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in the Kit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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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뭘 만들어 먹는다는게 얼마나 귀찮은지 애들만 없었어도 매일저녁을 씨리얼로 떼우고 싶었었다.
누군 손이 큰 이웃에게 연락 받고 빈그릇 들고 저녁을 “타러” 간다고도 하는데 난 왜 그런 이웃이 없는지, 반찬 하나 만들어 싸주는 친구 없는지 잠시 우울모드. 근데 웬 우울모드?
그럼 지금까지 회사 동료들과 나눠 먹은 그 모든것들은 뭐였는지. 잠시 남의 떡이 더 커보였던것 같다.

동료 이상으로 “아무거나” 먹는 즐거움을 나누는 회사 밥동무는 여기서 몇번 언급했던것 같고 이젠 다섯명이 돌아가며 홈메이드 뭔가를 팀을 위해 싸오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성립.
이 중에는 봄 여름마다 광적으로 피클링을 하는 이도 있고, 여친이 베이커리보다 Italian Tricolor/Rainbow cookies를 잘 만드는 이도 있고, 만들어올때마다 맛은 없지만 정성이 고마워 먹어줘야하는 이도 있고, 만들 수 있는건 피넛버터 쿠키라 매번 그것만 만들어오는 이도 있다.

그래서 나도 베이킹을 하면 우리 먹을것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회사에 들고 오기 시작. 상할까봐 몇일 지난 빵들을 억지로 먹어치우는 일이 없어졌다는거.

뭘 만들어도 즐겁게 먹어주는 사람 없으면 힘 빠지는건 당연한 일인데 한동안 너무 아이들 입맛에만 맞추려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슬럼프에 빠졌던듯 하다. 음식을 나눈다는것보다 “함께 먹는 행위”에 너무 집착을 했었던것 같다.

이유가 뭐였든간에 난 의욕을 되찾았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5월초에 심었던 엄마 친구가 직접 말리신 방아씨. 지금은 무성하게 자라서 엄마가 주신 메밀부침개 가루로 방아 부침개도 만들었다.

몇년만에 먹어보는 방아냐…이 향긋함.

방아를 모르는 밥동무에게 한묶음 나눠주기로 했다. 찹쌀가루 입혀서 튀겨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방아 하면 방아 된장국. 미더덕 향에 압도 되어 조금 들어간 방아맛이 살아나지 못했지만 이런걸 고향의 맛이라고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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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때마다 엄마 생각 난다.

 

 

8 Comments

  1. Jennifer · July 26, 2011 Reply

    나도 방아 뭔지 몰라요. 근데, 방아 부침개는 되게 맛있어 보이네요.
    그리고, 난 동료들과 매일 나눠 먹는 언니가 부러워요 ^^

  2. nybenji · July 27, 2011 Reply

    방아잎…참 오랫만에 듣는 단어예요. ㅎㅎ
    주로 경상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 친정아버지가 고향이 울산이셔서 방아잎 생선찌개에 넣어서 먹던 기억이 있어요.
    특유의 향이 어렸을때는 싫었는데, 얼마전 한국에 가서 다시 접하니 향긋하니 좋더라구요. ^^

    날씨나 기분탓에 한없이 부엌일이 귀찮게 느껴지다가,
    또 어떤때는 힘을 내서 부엌에 붙어 신나게 요리를 할때도 있고…ㅎㅎㅎ
    변덕스런 제 성격탓에 남편을 굶길때도 때론 진수성찬으로 대접하기도 하는 저네요.
    혜원님은 의욕을 되찾으셨다니 축하드려요!!???!!!

    • 퍼플혜원 · July 28, 2011 Reply

      그런가봐요. 저희 부모님도 경상도라서 전 어릴때부터 먹으면서 자랐거든요. 요즘은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특히 미국선.

  3. injoo whang · July 27, 2011 Reply

    저도 주위에 음식 나눠 먹을 동료나 이웃이 있음 정말 좋겠어요. 음식이 많아 처치곤란일때 나눠주기도 하고.. 음식이 너무 없고 하기 싫을때 누가 불러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임신 3개월인데(슬쩍 소식전함^^) 입덧이 심하진 않지만 누가 맛나게 차려준 밥이 젤 그리워요. 친정엄마가 얼마나 생각나는지..
    남편은 봉지에 들어있는 냉면만 주구창장 만들어 준다는^^.

    • 퍼플혜원 · July 28, 2011 Reply

      오! 축하드려욧~
      임신 아니라도 누가 밥 먹으러 오라고 하면 그리 반가운데.. 지금 오죽하겠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4. 준맘 · July 29, 2011 Reply

    저도 혜원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방아잎으로 부침개 만들어 먹었어요…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신기했지만 실란트로처럼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직장 분위기에서 일하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나눠먹는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지라…

    • 퍼플혜원 · August 1, 2011 Reply

      실란트로와 중독성.. 동감이에요. 방아잎이 우리나라의 민트라고도 한다고 하던데.. 오히려 실란트로와 더 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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