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걸 버리다니

몇주전에 요리책 콜렉션을 정리한다고 관심있는사람은 어디어디로 오라는 사내이멜을 받고 동료랑 같이 쏜살같이 달려간적이 있다.
6개월전쯤에 Family Circle매거진 주최로 요리책을 50센트에 살수있는 북쎄일이 있었는데 그땐 꽤 건질만한게 있어 책 열두권을 6불에 샀었다. 그걸 생각하고 갔더니, 최소한 몇십년은 된 듣도보도 못한 책들이 미팅룸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먼지로 증발해버릴것만 같은 상태의 표지와 도서관에서나 맡을수 있는 고서냄새…

실망을 하고 발걸음을 돌리려 하던차에… 확 눈에 띄는 책 세권을 발견. 북디자인 교과서에서나 볼듯한 이 세권 — 첫눈에 반해버렸다. 일단, 이 세권만 봐도 그때 그시절 (이 세권이 모두 1940년대 초반에 출간) 요리는 “빨강” 이어야하구나..란걸 뚜렷히 표현해주고… “즐거운” 요리 라는 개념을 심어주려는듯한 느낌의 표지가 대부분이었다. 아마 그땐 가족을 먹여살리기위해가 목적이지, 즐겨서 요리를 하는사람은 많지 않았나보다.
세번째 책에 아직 붙어있는 금딱지 가격스티커 주목: $1.9x (아마도 $1.99 싸다~) 그리고 쿠키 스펠링 주목^^

아마도 편집장의 낙서인듯…
잡지에 나오는 레시피도 대부분이 다 다른레시피를 응용한거다. 나도 얼마전에 알게됐는데 레시피에서 적어도 두가지 재료(와 분량)만 다르다면 거기서 또 다른 하나의 레시피가 탄생한다는거다. (잡지마다 다른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무슨 법칙이 있다고 한다 -.-;;) 하긴, 요리는 창작이 아닌것처럼 잡지도 매달 창작을 할수는 없는거겠지.

고화질 컬러사진들 위주의 현대요리책들과는 달리 모든게 다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사진 절대 찾아볼수 없음. 있다하더라도 흑백사진. 이것도 얼핏보면 사진같아도 자세히보면 그림. 사진 저 뒷편에 세워져있는 레코드판..ㅋㅋ

이것도 그림. 전에 읽었던 Finding Betty Crocker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그시절 그렇게 유명했다던 Betty Crocker의 쿠키 레시피..

Italian Cooking for the American Cooks 를 펼치니 이런 스케치밖에 없다. ㅎㅎ Pork Chops를 그려놓은것.

이태리와 폴란드 요리책의 “for Americans”란 구절이 인상적이다. 그땐 외국음식이 생소할수밖에 없으니 미국인들도 쉽게 할수있다! 란 의미로 이렇게 강조를 하나보다.

내가 구해오지 않았으면 쓰레기통으로 갔을 이 소중한 역사의 한토막. 이 외에도 괜찮은것들이 많았는데 어떻게 이런걸 다 처치할수가 있는지… 책을 버리는것도 죄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같이 갔던 동료도 너무 씁쓸하다며 집만 컸으면 저것들을 다 가지고 갔을거란 농담을 했다.

 

 

9 Comments

  1. goindol · October 11, 2005 Reply

    너무 멋지네요. 저런거 계속 모아서 나중에 50대쯤 되면 요리책콜렉터가 되는건가요? 음…암튼 옛날요리책보면서 요즘에 먹는 음식들이 있나 조리법은 어케 변했나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2. island · October 11, 2005 Reply

    재밌네요. (도서관에선 책 골라 버리는 작업을 weeding 이라고 하죠.) 전에 어떤 책에서 Tolkien 의 The Lord of the rings 의 first ed. first printing 이 만불가까이 된단는 것을 읽고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책의 판, 쇄가 뭔가 따지던 때가 있었는데… 낡은 Betty Crocker cooky book 의 edition 이 뭔지 한번 보세요. title page 바로 뒷장 verso page 에 보면 있을꺼여요. 혹 1st ed. 1st printing 이라면 몇 십년 더 소장하시면 값어치가 많이 올라갈 듯 해 보이네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요리책 많이 보시고 저같은 사람들에게 많이 많이 가르쳐주세요.

  3. sueah · October 12, 2005 Reply

    내용도 흥미롭지만, 디자인史적 가치가..
    보진 못했지만, 저도 동료분과 같은 생각이 드네여.
    새 주인이신 혜원씨가 이뻐해주세여~~ ^^

  4. april · October 12, 2005 Reply

    혜원님은 정말 요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네요. 요리를 하는것뿐만 아니라 요렇게 책들도 모으시나봐요? 저도 한때는 요리책 사는걸 좋아했는데, 입맛이 점점 한식위주로 되어가니 요리책 펼칠일이 거의 없어서… 이 책들은 레서피보다는 cookbook 의 변천사를 보여주는듯한 책들이네요. 소장가치가 있을듯해요. 저 몇년전에 Julia child 가 했던 그 옛날 cooking show 를 우연히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그기억이 나네요. ^^

  5. 혜원 · October 12, 2005 Reply

    goindol님 요리책콜렉터 할만큼 많았음 얼마나 좋겠어요. 그건 집도 넓어야할수있을거 같은데^^;;
    island님 방금 확인해봤는데요, first edition, first printing이라고 쓰여져있어요!! 앗, 그럼! @.@ 소중히 모셔야겠네요..좋은정보 고맙습니다.
    sueah님, 그죠. 가치로 따지자면 너무 소중한것들인데 참 너무 처참하게 없어진다 싶더라구요.
    april님 모으는건 아니구요, 그냥 있으면 챙긴다 이거죠. 요즘 나오는것들은 가끔 번뜩이는 아이디어때문이기도 하고 주로 사진때문에 사보게 되더라구요. 전 한번도 Julia Child의 프로를 끝까지 본적이 없어요. 커다란 냉동터키 들고 난리치는 장면은 기억이 나도..^^;;

  6. 노아맘 · October 13, 2005 Reply

    요리책들을 참 많이 읽으시는거 같아요.. ㅎㅎㅎ
    근데 저게 사진이 아니구 그림이란 말이죠? 뜨아.. 정말 옛날 레시피로 하면 옛날 맛이 날까요?

  7. citron · October 14, 2005 Reply

    저도 얼마전에 교보에서 70%에 판매하는 오랜된 요리책들을 몇권 데리고 왔는데, 아주아주 옛날에 나온 책들은 사진없이 글이나 그림으로만 만들어져 있더라구요. 헤헤헤… ^^

  8. Solus · October 15, 2005 Reply

    혜원님 오랜만에 왔어요..
    정말 귀한 자료들을…@.@ 알아봐주는 주인을 만났으니 다행이에요… ^^

  9. 혜원 · October 17, 2005 Reply

    노아맘님 솔직히 이 책들 보고서도 별로 여기요리를 해먹어보고싶단 생각은 안드네요. 사진과 그림의 차이인지…-.-;;
    citron님 그죠. 교보에서도 그런 판매를 하나봐요? 흠 재밌겠는데요?
    Solus님, 저도 아마 책장 한구석에 쳐박아두겠죠 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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