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다음주면 벌써 20주가 된다.
5개월.
허거덕.
그럼, 벌써 반은 온거다.

막달, 출산일을 앞둔 사람들의 소감을 듣자면 아기가 빨리 보고싶다 (or 나왔으면 좋겠다)가 대부분이지만 종종 임신기간이 끝난다는게 아쉽다는 얘기도 있다. 아기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 아쉽다고.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더 잘 할수 있을것 같다고.
그 얘길 듣고 생각 좀 했다.

난 현재 잘하고 있는지…하고. 내가 얼마나 pregnancy-aware한지…지난 5개월을 되돌아본다.

입덧이 없어서 좋겠다란 얘길 많이 듣는데, 입덧의 정도가 약했다뿐이지 나도 나름대로 냄새에 민감했고, 하루종일 속이 미슥거려 껌이라도 씹고 있어야했고, 입맛도 없어 줄기차게 물냉면만 먹었었고,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중국음식이나 인도음식이라도 시켜먹을때면 웃는얼굴로 회사건물을 뛰쳐나가야만 했다.

14주 정도가 되어서야 메스꺼움과 개코현상이 완전히 사라지더니 지금까지 잠이 많아진것 외엔 별다를게 없다. 참, 이젠 배도 조금 나왔지.
총 7파운드가 쪘지만 배둘레만 늘어서인지 몸이 둔하거나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고…그냥 아직까진 쾌적한 상태. ^^

연말땐 심한 목감기가 걸린데다 회사일때문에 쉬지도 못해 하필 임신때 왜 이런일이…싶기도 했는데 그때 깨달은건 감기약을 먹을수 없다고 세상이 끝나는건 아니더라는거다. 오히려 약을 안먹으니 입에 쓴맛도 없고, 헤롱거리지도 않아 기분은 더 낫더라는…감기가 아닌 몸살일 경우 스토리가 달라지겠지만서도.

태교? 잠이 태교다. -.-;;
음악도 들을 시간이 없으니 겨우 교회 다녀올때 차안에서의 클라식채널이 전부고. 책도 뭐 아기한테 좋다는것보단 일단 내게 재밌어 보이는게 우선이니.. 이래도 되는건가.

특별히 땡기는것도, 먹고싶은것도 없고 해서 그냥 몸에 나쁘지 않는거 중심으로 먹고있다. 남편은 은근히 남들 다 해본다는 밤늦게 뭐 사러 뛰쳐나가는 모험을 해보고싶어하는것 같으나…(나도 한번 시켜보고 싶은데) 아직은…
대신 틈만 나면 과일과 야채, 우유, 요거트를 열심히 먹어주고 있고 (그나마 잘하고 있다 생각되는거 하나), 간식도 열심히 싸 다닌다.

회사에 얘기 한지도 2주가 되었는데 일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고 내가 언제 뚱뚱해질지, 후라이치킨과 초코케익을 한입에 헤치울 나의 모습을 기다리는 동료들을 보고있자면 이게 웬복인가 싶기도 하다. 뭐 이런걸 겪어본 사람들이어야 이해라도 좀 할거아냐. 자판기출신 초코 컵케익을 내옆에서 먹으면서 아기를 위해 이런것도 좀 먹어줘야 한다는 둥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걸 지껄이니, 이런 분위기에서 느는건 오직 건강하게 살아남겠다는 의지 뿐. 다행히 더이상 술마시러 가잔 얘긴 사라졌다. ㅎㅎ 짜슥들.

아무런 불편함없이 지금까지 오게되어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너무 내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몇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는 식의 이기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나 반성도 해본다.

 

 

25 Comments

  1. 이진 · January 17, 2006 Reply

    5개월이면 혜원님 아가는 ‘강아지띠’가 되는건가요??^^
    벌써 5개월이군요^^
    잔잔하게 미소짓는 혜원님 모습처럼
    입덧도 순했고, 만나게 되는 역사적인 그날까지
    모든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기를 바래봅니다^^
    성격 까다로운 사람이 입덧도 심하다고들 하던데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요…

  2. eskimo · January 17, 2006 Reply

    혜원님, 지금 최고의 태교를 하고계신걸요~? 전 있죠..둘째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기다리기가 힘들정도로 우리 큰애 임신했을때가 그리워요. 특이 체질인지 몰라도 임신 자체가 넘 기뻤거든요, 하루하루 작고 보잘것없는 제가 하나님의 창조작업을 돕고있다는 기쁨과 신비함 등등.. 혜원님, 제가 혜원님과 아가를 위해 기도드리고 있어요! 넘넘 기쁜 기도제목이예요~

  3. 리아맘 · January 17, 2006 Reply

    혜원아, 너무 잘하고 있는걸.
    끝까지 열심히 하길 바래.
    화이팅이야~

  4. 손민영 · January 17, 2006 Reply

    응, 퍼펙트 태교를 하고있는것 같은걸.
    기특하다 울 혜원이. ^^

  5. 김형민 · January 18, 2006 Reply

    저도 둘째를 낳은지 이제 5개월반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둘째는 첫째때에 비해 너무 한게 없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또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다시 임신기간을 지내게된다면 좀더 잘할수있을것같은데..ㅎㅎ 지금 제가 보기에도 혜원님이 하시는 태교가 최고인걸요.. 저는 임신기간들 내내 입덧이 하나도 없었던 정말 이상한 체질(!)이었기에 남편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헛구역질하는 장면들은 다들 오바였다고 생각하고있다는…
    아이를 낳고나서 키우는 일들이 더욱 힘들었지만 그럴때마다 내 일생에 단 한번뿐인 시간이라고, 지나면 다시는 그 1분1초는 내 평생 다시는 볼수없는 소중한 기억들이라고.. 매순간 힘들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그 순간까지도 최대한 내 머리속, 맘속에 사진기처럼 찍어두고싶었더랬어요..
    지금 이순간을 즐기세요 혜원님~ 내안의 나를 닮은 다른생명이 함께하는 하루하루를요~!!

  6. joy · January 18, 2006 Reply

    엄마가 평안하게 지내는게 제일 좋은 태교라잖아요. 혜원씨는 참 잘하고 계신듯~ 벌써 20주가 됐군요! 2세의 성별도 확인하셨나요? 이제 서서히 하나 둘 준비해야겠네요. 저는 배가 비면 울렁거리는 입덧이라 정말 끊임없이 먹어줬답니다. 덕분에 살이 초반부터 착실하게 뿔었죠. 혜원씨는 아주 적당한 듯 싶네요. 하루 하루 즐기시기를… ^ ^

  7. 혜원 · January 18, 2006 Reply

    이진님 네, 벌써 5개월이에요. 6월 예정이구요. 이젠 남일이 아니다 싶어요. ㅋㅋ
    eskimo님 이게 잘하고 있는건가요? 너무 하는게 없는데..-.- 기도 고마워요^^
    리아맘, 시차는 적응 좀 됐어? 넘 피곤하겠다. 난 그냥 내생활에 치여사는데 이것도 잘하고 있는거라니 위로가 된다.
    민영, 고맙다. 밥 사줘.-_-;;
    형민님 제남편도 다른친구들 와이프들에 비해 너무 조용하다며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약간은 시시해하는것 같아요. 저도 하루하루를 즐기려고 노력하고있어요. 고맙습니다.^^
    조이님도 고맙습니다. 아직 성별은 몰라요. 담주면 알게 될거 같은데…ㅎㅎ

  8. 손민영 · January 18, 2006 Reply

    밥이야 언제든지!
    기둘려라…이번주만 지나면 나두 숨좀 돌린다…^^

  9. inhee · January 18, 2006 Reply

    언니 나 왔다~~ 회사에 얘기 했구나,, 애들이 다 이제 언니 배 커지는거 신기하게 같이 쳐다보겠다..걔네들이 옆에서 sympathy craving하나보네,컵케잌을 대신 먹게.. ㅋㅋㅋ
    언니가 행복하고 편하면 애기도 맘이 편할거야,, 나도 빨리 보고 싶다.. 담에 볼땐 초음파사진이라도 보여줘 ^^

  10. 성희 · January 19, 2006 Reply

    정말.. 다시.. 축하드려요..^^ 작년 말 부터 올해초까지 주변에서 임신소식을 마니 들었답니다.
    혜원님을 포함해서요..^^
    아기도 건강하고, 엄마도 건강할려면 무엇보다도 스트레스 받지않고, 좋은 생각만 하고 즐겁게 지내는게 젤 좋을것같아요.
    배가 더 불러와도 왠지 스타일리쉬할것같은 혜원님, 몸 조리 잘 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전 기나긴 6개월에 한국 생활을 끝내고, 26일 출국합니다.
    담주엔 더 가까운 곳에서 널러올께요~ ^^

  11. 연정 · January 19, 2006 Reply

    감기에걸려버리다니…ㅉㅉ
    힘들었겠다…
    누군가 그러더라…제일 좋은 태교는 산모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산모 자신이 편하고 좋은걸 하는게 젤 좋은거라고…
    꼭 클래식 듣고 책을 읽어야 태교가 이니지?^^
    좋은 생각 많이 하고 좋은것만 보고….
    아프지말구~

  12. 엄마 · January 19, 2006 Reply

    wattup yo. my computer isn’t connected to the internet, and i’ve grown too lazy to log off and back on again. guess who? your mama~~

  13. namu · January 19, 2006 Reply

    혜원님 원더우먼이십니다!
    즐태하시고 자나깨나 감기조심!!
    아자아자 화이팅!!!

  14. 혜원 · January 19, 2006 Reply

    민영, 오케.
    인희야, 돌아왔구나. 안그래도 어제 네 얘기 했는데, 올때가 됐는데 하고. 전화할께.^^
    성희님, 드디어 돌아오시는군요. 근데 오기싫죠? 오믄 한번 만나요^^
    연정언니, 이젠 다 나았어요. 요즘 생각할게 너무 많아서 이게 편한맘인지 뭔지도 모르겠는거 있죠. -.-;; 잠은 잘자니 편한건가…
    요 혜준, 난 진짜 엄마가 그사이 ghetto말을 배운줄 알았다. ㅋㅋ
    namu님, 화이팅 고맙습니다.

  15. Misty · January 19, 2006 Reply

    혜원님, 임신 축하드려요~
    오래간만에 왔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 있어서 제가 괜히 더 기쁘네요. 아기도 혜원님이랑 남편분 닮아서 넘 이쁠것 같아요. ^^
    태교 잘하시고 이쁜 아기 나으세요, 홧팅!! *^^*

  16. april · January 20, 2006 Reply

    혜원님~
    정말 지금하시는거 이상의 태교는 없을거 같아요. 입덧도 심하시지않고, 감기 이외에는 건강하시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예정달도 많이 덥기 전이라 좋으시겠어요. 어쩜 그렇게 퍼펙트한 타이밍이 되셨는지 ㅋㅋㅋㅋ
    남은 날들도 씩씩하게 건강하게 잘 보내시고, 요새 날씨가 이상한데, 건강 조심하세요~~

  17. 혜원 · January 21, 2006 Reply

    Misty 님 고맙습니다. 이쁜아기 나와야할텐데..^^
    april님 감기도 다 낫고 지금은 최상컨디션이에요. 고맙습니다~

  18. 강제연 · January 21, 2006 Reply

    언니야~언니글 읽으니깐 정말 나의 임신10개월이 눈앞에 확~지나가는구나~정말 magical한 순간들이었어~나는 태교란 태교는 다 해보고(음악,동화책,미술관람,꽃꽂이,종이접기외…)지냈는데 막상 마음이 항상 불안했던지라 울 아기 지금 엄청 민감한 아기가 나왔어 –; 우리 엄마왈 내가 너무 유난떨어서 아기도 유난떠는거라고~ㅎㅎㅎ 어쨌든 언니가 생각하기에 정말 맘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는게 태교인거 같아~아~기독교인에게 가장 좋은 태교는 찬송엄마랑 아빠가 직접 불러주는거구 기도많이 하고~매일밤 엄마랑 아빠가 목소리크게 기도해주는거~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그리고 정말 나도 나름대로 힘들었던 임신기간이어서 빨랑 나오기를 바랬는데 지금은 가끔씩 불룩불룩 느껴지던 태동이 그립긴해~항상 내몸과 함께란 생각에 너무 신기하고 좋았거든~지금도 나한테서 안떨어지고 딱 달라붙어있지만 말이야~아이고~울엄마 오늘 서울로 가셨거든~이제 육아라기 보다 정말 survive하는게 달렸어 나에게는! 그래도 정말 애기 얼굴 한번만 봐도 피곤이 가시기는 해~남은 임신기간 재밌게 즐기길 바래~이렇게 고생하면서도 정말 또 둘째도 갖고싶은 생각들거든~임신기간이 재밌어서라기 보다는 그때의 경험들이 너무 갑지고 하나님께 감사드린 시간들이라서 그랬던가봐~암튼…그리고 언니 아기 성별 베팅을 해보자면~음…물냉면으로 봐서는 나는 딸로 점찍어보쥐~ㅋㅋㅋ

  19. klimt · January 22, 2006 Reply

    나두 한마디 거들자면…^^ 아가하고 대화를 많이 했으면 해.. 아빠도 함께.. 우리 아가 암마랑 밥먹자.. 엄마는 이게 어떻고 저게 어떻고 …등등.. 시간이 지날수록 아가가 뱃속에 있을 때 내 상황을 다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영향이 있는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떄가 많더라구..
    엄마가 느끼는대로 말야..
    즐겁고 유쾌한 아가를 위해 혜워니의 임신기간도 즐겁고 유쾌하길 바래~~~

  20. 은쥬 · January 22, 2006 Reply

    에헤~ 늦었지만 임신 축하드립니다~ 저희딸은 이제 3돌이 가까워 오는데 임신기간 정말 눈깜짝할사이에 지나간거 같아요. 엄마가 즐겁고 유쾌하게 보낸다면 분명 순하고 건강한 아기가 나올꺼예요..
    여자가 제일 아름다운 순간..맘껏 누리시고 행복하세요~~

  21. 앤지 · January 22, 2006 Reply

    맞아요. 엄마 마음이 편한 게 제일 좋은 태교인 것 같아요. 전 운전하고 출퇴근 할 때 애한테 쉬지 않고 얘기를 해줬거든요. 집으로 가는 길도 알려 주고, 신호등도 설명해 주고 등등.. 그랬더니 울 딸, 놀 때도 잠시도 입을 가만 있지 않네요. 하루종일 종알종알이예요.

  22. 홍신애 · January 22, 2006 Reply

    역시 잘 지내고 있는듯 해서 너무 기뻐요 언니가 튼튼하고 즐거워야 애기도 좋고…. 특별핸 태교가 뭐 필요 한가요?^^* 전 어제 친한 친구의 언니를 만났는데 아주 오랜 기다리 ㅁ끝에 임신을 해서 이제 8개월에 접어 들었더라구요. 제가 그모습을 보니 눈물이 다 핑…. 임산부 처럼 아름다운 여자도 세상에 없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언니는 살도 많이 안 쪘네요.^^ 7키로면….^^ 내가 한국 와서 먹어서 찐거랑 별반 안 다른디…ㅠㅠ 즐거운 임신 생활 맘껏 누리세요. 나누 임신 생활이 그립다는….ㅎㅎ

  23. 주영이 · January 23, 2006 Reply

    그러게….
    무탈하게 조금은 수월하게 잘 지내고 있어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좋은 거 많이 보고, 좋은 생각 많이해서 이쁘고 건강한 아기를 만나기 바래!!
    맘 편안하게 건강하게 잘지내~~

  24. stella · January 23, 2006 Reply

    모두 옛 이야기구먼..요즘은 아들 학교 레지스터하러 다니느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당…좋은 유치원 보내기가 대학 가기보다 어려워서리…ㅋㅋ 배나온 모습을 꼭 보고싶당 사진 올리도…

  25. 혜원 · January 24, 2006 Reply

    제연아, 넌 안봐도 훤하다.^^ kate는 잘 자라고있어? 언제 사진보러 놀러가야지^^ 엄마가 다시 가셨구나. 그래도 잘하리라 믿어. 언제 내가 전화할께~
    klimt언니, 그렇게 대화도 해야되는군요. -_-;; 공공장소에선 좀 그렇고 집에서 함 해봐야지.
    은쥬님, 고맙습니다. 저도 순한 아기를 위해서 기도하고있어요. 친구왈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해서..ㅋㅋ
    앤지님, 넘 귀엽겠어요. 요즘은 애들 말하는게 왜케 귀엽게 들리는지…
    신애씨, 아직까진 별 힘 안들고 잘 보내고있거든요. 담에 나 볼땐 헉헉 거릴지도 몰라~
    주영아, 고맙다. 너도 잘 지내고있지?
    stella 어제 통화 반가웠다 오랜만에 하니 할얘기도 많더라고. 조만간 찍어 올릴께.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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