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 참다

내가 살다 살다 회사에서 화를 내본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금요일에 일어났던 일이라 그동안 화는 많이 식었지만 생각만 하면 아직 그때의 화가 다시 도지는거 같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또 많은것을 깨달았다.

딜런이라는 나보다 한살 위인 동료가 있는데 말하는것 보면 똑똑한것 같고 무지 생각이 깊은듯 한데… 알고보니 말만 좀 잘한다는..
그래도 전혀 별문제 없었는데 슬슬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나 임신막달때부터.

아만다라는 다른 여자가 있는데 딜런이랑 사이가 안좋다. 알고보니 무슨 큰일이 있었더라고.

근데 걔네 둘사이에 일 있었던건 걔네 문제지 내가 딜런한테 이멜 하면서 아만다가 이러는데…이러면서 아만다 얘기만 꺼내면 오바를 하면서 그건 내 프로젝트니까 절대 아만다와는 상의하지말고 자기한테만 하라고 기분나쁠정도로 그런다.

참다 참다 얘가 심하다 싶으면 나도 받아친다. 니가 뭔데 나한테 얘랑 얘기해라 말아라 하냐고. 몇달전 걔가 출장갔을때 이런일을 이멜로 주고받았는데 전화까지 와서 아만다랑 상의할 문제가 아니라고 자기한테만 연락하라고 오도방정을 떨어도 걍 받아들였다. 태교다 싶어서.. -_-;

그 후로는 또 클라이언트와의 이멜에 날 끼어들이더니 이 클라이언트가 이걸 오랫동안 기다리는데 도대체 언제쯤 완성이 되냐 왜케 시간을 끄냐..이런식의 좀 기분나쁜투의 이멜을 보내오더니 쪼로록 내자리로 걸어와서 “신경쓰지마 걔네들좀 진정시키고 싶어서 그런거야..” 이러는거다. @.@ 누구땜에 그게 늦어졌는데 탓을 누구한테 감히 돌려! 그래도 참았다. 싸워봤자 난 곧 출산휴가 갈껀데 싶어서…

근데 지난 금요일에 일이 터졌다.
내가 우리 싸이트를 둘러보다가 진짜 촌스런 배너가 떠서 매니저한테 이거 누가 디자인했냐고.. 촌스러운건 참지만 우리 로고를 잘못 사용했다 고쳐야된다..담부턴 아는 프리랜서가 있으니 그사람한테 이런건 맡기자…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메니저가 나와 딜런에게 리플을 하면서 딜런이 고용한 컨설턴트가 만들었다. 그사람은 디자이너가 아니니 담부턴 네가 파이널 리뷰를 해라.. 이랬다.

여기까진 좋았다. 근데 딜런이 리플하기를 그 색깔들은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효과가 있기때문에 사용한거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 (그래, 사로잡겠지..거슬려서 눈에 확 띄겠지!)

내가, 색깔은 그렇다치고, 로고가 잘못 사용됐다. 우리 브랜드가 있는데 그걸 맘대로 바꾸면 안된다.. 이러니까

갑자기 어투가 난폭해지더니 이때까지 자기가 디자인부서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인 광고배너를 만들어내는걸 본적이 없다는거다. 니가 못하니까 내가 컨설턴트를 고용한거 아니냐 이런식으로.
아니, 이게 웬 아닌밤에 홍두깨냐고. 내가 걔를 위해 만들어준 배너가 몇십개인데 그때는 원더풀 하면서 날뛰더니…이것도 다 메니저가 지켜보는 가운데 교환한 멜이다.

그래서 아니,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대해 코멘트도 못하냐고 살짝 비꼬는 투로 멜을 보내고선 생각을 해보니 얘가 도대체 날 뭘로 생각하길래 이러나 싶은거다.

근데 더 웃긴건 몇분있다가 나한테 오더니 (상황 살피는듯) 별일 아니지? 이런다.
완전 메니저 보는데서는 날 깔아 뭉개면서 뒤로와서 살살 비위맞추는 식..예전같았으면 나도 웃으면서 넘겼을텐데 이건 아니다싶어 막 화를 냈더니 미안하단 말을 몇번이나 하던지..그래도 넘 괘씸해서 받아들이지도 않고 등돌려 모른척..-_-;

조금있으니까 메니저의 리플..혜원이 맞다. 브랜드 로고는 지켜야 한다..뭐 이런식의 내용.

나도 내입장을 밝혀야 된다 싶어 메니저한테 가서 목소리 높혀가며 얘가 도대체 왜이러는데?..뭐 이런식으로 속을 풀었다. 메니저 왈 딜런 엄마가 폐암으로 많이 아프고 그것때문에 얘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자기가 보기에도 요즘 신경이 날카로와졌다…너도 출산휴가에서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걔가 이런일을 불러일으키는지..

메지저의 말을 듣는데 왜 난 또 그 출산휴가 언급한거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건지.. 아니 이게 나 출산휴가랑 무슨 상관이냐고, 내가 애를 안낳았더라도 이건 절대 그냥 넘길수 없고 이게 한두번이 아니라고 하며 흥분하기 시작…-.,- (히스테리가 틀림없음)

………………….
암튼, 나의 주말은 이렇게 시작했고 이 얘길 다 들은 남편은 여기서 여자랑 남자랑 차이가 난다고 한다. (어떻게?? 어? 어떻게 차이가 나는건데!!)
남자같았으면 딜런한테만 따지고 메니저에겐 안간다는거다. ㅡ.ㅡ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하고…할말없음)

내가 이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게:
1. 나도 이젠 아줌마의 길을 걷고있구나
2. 애 낳고 나니 무서울게 없구나
3. 출산휴가 한게 뭐가 어때서 내가 그리 흥분을 했나

나 왜이러는건데…

 

 

17 Comments

  1. 리아맘 · September 18, 2006 Reply

    혜원..
    지금은 좀 괜찮아 졌니? 나는 그쪽 일은 잘 모르겠지만, 열받을만 하네. 남자여자 차이인건지는 잘 모르겠구, 오피스메일이 cc로 넣어져서 매니저가 들어갔으면, 매니저도 끝까지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잘될거야. 별 위로가 못되어 미안해. 예쁜 승연이 봐서 참아! ^^

  2. 그린 · September 18, 2006 Reply

    너무나 진지하고 심각하게 읽다가 혜원씨 결론에서
    너무 웃겨서 푸아하~~ 했어요.
    저두 엄마가 되고나니 방어본능이랄까?
    뭐 예전과 달리 뻔뻔도 해지고 용감물쌍하게
    변하는 제모습에 깜짝깜짝놀라기도 해요.
    하지만 어때요?
    아줌마라는 사실은….실로 정말 대단한거랍니다.
    하하

  3. Misty · September 19, 2006 Reply

    흠 … 그 딜런이라는 사람이 좀 이상한것 같은데 … 매니저가 이런 일에는 관여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딜런이라는 사람이 혜원님 출산휴가까지 들먹거릴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브랜드 로고 색깔이 잘못되서 지적한 게 잘못된 일도 아니고요 …
    제가 잘 이해 못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혜원님이 왜 화가 났었을까 이해되기도 해요. 힘내시고 … 넘 흥분하지 마시구요 … 다 잘 될거예요. ^^*

  4. 형하 · September 19, 2006 Reply

    혜원아..나도 결론 읽기 전에 흥분 하다가 결론 보고..미안하지만 피식 웃음…^^ 긍정적인 사고 방식~~~그래..이제 아줌마니까 무서울거 없어…막 덤벼…그래도 미국 회사 다니면서 그 애들과 어꺠를 나란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어그레시브한 동작들이 간간이 필요할 것 같아…^^오늘은 집에 이멀전시로 물이 안나와서 생수로 이빨 대충 닦고 나가려구..동생 오니까 별일이 다 생긴다..오늘도 화이팅이구…우리 점심 먹자~

  5. 꼬마양파 · September 19, 2006 Reply

    풉. 저도 오오.그래그래.맞어맞어.하면서 열심히 읽다가.결론정리하신거읽고. 흐흐흐흐. 역시 혜원님 너무 귀여우세요.
    그러니까 그렇게 활짝 잘 웃으시나보다..싶어요.힘내세요!

  6. Solus · September 19, 2006 Reply

    혜원아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나도 파르르 화가 난다. 요즘 왜그러는지… 무슨 컨설턴트들이 단체로 미쳤는지 클래식한 디자인은 안 먹히고 used car salesman 어프로치를 해야한다고 울 회사도 난리다. 고상하고 제대로된 디자인은 안 먹히고, 현란하고 유치한, 정말정말 cheesy해야 장사가 된다고 푸쉬를 해대니 정말 난감한….

    출산휴가에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되도록이면 remind 안시키는것이 좋고… (속으로 은근히 배아파 하는 남자 직원들이 99%임 – 놀다오는줄 아나봐..ㅡㅡ;;)

    무튼 글이 길어진다만 홧팅이다..ㅋㅋ 힘내라!!

  7. alice · September 19, 2006 Reply

    사회생활이 정말 쉬운게 아닌거 같아요. 혼자서 일 열심히 잘한다고 만사 오케이도 아니구…가만히 있는데 그렇게 와서 긁는 동료들 꼭 있죠? (저는 남편한테서나 듣는 처지입니다만…^^;;)
    애 낳고나니 무서울게 없다에 완전 동감~
    내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 때문에 어쩔수 없이 용감해 지는 듯해요. 근데 그 용감함이 이 험한 세상 애들 키우며넛 살아가는데 참 필요하더라구요. 혜원님도 직장에서 아줌마 파워를 꼭 보여주세요!!! 화이팅!!!!

  8. 손민영 · September 19, 2006 Reply

    항상 나이스하고 쿨하게 일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거지, 요는. 가끔은 살짝살짝 밟아주는것도 필요하다는걸 나두 걍 마구마구 느낀다.

  9. Hope · September 19, 2006 Reply

    정말 일이 제일 쉽고 이런일을 지혜롭게 넘기는게 제일 어려운것 같아요. 혜원님은 지혜롭게 잘 넘기셨네요~ ^ ^ 그리고, 매니저한테 가서 얘기한것은 잘하신것 같아요. 미국아들은 아무래도 자기의 입장을 제대로 밝혀주는게 중요한것 같거든요~ 이번일로 혜원님은 한층더 지혜로운 사회생활 하실거예요~

  10. Helen · September 19, 2006 Reply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상황이 완전히 비디오처럼 펼쳐집니다… 저희 회사에도 그런 사람이 있거든요. 직장에서는 참고 지내는것만에 미덕이 아닐때도 있더라구요. 그 딜런이라는 작자때문에 혜원님, 메니져 모두 시간을 들인게 얼마입니까? 그런사람은 참 회사 전반적으로 능률적이지 않으거죠. 내 자신도 자신이지만, 회사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도 혜원님께서 말씀하신게 옳아요. 전 잘하셨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제 용기를 내렵니다.

  11. 혜원 · September 20, 2006 Reply

    시간이 지나니 화도 풀리고 또 이렇게 글로 써버리니 속도 많이 좋아졌네요. 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도를 닦든지 해야지 원..

  12. 엄마 · September 21, 2006 Reply

    많–은 친구들의 위로가 힘이 되리라 . 믿네. 화—라는건 내기전에 5초만 생각 해 보련. 화 내지 않고 해결 하는것이 훨—씬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지 않을까? 화를 내고 나면 결국 이긴 기분 보다는 내 자신이 오랫동안 찝찝.???!!!
    이러면서 한 단계씩 성장???? 의사는 항상 분명히 하되, 화는??? 참게! 참게!!나. 내 출산휴가? 하며 화내는건—-좀—-
    찝찝.하지?

  13. 엄마 · September 21, 2006 Reply

    하하하.
    넌 화가 많이 났었는데. 엄마가 되갖고. 뭐라구요? 는 아니겠지?
    오직— 화가 날때. 승연이 얼굴 한번만 생각하게. 침착하게 대응 할수 있으리라. 남자와 여자의 차이—- 현민이 말이 맞네 그려. 평생을 아빠에게서 많이 느낀것—- 역시 남자는 마음이 커——–.후후후후. 웬?????? 쓰고 있는데 컴퓨–터 고치러 와서. 두번 글이 됐지 뭐니. 이제쯤엔 화—- 모두 풀렸지???용???

  14. island · September 23, 2006 Reply

    혜원님은 무척 지혜롭고 현명한 어머니를 두신 것 같네요.
    어머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남자의 마음이 크다는 것는 빼고…하하하)

  15. 뽀로로 · September 24, 2006 Reply

    그 심정 이해하죠. 내가 애 낳은 거랑 일하는 거랑 무슨 관련? 사실 일 하는게 힘든 거보다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스트레스는 다 받는 거 같아요. 암튼 그 사람도 인제 주의할테니까 한번쯤 표현하신 건 잘 하셨어요. 착하게 살려그래도 세상이 내비두질 않는다니깐요~ㅋㅋㅋㅋ

  16. 유선 · September 25, 2006 Reply

    하유,,,그순간은 정말 화나셨겠어요..지나고 보면 그순간을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도 많이 생각나지만 그속에 있을땐 치민화로 허우적대게 되죠..저도 ead카드 받아두고 직장을 구할까..고민중에 있는데..걱정입니다…
    아줌마의 특권이 또 있죠..ㅋㅋㅋ 여유만만…너는 짖고 나는 웃고….화이팅입니다….

  17. she · October 17, 2006 Reply

    내가 이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게:
    1. 나도 이젠 아줌마의 길을 걷고있구나
    2. 애 낳고 나니 무서울게 없구나

    ㅋㅋㅋ 맞아요 세상에 이제 무서운거 점점 더 줄어드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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