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sk 냄비

내가 이런 낡아빠진 냄비를 다시 서울 엄마집에서 가지고 오다니.

eBay에서 눈여겨 봐오던 Dansk Kobenstyle 냄비들. 그 가격에 이런 고물을 산다면 당연히 남편은 “뜨아~” 할거고 나도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걸 고르다보면 경쟁률이 높아 가격이 확 올라버리고…

한 몇달을 구경만 하다가…
미안스럽게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그 냄비 그거 자주 써?”
엄마도 하나 갖고 계시단걸 알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쓰시는거 같았고 또 딸이 달라면 거절을 못하시니 내가 엑기스만 쏙 빼 오는거 같아서 말을 못꺼냈다.
근데 이번에 서울에 가니 가스렌지 위에 그게 안보이는거였다. ㅡ.ㅡV
짐 좀 줄이고싶다고 쓸라면 가지고 가라며 다용도실 저 구석 캐비넷에서 꺼내주시는 엄마. 흐흐흐

기억했던것보다 더 낡고 볼품 없었지만 빨간 에나멜이 떨어져 나간 테두리와 누렇게 물든… 한때는 흰색이였던 냄비속을 들여다볼 때마다 여기에 담겼을 음식에 들어간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느껴지는거 같아 마음이 찡하다.

내가 엄마의 빈티지 파이렉스 믹싱볼 셋트를 보며 이거 eBay에서 얼마 얼마에 팔리던데..라며 경악을 하니 엄마도 돈좀 벌게 이걸 갖고 가 팔아보라고 농담삼아 말하시던데 (해석: 갖고싶으면 줄께 ㅡ.ㅡa) …
그게 무게가 얼만데… 내가 큰집으로 이사갈때까지 맡아달라 부탁하고 돌아왔다.

계속 미안하면서도… 엄만 진짜 짐 좀 줄여야되기때문에 가지고 오는거다.
-_-;

——–
Dansk는 아직 존재하는 브랜드지만 Kobenstyle 시리즈는 1950-1960년대에 시작되어 아마도 80년대 판매중단 된걸로 알고 있다.

 

 

15 Comments

  1. juniejuno · November 4, 2008 Reply

    어머~~~ 넘나 매력있게 생겼네요. 색이 너무 이뻐요.
    세월의 깊이랑 어머님의 정성이 고대로 느겨집니다.

  2. 몽중인 · November 4, 2008 Reply

    엄마랑 딸의 관계는 참 뭉클해요. 전 아직 아기가 없어서 그 관계의 반밖에 모르지만 혜원님은 친정어머님과 승연이 사이에서 그 진한 맛을 느끼실 듯 해요. 앞으로 30년 후 쯤에 저 냄비를 승연이 스토브탑위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3. 이지혜 · November 4, 2008 Reply

    그래도 혜원님은 어머니께서 부엌 살림을 좋아하시니 망정이죠.
    저희 친정 엄마는 정말 잘해주셨는데도 갖고올건 거의 없거든요.
    부엌 살림이 진짜 없으세요.
    그에 비해 딸 둘은 캐비넷 무너질까 겁나고요. ^^

  4. Sang Lee · November 4, 2008 Reply

    색이 너무 이쁘네요.. 디자인도 새롭지만… 잘 간직하셨다가 나중에 승연이 주세요~

  5. april3 · November 5, 2008 Reply

    Dansk 에서 냄비도 나왔었군요.
    빨간색이 참 이뻐요.
    어머님 손때가 묻은 귀한 물건이니만큼, 혜원님도 고이 아껴서 잘 써주시겠죠 ^^
    어머님도 그걸 바라실거구요.
    정말 한 30년쯤뒤에 승연이가 저걸 탐내할수도 있구요. ㅎㅎ

  6. Hobak · November 5, 2008 Reply

    이걸 보니, 뭐 하나를 사더라도 딸한테 물려줄 수 있는 좋은 걸로 사야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7. 장지영 · November 5, 2008 Reply

    와~ 진짜 혜원님과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짠해요. 어머니의 단스크 냄비는 르크르셋에 비교가 안되는군요! 저도 나이가 점점드니 물건에 애착이 생기네요..20대에는 엄마의 물건들이 구닥달이들이라고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8. 박은영 · November 5, 2008 Reply

    정말 냄비가 이쁘네요.
    이런거 있음 음식도 신나서 할까요?ㅎㅎㅎ

  9. mj · November 6, 2008 Reply

    손잡이부분이 아주 특이하네요.
    제 르쿠르제 빨간색냄비보다 혜원님 어머니 냄비가 더 예뻐요. 나이가 점점 드는건지, 엄마한테서 받은 건 플라스틱 바가지도 소중하더라구요.

  10. 이진 · November 6, 2008 Reply

    이 냄비
    우리 엄마도 색깔별로 여러개 갖고 계신데
    유럽 사람들이 색상을 화려함서도 과감하게 저지르는것 같아여~~^^

  11. 혜원 · November 7, 2008 Reply

    제가 쓰면서 더 더러워진거 같아요.-.-;;
    이진님 어머님 정말 부럽네요. 색깔별로 여러개라니…전 네모난 팬 하나 더 갖고 싶은데 별 쓸모가 없을거 같아서 그냥 참고있어요.

  12. Jung Ahn · November 8, 2008 Reply

    어머 저희엄마도 이거 있으세요-
    사이즈가 좀 큰걸로..아직도 너무나 잘 쓰고 계셔요..
    저희 엄마도 아빠 유학중에 80년에 사신거에요 ㅋㅋ
    그때 이거 있다고 얼마나 좋아하셨는데..아직도 너무너무 잘쓰세요..ㅋㅋ 저도 나중에 슬쩍…? ㅋ

  13. 정수지 · November 9, 2008 Reply

    우와 근사해보여요
    뚜껑 디자인에서 60년대 분위기가 나는것 같기도 하고요

  14. Hyelee · November 11, 2008 Reply

    저도 빨간냄비 좋아하는데..저도 친정엄마가 쓰시던거 몇개 쓰고 있는데 쓸때마다 생각나고 좋은거 같아요.

  15. 황지원 · November 26, 2008 Reply

    뭐든 딸이 달라면 주고싶은 어머니 자식사랑의 맘이 느껴지네요. 저도 이번에 한국가서 “엄마, OO써??”하고 많이 물어봤네요. ^^ㅋ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