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일이냐

지난 몇주간 정말 바빴다. 지금도 바쁘다.
회사가 독립을 하고나서 돈이 많이 생기다보니 여기저기 컨설턴트 다 불러들이고 세사람이나 새로 고용을 했다. 일하다가도 컨설턴트에게 불려가 지금까지의 문제점들을 얘기해주고 (또 잘 보이려면 이걸 대비해 대충 내 일이 어떻게 이것과 관련되는지 등 잘 정리해 속으로 좀 외워놔야한다. -.-),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일을 가르쳐주는 임무도 있으니 여간 산만한게 아니다.

그건 돈받고 하는 일이니까 더이상 불평은 못하겠고…

이렇게 낮에 신경을 쓰다보면 퇴근시간이 되면 집에가서 맛있는거 먹고 쉬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드는게 정상 아닌가? -_-;
우리부서애들은 도대체가 집엘 안간다. 이걸 주동하는 애들이 모두 싱글, 나보다도 5-6살 어린 남자애들이다보니 집에가도 뭘 특히 할게 없는애들.
맨날 한 6시쯤 돼서 “Drinks anyone?” 그런다. 주말도 아니고 월요일 화요일.. 아무때나…기분내킬때… 한번 나가면 새벽 한두시에 집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그담날 꼴이 말이 아니다. 내가 너무 아줌마같은 생각을 하는건지 몰라도 왜 그렇게 사나 싶다. ㅋㅋ
이런 유행(?)이 돈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일주일에 한두번씩 얘네들이랑 같이 놀아주려면 거의 나의 삶은 없어져야한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야 가더라도 10시가 되기전엔 나오지만 난 정말 회사애들이랑 회사얘기하면서 하루를 보내고싶은마음이 전혀 없다. 퇴근후엔 싹 혜원모드로 바꿔서 내가 하고싶은것들과 먹고싶은것들로 내자신을 가득채우는 시간을 가져야하는데..점점 새회사 분위기는 와일드한 벤쳐기업분위기로 바껴져가는걸 느낄수가 있다.

어젠 또 절대 내가 보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March of the Penguins (펭귄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를 단체로 견학 분위기 내며 봤다. 우리회사 CEO가 지난주에 보고 시련과 고통을 집단정신으로 꿋꿋이 이겨내는 펭귄들의 모습에서 많은것을 배울수 있다고 해 반강제로 다 보러감. -_-; 영화가 끝나고 또 빠엘 갔다. 장소를 다 빌려 우리회사사람들이 맘껏 즐길수 있도록. -.-;; 일단 가면 재밌게 놀다오긴 하는데 집에 들어오는 발걸음은 허무할뿐… 오늘도 이렇게 다 지나가버리는구나 하는..ㅠㅠ

몇일전 집에 들어오는길 하늘을 보니 영화 Vanilla Sky의 하늘과 너무 비슷했다.

하늘좀 보고 살자.

 

 

8 Comments

  1. Solus · August 11, 2005 Reply

    펭귄 다큐를 보셨군요..ㅋㅋ 영화관에 가서 볼만한 영화는 못되는데… ^^ 그래도 귀엽죠?

  2. 송원정 · August 11, 2005 Reply

    빙그레___ 이러면 안되는데 혜원님 글보니깐 옛날 생각나서요. 저도 정말 질질끌려댕기다시피했어요. 분위기 깨기 멋해서 그냥 나가고, 또 그러다보면 시간은 어느덧…. 덧에 빠지는 것처럼 계속 연이어서 이래저래 꼬이고 정규멤버되고, 배신못땡기고 이어졌죠. 회사 잘나가는거로 시작된 핑계가 정말 걷잡을 수 없을만큼. 혜원님 심정 너무 이해잘되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자기네들끼리 벌써 그룹지어서 잘 놀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일할때만 친한척(?)하다가 트래픽핑계댐서 사라지고 집에와서 룰루랄라해요. 금문교를 맨날 넘어댕기는데 거기가 시간대 잘못걸리면 1시간이라… 그럼 혜원님도 굿럭!

  3. 손민영 · August 11, 2005 Reply

    우하하하하 단체 견학! 나는 비디오 나올때까지 기다려야겠구나.

    회사 분위기 좋다 뭐.

  4. 앤지 · August 11, 2005 Reply

    완전 분위기가 한국 회사같아요. 다니던 회사에서 일년에 한번씩 assessment 당했었던 기억도 나네요.

  5. maia · August 11, 2005 Reply

    우리회사 CEO가 지난주에 보고 시련과 고통을 집단정신으로 꿋꿋이 이겨내는 펭귄들의 모습에서 많은것을 배울수 있다고 해 반강제로 다 보러감. -_-;

    이 부분에서 어찌나 웃음이 나오는지…. ㅎㅎㅎ
    저처럼 펭귄이던 새든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고문이였을텐데…

  6. 혜원 · August 12, 2005 Reply

    Solus님, 제가 솔러스님홈에서 그거보러가셨다고 놀린글 기억하시나요? -_-; 내가 이걸 보게될줄은..ㅋㅋ
    원정님, 아~ 진짜 괴로워요. 얘네들이 다들좀 빨리 결혼을 해야될텐데..큭큭
    민영, 비됴 보지마. 교훈적이긴 한데..근데 너가 루씨한테 하는거 보니 넌 이거보고 울수도 있겠다. ㅡㅡ;;
    앤지님, 그러게요. 거의 회식 분위기..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maia님, 근데 이거 귀엽더라구요. 저도 새 (특히 비둘기) 싫어하거든요. 다행히 무서워하진 않아도..펭귄은 사람같던데요. ㅋㅋ

  7. 혜준 · August 14, 2005 Reply

    왜 그렇게 사나 싶은 사람들 나도 매일 많이 봐.. 난 혼자 살아도 집에 얼른 가고 싶다. 아.. 광복절 주말도 이제 거의 끝이 나려 한다. 슬. 프. 다.

  8. 혜원 · August 14, 2005 Reply

    혜준, 제발 좋은 소식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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