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관심사인 아파트

거의 5년을 사용했던 내 컴 G4.
이번에 G5가 나오면서 완전 가치가 땅으로 폭싹. 이베이에서 팔려고 작은방에 모셔두고 있다가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그때 대정전때 나를 끌고 자기집으로 데리고 갔던)의 형에게 팔아버렸다.
진짜 싼가격으로. ㅡ.ㅜ 하지만 그 무거운걸 포장하고, 부치는 수고를 생각하면 잘했다 싶다.

남편은 완전 거저주는거라며 그 집에 가는길 내내 슬픔을 금치 못하고…
나는 이제 우리집 넓어졌다며 아주 기뻐하며 입이 쩌억. ^__^

이 형은 맨하탄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전혀 사람이 살것 같지 않은 건물 꼭대기에 산다.  생선 비린내가 나는 길 앞에.

우리가 도착해서 전화를 하자, 즉시 우릴 맞으러 아래로 내려왔다. 전혀 동생과는 다른 모습의 형 (동생은 노랑머리, 형은 갈색머리)이 전혀 볼일만 딱 보는 미국인같지 않은 태도로 커피마시고 가라고 우릴 위로 초대했다.

주차가 마땅치 않아 첨엔 거절을 하고는 남편만 컴터 같이 들고 올라가고 난 차에서 기다리는데… 남편이 내려오더니, “아무래도 너가 봐야될거 같애. 너가 너무 좋아할 아파트야.” 이런다.

그래서 난 흥분을 하고 다시 우린 문열어달라고 초인종을 막 눌렀지.

엘레베타를 타고 꼭대기까지 가서 문이 척 열리는 순간..눈앞엔 인테리어 잡지에서만 보는듯한 장면이 펼쳐졌다.
띠용 @..@

그냥 뻥 뚤린 공간에 스텐레스 부엌캐비넷과 같은색깔의 가전제품들…
레코드 프로듀서인 형은 집에 사무실이 있어 한 코너엔 레코딩 하는 방까지…(MTV에서 보는 그런…)

그가 만들어준 카푸치노와 자기 여자친구의 엄마가 유럽에서 사오셨다는 과자를 먹으며 우린 계속 집에 대해서 캐물었다. 에헴..

//우리 셋 다 스포츠에 대해 토론하는듯한 그런 어투로//

우린…. “저거 진짜 멋지다.. 너 센스가 대단한데?” 이러고,,
“음, 마루가 부드러운데 너가 빼빠로 밀었니?”
등등…  추접스러운줄도 모른채 …

그러면 그는, “그럼. 마루는 내가 다시 손본거고.. 전에 봉재공장이 있었던데라 아직 재봉틀 박혀있던 못자국도 있어, 이것봐..” (커피테이블 스윽 밀쳐내며 바닥 보여줌.^^)
(또 화장실을 가리키며) “화장실도 볼래? 그 안에 있는거 내가 다 단거고 색깔은 여자친구가 고른거야 ㅎㅎ”

//우리의 이런 대화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계약하기전 그 공간은 완전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변기도 없어서 자기가 화장실 자체를 첨부터 만들어야했다고.-.-  벽 새우고 변기 끼어넣고…그래도 이 공간에 비해 렌트가 싸니까 만족하고 들어와서 다 뜯어고쳤다고…

자꾸 싸다는걸 강조하길래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봤더니…봤더니…
삼.천.불. -_-;;

그렇다.
뉴욕사는 사람들의 최대관심사 중 하나가 아파트다. 그만큼 집값이 비싸고, 서로 맨하탄에서 살고싶어하며 또 살던 사람들은 절대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래서 우리로선 상상을 초월하는 여건에서 사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아무것도 없는 공장에 들어와 그걸 이렇게 멋지게 개조시킨 이 형이 있는가하면… 코딱지만한 방한칸에 스무명이 한꺼번에 사는 이웃들도 있는것이다.

우린 이렇게 또 한 사람을 알았다.
집에 오는길에 남편과 난, “저런 재밌는 분야의 좋은 사람이랑 친해졌으니 컴터 안아깝다..” 며 기분이 업되어 돌아왔다.

 

 

5 Comments

  1. ellen · October 1, 2003 Reply

    좋은일 하셨네요^^ 그분과 많이 친해지셔서 다음엔 사진도 좀..헤헤…혜원님네 와서 공짜로 좋은것,멋진것 보는데 재미들렸나봐요..

  2. 혜원 · October 1, 2003 Reply

    저도 그때 카메라 안가지고 갔던걸 얼마나 후회했는데요. 정말 몰래카메라가 가능한 아주작은 디카 하나 구입하고싶네요.

  3. 서진 · October 2, 2003 Reply

    혜원아, 너의 끝도 없는 호기심을 누가 막을소냐…하여간 대단단 말밖엔…

  4. 지현 · October 6, 2003 Reply

    샌프란시스코에도 요새 모던스탈일의 로프트가 유행이여요. 바닥이 하드우드고 주방이 모두 스텐레스고 창문이 아주 많은 스탈이여. 가격이요? 당근 제로가 아주많아요. -.- 저는 샌프란안에서는 안살고 다리건너서 사는데요, 샌프란에 사는사람들이 뉴욕커처럼 그 안에서만 노느경향이있는거 같아요. ^^

  5. 혜원 · October 7, 2003 Reply

    지현님, 저 샌프란에 넘넘 살고싶어요. 근데 거기물가도 장난이 아니잖아요 그죠. 근데 저희가 갔던 요아파트는 완전 무너져내려갈듯한 건물인데다가 첨에 들어올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군요. 그래서 화장실은 물론 부엌도 다 자기가 사 들여놓은거라고.. 참, 그건물 1층이 레스토랑 서플라이 파는곳인데 거기서 스텐 캐비넷은 다 샀다네요. 그러니까 진짜 레스토랑주방에 들어가는 제품을요. 다 꾸미기 나름인거 같아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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