤지만 그거 국수 한봉지 삶고 육수 데워 고명 올려 상에 갖고 나가는게 왜이렇게 정신이 없던지. 다들 도와주겠다고 좁은 부엌에서 북적거리는데다 타이밍 좋게 맘껏 뛰는 아이들땜에 항의하러 올라온 아랫집 할머니. -.-; 그래도 좋게 얘기하고 내려간 할머니에게 다시 양해를 구하러 남편이 그집에 다시 내려가고 나는 온갖 신경이 다 곤두서 그후론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NO RUNNING!

다음날 남은 재료로 다시 국수를 해먹었는데 그제서야 맛을 알겠다는 남편. 어젠 너무 신경이 쓰여서 음식맛도 몰랐다고..-_-;; (사진은 남은 재료 다 넣어 국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 담날 레프트오버 버젼)

근데 어떻게 하면 뜨거운 잔치국수를 먹을수 있는걸까. 찬물에 헹군 면에다 아무리 팔팔 끓는 국물을 더해도 미지근하게 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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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병원 첵업가서 30주란 소릴 듣고 놀랐다. 맨날 7개월 7개월 생각하며 다녔는데 30주라니. 또 놀란건 한달만에 7파운드가 찐것. 흑흑

한달전 첵업에도 7파운드가 쪘는데 그전에 너무 안쪄서 오히려 잘쪘단 소리를 의사한테서 들었었다. 전체적인 총 몸무게로 치면 많이 찐게 아니라고 위로를 해줬지만 앞으로 탄수화물 먹지말고 한달뒤 1파운드만 찐 모습으로 보잔 말을 들으니 이거 보통일이 아니다 싶다.
그게 쉽냐.
우리의사는 무조건 작게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하니 빵이 먹고싶을때마다 더 커질 태아를 생각하고 자제를 해야지 싶다. 대부분 둘째는 더 크게 나온다고 하니…

정말 음식을 신경쓰는 편이었는데 문제는 바로 거의 매일아침에 먹던 식빵 두쪽이다. 네쪽까지도 먹을수 있지만 두쪽으로 자제한건데…승연이가 먹고남은것도 다 내입으로 들어가니… 살걱정 없는 승연이가 식빵과 팬케익, 후렌치토스트를 좋아해 매일 아침 그걸 같이 먹었는데 내일부터 난 빵 한쪽에 계란이닷. T.T

또 빈혈기가 있다고 해서 철분도 더 먹어주고 있고 별로 땡기지도 않는 소고기를 일주일 두번 꼭 먹어주고 있다.

주위에선 너무 안찌는거 아니냐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한마디씩 던지는데 겉 다르고 속 다른게지… 남의 속도 모르고…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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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개월 출산휴가동안 내 자리를 맡아 줄 아트 디렉터를 인터뷰 중이다. 잡지계란 세계도 좁아서 이런 자리 하나 뜨면 전에 이미 만나봤던 사람들에게서도 다시 연락이 오는데 요즘 불경기에 나타나는 현상은 프린트 디자이너가 웹쪽으로 옮겨보기 위해 지원하는것. (특히 잡지 폐간이 많은 요즘에 더 늘었다)

하지만 우린 이미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웹디자이너들을 메니지 해봤던 사람들을 찾는 형편이니 이것도 쉽지가 않다. 빨리 이것도 끝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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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동안 수첩에 적어놓고 실천엔 옮기지 못했던 승연이 포토북. 두살, 세살때 사진을 빨리 정리해서 포토북으로 마무리짓고 싶다.
둘째가 태어나면 일은 더 커지니까…

 

 

10 Comments

  1. pebble · January 21, 2010 Reply

    에휴. 너무 고생하셨네요. 국수가 먹을땐 허무하게 간단해도
    준비과정이 정말로 장난이 아닌데… 국수와 맞먹게 허무한건 비빔밥이에요.
    전 비빔밥 했다가 죽는 줄 알았잖아요. -_-;;
    여기서 국수 하는거 보니까.. 사진을 보니 혜원님께선 소면을 사용하셨는데요,
    일단 국수를 삶은 다음에 차가운 물로 면을 엄청 치대더라고요.
    저도 혹시나 해서 메밀국수를 손빨래 빨듯이 치댔더니 오오오 이건 새로운 면빨의 세계로 들어가더군요.
    근데 우동면빨을 보니.. 차가운 물로 면빨 조절한 다음에 다시 뜨거운 물에 살짝 풍덩해서
    그 차가운 기운을 빼주더라고요. 면이 풀어질까 염려 했는데, 일본 면빨의 기준은 풀어지느냐..
    안 풀어지느냐에 따라서 그 우동집의 명성이 좌우 되더라고요.
    언제 세가족끼리 맛나게 국수 해드실때 함 트라이해보세요~~~ 몸조심하시고요!
    (삼형제 낳으면서 27키로씩 찐 아짐이라 체중에 관해선 뭐라 위로 못 드리고 갑니다요~ -_-;;)

  2. jihye kim · January 21, 2010 Reply

    아, 제대로 잔치 국수네요~~~
    혜원님은 힘드셨다는데 저는 맛있어만 보이네요..
    저는 귀찮아서 그냥 김치만 살짝 무쳐서 올려먹거든요..
    그나저나 혜원님 벌써 30주이신데 체중 정말 안느셨네요… ^^ 그래도 의사샘의 1파운드 약속은 지키시기 힘들지 않으실래나…
    그래도 희망을 가지세요, 제가 36주부터 40주까지 1파운드도 안쪘었거든요.
    참, 승연이 포토북은 어디서 하실 예정이세요? 저는 옛날 스타일이라 사진 싸이에 올리고 한 번씩 뽑아서 앨버에 뽑아주는데 포토북도 생각은 있거든요…
    저도 몇 군데 알아보기만 하고 그냥 시간만 흘러가고 있네요…

  3. 든든이엄마 · January 22, 2010 Reply

    국수를 뜨겁게 하려면 토렴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1.삶아놓은 국수를 그릇에 담고 뜨거운 육수를 붓는다
    2. 한 손에 그릇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수저나 주걱으로 국수를 누른 채 국물만 따라낸다
    3. 국수그릇에 다시 뜨거운 육수를 붓는다
    4. 이 과정을 2~3번 반복한다

    국밥집같은 데서 이렇게 해서 주더라구요.

    참 그리고 전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며칠전을 항상 몇일전이라고 쓰시던데, 며칠전이 맞는 표기라네요.저도 몰랐는데 초딩1학년 아들이 알려주네요 . 그냥 참고하시라고 ^ ^

  4. 퍼플혜원 · January 22, 2010 Reply

    pebble님 진짜 치대도 면이 끊어지지 않나요? 우리끼리 먹을때 해봐야겠어요. 아 일본가서 쫄깃한 면발을 경험해보고싶네요.
    jihye님, 앞으로 신경 많이 써야죠. ㅠㅠ 오늘아침은 삶은 달걀 3개 먹고 왔네요.-.- 포토북은 blurb.com에서 하려구요.
    든든이엄마님, 토렴이란게 있군요. 우동집에서 팔팔 끓는 육수에 체에 담은 우동면을 담궜다 꺼내는건 봤어요 비슷한 과정이겠죠.
    아, 글고 “며칠전”이군요! 감사함다~

  5. Katie · January 22, 2010 Reply

    혜원님은 넘 고생하셨을텐데 저한테는 맛있는 국수 사진밖에 눈에 안들어 오네요 (요즘 SBD 중이라 더더욱 탄수화물이 땡기네요). ㅠ.ㅠ 넘 맛있어 보여요..!

    전 늘 코닥에서 포토북을 만들었는데 저도 담에는 혜원님이 소개해주신 곳에서 주문해 봐야겠어요. 근데 한글을 넣을수 있는 곳은 없나요? 양쪽 부모님께도 늘 선물해드렸는데 늘 그 점이 아쉬웠거든요.

    즐겁고 건강한 임신기간 보내길 늘 바래요!!

  6. 퍼플혜원 · January 22, 2010 Reply

    Blurb포토북이 한글이 되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컴터에서 작업을 하는거거든요. 그래서 컴에 있는 한글폰트 다 되고요 아마도 나중에 PDF 처리하기때문에 외국어도 된다고 그런거 같아요. 예전에 customer service에 이멜 해봤거든요 같은 질문으로.

  7. Katie · January 23, 2010 Reply

    어머나..정말 좋은 정보네요! 감사드려요!!

  8. pebble · January 24, 2010 Reply

    저도 면이 끊어질까봐 첨에는 살살 달래서 치댔는데
    나무로된 채반 있죠? 한번은 그냥 속는 셈 치고 그냥 해봤는데
    오우 정말로 결과물은 너무 차이가 나더군요.
    소면은 아무래도 얇으니까 자신있게 말씀 드리진 못하겠지만
    우동이나 메밀국수는 정말로 보장합니다. 꼭 츄라이해보세요!

  9. Solus · January 27, 2010 Reply

    국수 정말 정갈하고 맛나보여.. 저렇게 맛나게 준비하느라 손이 얼마나 많이 갔겠어?
    후루룩 한그릇 먹고 싶다.^^

  10. Maia · January 31, 2010 Reply

    국수 너무 너무 맛있어 보이는데요.
    저도 혜원님처럼 음식을 잘 하면 좋겠어요.
    저한테는 그림의 떡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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