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ner A Love Story

너무 안타깝게도 폐간된 육아잡지 Cookie 에서 food and features director였던 Jenny Rosenstrach의 책 Dinner: A Love Story는 내가 2012년에 구입했던 책들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딱 나를 위해 썼구나 까지 생각이 들게 한 환타스틱한 쿡북이다.

그녀의 블로그를 같은 워킹맘으로서 거의 광팬수준으로 지켜봤었는데 책의 출간소식을 들었을때 그렇게 반가울수가… 무엇보다 요리전문가나 셰프도 아닌 나같은 무지 바쁜 보통 엄마라는 점이 그녀의 레시피보다 더 끌렸던것 같다.

결혼을 하면서 매일 저녁으로 뭘 해 먹었는지를 기록할 정도로 (놀라운 사실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이 dinner diary는 계속 되고 있다는것) 그녀는 저녁식사에 대한 옵세션이 있다. 아이가 있기 전부터 남편과 매번 뭘 해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머릿속을 정리해보려고 다이어리(날짜와 그날 메뉴를 기록하는 식)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괜히 글로 적으면 모든게 다 제자리에 놓이는 느낌은 나도 동감) 일하는 엄마가 되고서 특히 그 다이어리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부담으로 생각하지 않고 아무리 바쁘고 지치는 하루였더라도 손수 만든 저녁식탁에서 그날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는 가족과 하는 짧은 시간은 각자 맡은 임무를 다하고 돌아와서 한곳에서 하루를 매듭짓는 그런 루틴이라고 할까… 즉, 디너타임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임을 (다 아는 사실이지만)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물론 이 저녁시간이라는것이 항상 아름다운것만은 아니라는것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그래서 이렇게 세 부분으로 정리된 내용이 참 반가웠다:

결혼후 아이 없을때, 레파토리 만들기
Rituals, Relationships, Repertoires (or, how we taught ourselves to cook)

부모가 된 후, 그 정신없던 시절
New Parenthood (and the family dinner vow)

어느정도 자리 잡은 패밀리 디너
Family Dinner (or, the years the angels began to sing)

내 일기를 읽듯 동감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신혼때 이것저것 만들어먹던 내 모습이 행복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모든걸 포기하고 그냥 대충 먹고 치우고 싶었던 초보엄마였을때, 내가 먹고 자란 친정엄마의 국을 처음으로 끓여냈을때, 또 그걸 가족들이 잘 먹어줬을때, 첫째아이가 안먹는걸 그걸 잘먹는 둘째아이 그릇으로 골라 옮겨줬을때 등등 이런 저런 기억들을 다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매일 서로 마주앉아 음식을 나누며 우아한 디너타임을 가진다는게 노력 없이는 되는게 아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있을 경우 우아함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이런 디너타임은 모든 가족이 누릴수 있는 특권임을 말하고 결코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또한 그런 시간을 만들고 유지해야하는 모든 부모, 싱글, 여자, 남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남편과 태그팀으로 저녁준비를 함께 하는거나 일주일치 메뉴를 주말에 짜고 장을 한꺼번에 보는거나 같은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 식성에 맞게 그릇에 담는거나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아 이 책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는지는 몰라도 어찌보면 나홀로 외로히 감당하는 짐으로 여겼던 일들이 더 풍성한 가족의 추억과 미래를 위한것이라 생각하니 뿌듯!

아이들이 더 크면 또 다른 저녁준비 루틴이 생기겠지. 사과나 배 깎을때마다 반상회나 구역예배때 엄마가 날 시켜 과일 깎게 하시던거나 설거지 할때마다 손님들 가시고 늦게까지 설거지 하시며 나더러 그릇을 마른수건으로 닦게 하셨던(그땐 어찌나 그게 싫던지!!!) 엄마가 생각이 나는데 우리 아이들은 나보다 더 많은 가족음식에 얽힌 추억들을 간직하고 크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밥상에서 맨날 소리 지르는 일들은 잊어버려도 오케이… 지금은 애들이 어리니 밥상이 전쟁터 같더라도 조만간 빛볼날이 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오늘도 열심히 저녁상을 준비해본다.

Dinner: A Love Story: It all begins at the family table
by Jenny Rosenstrach

 

 

13 Comments

  1. Jihye kim · January 15, 2013 Reply

    저도 봐야겠네요.
    저같은 경우는 부엌 일을 좋아하는 준이 덕분에 지금도 요것저것 같이 하는 일은 많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기록을 남지 않는다라는 게 함정이죠~
    요새는 아빠는 매일 늦고 준이도 수영 다녀오고 먹으면 잠자는 시간때문에 맨날 이것저것 있는 걸로 먹게 돼더라고요.

    • 퍼플혜원 · January 16, 2013 Reply

      지혜님 좋아하실것 같아요. 전 이 책을 무거워도 매일 들고다니면서 지하철에서 통독을 했거든요.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더라구요.

      • Jihye kim · January 24, 2013 Reply

        저 이 책 완전 마음에 들어요.
        혜원님 글 보고 바로 아마존서 오더했거든요. 페이퍼백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ㅎㅎ
        어쨌거나 어제 아침에 받아서 읽고 있는데 저도 옛날 생각 나면서 완전히 빠져있네요.
        그리고, 왜 울 남편은 정확한 시간에 퇴근을 못할까 고민중이라는..
        저희 친정 아버지는 칼퇴근이셔서 항상 같은 시간에 저녁 먹었었거든요.
        혜원님 덕분에 보물책이 하나 늘었네요, 감사해요.

  2. pebble · January 16, 2013 Reply

    요즘 아마존이 제일 친한 친구인데. ㅋㅋㅋㅋ
    근데 when is the time when angels sing???
    아이들이 조금 컸을 때?
    아니면 결혼후 집에 아주 가~~끔 올때?
    저는 삼형제 밥 해주는게 제일 벅차요…
    한 아이가 집을 떠나면 식비도 줄을줄 알았는데, 웬걸요.
    식비는 여전히 똑같은 금액으로 나가는걸 보면서 알쏭달쏭.
    그리고 같은 시간대 저녁식사는 아이들이 고학년 되면서 부터 더 어렵게 느껴졌어요.
    오히려 아침식사에 치중을 둔 적도 있었더랬어요.

    그래도.. 이 책 읽어볼랍니다… 주문 또 들어갑니다.
    (방금 탈무드 주문했는데.. ㅋㅋㅋㅋ)

    • 퍼플혜원 · January 22, 2013 Reply

      네, 아이들이 조금 컸을때요. ㅋ
      다 큰 삼형제 생각만해도 벅차요. ㅋㅋ 대단하시단 말밖엔…
      아들만 있으시다면 제가 전에 올린 Mad Hungry 책 보셨나요?

      • pebble · January 22, 2013 Reply

        당연하죠!! 거의 바이블 수준으로 양과 질적으로 음식을 따지던 그 시절에 그 책으로 손이 많이 갔었죠.
        지금은 주문한 책이 와서 Teany 보다 활자가 크고 책이 시원~시원해서 ㅋㅋㅋ 더 빨리 읽히고 있네요. ㅎㅎ
        근데 아이 둘이나 셋이나.. 그냥 한 끝 차이에요.. 별 차이 없어요. ㅋㅋㅋㅋ

  3. Scentedrain · January 23, 2013 Reply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혼자 키득키득 거리며 오랜만에 웃으면서 책 봤어요. 과거의 자신한테 보내는 글 읽고 공감많이 했죠. 그리고 미리 몇장 보다 아이 잠시간 적어논거 보고… 우와… 나도 그땐 정말 힘들었는데 했네요. 덕분에 좋은책 사서 잘 보고 있어요. 과감한 도전 한번 해볼려고요.

    • 퍼플혜원 · January 31, 2013 Reply

      그죠 저도 한장한장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도전에 화이팅! 보냅니다…

  4. · January 28, 2013 Reply

    도서관에 있길래 바로 e-book으로 받아서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항상 좋은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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