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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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승연이처럼 봄방학이란게 있었으면.

이번주부터 일주일 넘게 학교엘 안간다는 사실에 좌절을 하는 승연이를 보며 나도 저럴때가 있었지 싶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다가도 자기가 학교엘 안가니 나도 출근을 하지마라며 울며불며 매일 아침 다리에 메달리는 그녀를 떼어 놓고 집을 나오면 힘이 쫙 빠진다.

애들 잘 있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식탁에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 사진을 내니가 문자로 날려보내지만 그걸 보는 내 맘도 편치 않다. 이넘의 비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약속 되었던 플레이 데잇도 이랬다 저랬다… 암튼 내년엔 정말 딱 이때 맞춰서 휴가라도 확 떠날까보다.

비가 쏟아지는 어느날 티팟을 꺼내 정식으로 티타임을 갖는 여유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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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다 멋으로 즐기곤 했던 마카롱에도 요즘 맛을 들여 자주 찾게 된다. 봄이 오는걸까. 아니, 왔어도 벌써 왔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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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도 넘게 전 회사 동료가 영국에서 사 온 tea strainer를 다시 꺼냈다. 요즘은 커피 대신 홍차에 좀 빠져보려고 조금씩 노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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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생일도 있었다.

갑작스런 일들이 겹쳐 이번엔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지나갔다. 다른 케익들이 너무 촌스러워 그냥 치즈케익으로 샀다는 남편의 배려가 고마웠다.

또 뭣때문에 심술이 난 승연이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난 이날도 혼자 식탁에 앉아 정신력으로 주위 소음을 다 차단시킨 채 홍차를 또 끓여 나의 치즈 케익 한조각을 부스러기 안남기고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내게도 내생일 케익 한조각 즐길 권리는 있다..이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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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분이 주셨다는 방아씨를 모조리 다 가져와서는 화분 몇개에다 심었는데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밖에 뒀던 젤 큰 화분은 아직 소식이 없어 집으로 들여다 놨는데 이거 잘못 심은거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 이넘들도 주인마음을 읽는다더만 버릴바에야 한번 해보자는 건성 섞인 마음을 알아차린건지. 눈 뜨면 제일 먼처 찾아가 아침 인사를 하는 넘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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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몇분이라도 나 자신에게 휴식을 주려 하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과자 부스러기도 미친듯이 줍지 않기로 했다. 할 일이 태산일지라도 스트레스 안받기로 했다. 하나하나 해버리면 되는것을. 스트레스도 차 한잔으로 날릴수 있도록 최대한 그런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올해의 One Little Word 를 찾은거 같다.

나의 One Little Word는:
ENJOY

 

 

 

20 Comments

  1. 황지원 · April 20, 2011 Reply

    혜원님 생일이셨군요!! (생신이라하면..너무 나이가 많으거 처럼 느껴지실까봐…안그래도 나이먹는거 서러운데… 그쵸그쵸?? ^^)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애들 spring break가…여러사람 울리네요. 저는 오늘 큰애 모처럼 발레좀 시켜보겠다고 지인에게 소개받아 댄스학원을 갔는데, spring break라 다음주까지 클로즈한다고 해서 좌절하고 왔어요. 큰애 말 안듣는거 발레핑계대고 타일렀는데…
    이 녀석도 투투랑 스타킹 다 신고 신난다고 왔는데, 문 닫혀있으니, 조금 상심한 듯한 눈치네요.

    • 퍼플혜원 · April 22, 2011 Reply

      아이고 승연이도 댄스클라스 다니고싶다고 그래서 여름에 알아보려고 해요. 아효, 이제 일주일 넘겼으니 몇일만 더 참으셔요~ ㅎㅎ

  2. zihomom · April 20, 2011 Reply

    능슥한(?) 학부모가 되면 이스터 브레이트때, 꼭 여행 계획이나, 휴가 계획을 세운답니다.
    저도 이걸 안지 얼마 안되었어요. 애 학교 다닌지가 언젠데…ㅡ.ㅡ;;
    이때는 보통 여행 계획 잡으려면 심지어 일년 전에도 잡더라구요. 헉.
    저도 뭐 그리 부지런한 엄마가 안되어서, 항상 뒤늦게 허둥지둥 계획을 세우네요..
    그나저나, 방학이 넘 길어요 길어, 에효.
    울 둘째는 방학이 자그만치 2주에요 2주..ㅜ.ㅜ

    혜원님을 보면 일하면서 도대체 무슨 시간으로 부지런 하실 수 있나 늘 궁금했는데,( 아마 그녀는 48시간을 사는게야,,,막 이럼서,,,^^)
    그렇게 하시려면 얼마나 본인의 시간을 버려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아요.
    여유롭게(?) 치즈케익 즐기신거 잘 하셨어요, 짝짝짝.
    그리고 생일 축하드려요.

    • 퍼플혜원 · April 22, 2011 Reply

      저도 이런일들을 겪고 나니 그런걸 알겠네요.ㅋㅋ 진짜 내년엔 어디를 가던지 해야지…쩝 고맙습니다~

  3. Mrs.castro · April 20, 2011 Reply

    저도 요번 여행 하면서 앞으로는 “걱정말고 그냥 웃자” 라고 작정했어요.
    어떻게 인생이 갈지는 내주권이 아니니까.
    대신 웃으면서 잘될꺼야 스트레스 받지않도록.
    진짜 한번에 하나씩 하면되고 , 10년후에 지금 스트레스받는 것들= 다 기억도 안날것들 이예요.
    혜원씨 little word share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퍼플혜원 · April 22, 2011 Reply

      맞아요. 그렇게 하기 쉽지 않지만 모르고 그냥 사는것보다 나을거 같아서…홧팅!

  4. 노아맘 · April 20, 2011 Reply

    혜원씨~ 늦었지만 생일 추카해요~
    내니가 있는거 얼마나 다행이에요~ 안그럼 여기저기에다 맏기거나 캠프 보내야하는데 말이죠. 저도 요즘 둘째 내니 알아보느라 멍~하네요. 아 근데 왜 이리 봄이 않오는지.. 주말에는 토론토에 눈이 오지않나.. 정말 우울해요~흑… 7월달에 다시 출근해야하는데.. 그전에 맘껏~ 즐기다 가려구요!! ㅋㅋㅋ 우리 모두 enjoy~해요..

    • 퍼플혜원 · April 22, 2011 Reply

      내니 찾는거 쉽지 않죠. 정말 저흰 기적같이 찾긴 했지만… 현재를 즐기자구요~

  5. jihye kim · April 21, 2011 Reply

    혜원님, 생일 축하~
    저는 이제는 왠지 케익이 아까워 제 생일 케익도 제가 굽는다는.. ㅎㅎㅎ^^;;

    승연이 모습 보면 저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짠~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little word, 저에게도 지금 필요한 말인데 감사해요.

    • 퍼플혜원 · April 22, 2011 Reply

      ㅋㅋ 전 제생일만큼은 그냥 얻어먹으려 하는뎅. 고맙습니다^^

  6. Jennifer · April 21, 2011 Reply

    언니, 이 포스팅이 왜이리 짠해요. 힘내요, 언니!
    승연이도 클수록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꺼예요.
    (그리고, 저 tea strainer 저도 똑같은거 있어요 ㅎ)

  7. 뉴욕맘 · April 21, 2011 Reply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읽다보니 왜이리 눈물나려고 하는지. 훌쩍!

  8. eugeniek · April 22, 2011 Reply

    넘 공감이 가는 글이예요…제 스스로가 많은 권리를 알게 모르게 제게서 앗아가고, 자제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혜원님… Happy Birthday^^

    • 퍼플혜원 · April 22, 2011 Reply

      고맙습니다. 가끔씩 알고 억지로라도 제자신도 좀 챙겨주는거 좋은거 같아요.

  9. Mindy · April 22, 2011 Reply

    혜원씨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혜원씨의 마지막 구절에 저도 마음이 짠하고…
    나에게도 하고싶은 말이었어요. 조금의 여유, 나에게도 필요했는데…

    티타임 가지신거 보니 저도 혜원씨 앞자리에 앉고싶네요. ㅎㅎ
    혼자 앉아서 느긋하게 차 마셔본지가 언제였던지 기억이 가물거려요.
    선물받은 홍차 저도 오늘 꺼내봐야겠어요…
    오늘도 enjoy하는 하루 되시길!!

    • 퍼플혜원 · April 22, 2011 Reply

      그죠. 저도 혼자라도 티타임을 좀 가져보려고 해요. 테이블에 딱 앉아서 말이죠. 차마실 친구가 그립네요 ㅎㅎ

  10. 크리스 · April 28, 2011 Reply

    enjoy 넘 와닿네요.
    전 왜이리..인생을,,,답답하고,,,숙제하듯 힘들게 살까요–;;
    저도 좀전에 보드에 적었어요…

    낼은 아이들과 좀,,,즐기는 기분이길^^

    저도 요즘,,,건강때문에 커피대신 차를 마셔야 겠다 생각만하곤,,,쉽게 커피를 마시네요.
    티팟 심플하면서도 독특하고 이쁘네요^^

    제 나이가 38이에요…혜원님이랑 비슷한가,,,
    비슷한 점이 많아서요…
    혜원님 사이트를 본지도,,,어언,,,,,,,10년인가,,,아이 갖기 전에 봤으니…참 오래되었네요.
    그 사이 변화없이 꾸준히 열어주신게,,,감사할 따름,,,잠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호호

    • 퍼플혜원 · April 29, 2011 Reply

      저도 커피 줄이기가 넘 힘들어요 하루에 네잔까지도 마시거든요.
      정말 오랫동안 알고 지냈네요..ㅎㅎ (감사합니다 꾸준히 방문해주셔서 좋은글들 남겨주시고^^)
      지칠때마다 enjoy란 단어를 되새기고 있어요 저도..쉽지 않지만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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