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Good Things From Now On

내니 없는 생활을 한 지 한달이 넘었다.
그녀가 없으면 안될것만 같았는데.
하루아침에 오지말란 얘기를 하고 앞이 정말 깜깜했었는데.
회사에선 더 눈치가 보여 견디기 힘들것 같았는데.
한달이 지난 지금 우린 매일마다 “정말 잘한거 같애. 진짜 너무 좋다.” 란 말을 반복할 정도로 대만족중이다.

일단, 낮에 집에 아무도 없는게 너무 좋고,
이제서야 내 살림이 다시 내 살림이 된것 같고,
우리집이 다시 우리집이 된것 같은 느낌.

그녀도 남이다보니 어느정도 집이 정리된 상태로 보여야 그녀도 함부로 어지럽히거나 더럽히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음 –_-;;) 아침마다 거실 정리해두고 설거지 해두고 전날 널어둔 빨래 개고 하는둥 정신이 없었는데  이젠 컵 하나 정도는 싱크대에 두고 나와도 되고 빨래도 저녁에 돌아와서 개면 되고 장난감 안치워도 되고.. 점점 더 집은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지만 마음이 너무 편하다는게 포인트.

퇴근하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까지 두시간인데 짧은 시간동안 밥해먹고 숙제 돌보고 공부시키고 목욕 시키고 연습시키고 등등 너무 정신이 없다. 그나마 목욕이라도 시켜놓는 내니가 고마웠는데 또 직접 우리가 씻기다보니 조금 건조한 부분에 우리가 직접 로션을 더 많이 발라줄 수도 있고 샴푸후 비눗물 싹 다 씻겨나갔나 확인할 수도 있고 머리도 빗겨줄 수 있고 머리도 말려줄 수 있고… 이렇게 아이들과 우리 사이에 한겹이 없어지다 보니 서로가 더 가까워진것 같고.

엄마로서 난 이제서야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겠는거다.
모르겠다 이런 기분은 뭔지.
예전에는 애들이 오후에 집에 있으니 저녁재료 이외에 무조건 풍성하게 냉장고 꽉꽉 채워두면 언제 뭐가 없어지는지 모르게 목요일쯤되면 냉장고가 널럴해지곤 했었는데 지금은 언제 뭐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없어지는지를 꿰뚫고 있을 수 있으니 뭔가가 좀 개운한 느낌?

회사에서도 얼굴이 두꺼워질대로 두꺼워져서 별로 미안하지도 않아하니 오히려 남들이 “너 진짜 힘들겠다.. Hang in there.” 하는 그런 분위기.

승연이도 지난번 내니가 보고싶단 말을 꺼내서 내니 다시 부르고 집에 올래, 아님 애프터스쿨 할래? 물어보니까 무조건 애프터스쿨 한다 하고.
승빈이도 덩달아 자긴 학교가 좋다 하고.
애들 티비타임 없어져서 좋고.

그래, 불편한점도 당연히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점이 더 많으니 힘이 나고

썸머타임 시작한 이후로 애들 픽업할때 해가 어느정도 떠 있는데다 날씨도 좀 풀리는 분위기라 앞으론 더 즐거워질 일만 남았다.

정말 처음으로 겨울이 지겹단 생각을 하도록 만든 어둡고 추운 겨울이었다.
그런데 보기엔 이렇게 예쁘다.

snowfall1

적어도 눈이 오던 당일은.

snowfall2

그리고 우리 식탁 저 끝엔 캔디볼이 생겼다.
예전엔 이런거 하나 두면 내니가 먹던, 애들이 먹던, 며칠 안되어서 다 없어질게 뻔해 생각도 못했던 것.

candybowl1

“candy dish”이란 이름의 뚜껑 달린 용기나 접시, 볼들이 많은데 사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난 그 개념 자체가 이해가 안갔었다. 그냥 병이나 봉지에 담아 안에 넣어두면 되는데 왜 이걸 “진열” 해둬야 하는건지.

그런데 나도 이제 그 시기가 온것 같다. ㅎㅎ

보이면 매일 달라고 조를것 같았던 아이들도 의외로 아주 쿨 하고, 난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저 그릇을 매일 볼 수 있어서 좋고.

candybowl2

봄이 진짜 기다려진다. 진짜. 진짜. 너무.

 

 

16 Comments

  1. Soo Kim · March 14, 2014 Reply

    What a pretty candy! Where we can buy them?

    • 퍼플혜원 · March 14, 2014 Reply

      Hermann the German 캔디인데요. 지금 보니까 crate and barrel에서도 구입가능하네요^^ 상큼하니 맛나요.

  2. Jw kim · March 14, 2014 Reply

    너무 사랑스러운 캔디항아리네요^^
    사탕하나를 담아도 센스있으세요~

    • 퍼플혜원 · March 14, 2014 Reply

      감사합니다^^
      저렇게 뚜껑 있는게 많은데 이제서야 빛을 보네요.

  3. karen · March 14, 2014 Reply

    아름다운 풍경사진과 과일향이 느껴지는 캔디볼사진… 감사합니다.
    모든걸 지혜롭게 이겨내는 글속에 잔잔한 감동과 동감을 느낍니다.

  4. citron · March 14, 2014 Reply

    캔디볼 넘 사랑스럽네요.
    어머님께 물려 받은 볼에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캔디들도 담아두고… 그냥 다 예뻐보이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래요.

  5. 김윤경 · March 15, 2014 Reply

    내니 없이 잘 지내고 계시다니 잘 됐네요. 글쎄, 미국의 아이들 돌봄 시스템이 더 잘 돼 있는건지, 아니면 회사에서도 육아에 대한 용인을 어느 정도 더 해주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선 참 힘들어요. 저도 승연이랑 같은 나이 딸이 있는데, 내니를 계속 두고 있거든요. 일을 하니 참 어쩔 수 없는. 목요일쯤 되면 냉장고 비워지는 이야기라든지, 이런게 참 공감되는 부분이네요. 아이들 참 예쁘게 잘 크고 있네요.. 가끔씩 들어와 보는 포스팅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고, 그래서 마음 따뜻해져서 나가곤 해요. ^^

    • 퍼플혜원 · March 17, 2014 Reply

      네 한국사회에서는 힘들다고 들었어요. 회사에서 육아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한것도 같고 퇴근시간도 여기보다 훨씬 늦더라구요.
      비슷한 입장이시니 서로 팁도 공유하면 좋겠네요 ㅎㅎ 좋은 한주되세요~

  6. violetty · March 15, 2014 Reply

    저도 두 아이를 둔 직장맘으로 살다보니, 공감가는 이야기가 참 많네요. 내니가 없으면 안되는 어린 나이의 아이들을 데리고 이거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갈팡질팡 한데… 혜원님은 이제 애들도 왠만큼 컸고, 이제 따뜻한 봄도 오고!! 부러워요 ^^* 이제까지 이렇게 견뎌 오신 혜원님, 정말 대단하신것 같아요!!! 암튼 이곳에 오면 위로가 많이 되어요

    • 퍼플혜원 · March 17, 2014 Reply

      오랜만이에요^^
      저도 항상 너무 정신없이 하루하루 왔는데 이번에 보니 애들이 부쩍 커있어서 좀 놀랐어요. 우리 서로 위로가 되었음 해요 ㅎㅎ 화이팅! 근데 전 아직도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 매일하고있슴다. ㅠㅠ

  7. Colette · March 17, 2014 Reply

    내니없으니 개운하다는 말 완전 공감해요
    진짜 내니가 없으니 그 동안 불편하게 어떻게 지냈나 싶고 몸은 조금 더 힘들고 집안일은 더 많아졌지만 맘이 훨씬 편해졌어요
    급하니까 쓰긴 썼는데 어떻게 애들을 맡겼었나 싶고
    저희 아이들은 제가 머리 빗겨줄때 싫어하거든요
    근데 제 스패니쉬 내니는 딸들 머리를 엄청 정성스럽게 땋아줘서 고마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tv를 틀어주면서 땋은건지 아니면 아이들이 내니라서 대들지 못하고 그냥 얌전히 있었나 싶고 ㅠ.ㅠ
    저도 내니때문에 일부러 청소도 하고 그랬거든요, 완전 상전 ㅋㅋ
    혜원님도 한달간 잘 해오셨으니 앞으로도 잘 운영(?)될거에요. 같이 화이팅해요!

    • 퍼플혜원 · March 17, 2014 Reply

      저도 완전 그 기분이에요. 저희도 내니니까 대들지 못하고 말 엄청 잘 듣는 분위기였는데 그땐 그게 좀 속상하더니만 다 일장일단이더라구요. 우리 애들은 내니 덕분에 매너 진짜 좋다는 말 나가서 많이 듣거든요. 다 내니교육 덕분이죠 ㅋ
      네, 우리 화이팅!

  8. Kat · March 19, 2014 Reply

    넌 진짜 캔디 하나를 담아도 어떻게 저렇게 센스있게 담냐구.
    옆에서 보고 배우는게 있어야 할텐데 여지껏 이렇게 사는 나도 참 어지간히 무딘갑다 ㅎㅎ
    너 이제 더 바빠서 쉽지 않겠지만 종종 얼굴 보고 수다좀 떨자. 이번엔 진짜 맥주로 사간다.

    • 퍼플혜원 · March 21, 2014 Reply

      별말씀을. -_-;;
      그래, 지난번처럼 오던가 내가 너네집으로 걸어가던가. 다음엔 잠옷 입고있을지도 모름. ㅋㅋㅋ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