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king Duck + Kamo Nanban

예전에는 집에서 북경오리를 만들어보는 열정도 있었는데 살다 보니 그럴 시간도 여의치 않고 오븐벽에 튄 오리 기름을 감당할 용기도 없어져버렸다.

그러고보니 정말 오랜만에 먹는 페킹덕이다. 회사에서 최근 친해진 동료의 아빠가 차이나타운 유명한 Peking Duck House의 오리 전문 셰프시라는 얘길 듣고 밥동무와 함께 찾아갔다. 30년전에 이민오셔서 같은 곳의 버스보이로 시작하셨단 아빠는 이 곳의 탑 오리 셰프셨다. 제일 좋은 자리에 테이블을 예약해 주시고, 음료수와 디저트까지 정말 기대하지도 않던 특별서비스를 해주셨다. 음식점에 따라 페킹덕 뼈를 안주는 곳들도 많아서 동료를 통해 우리가 시킨 오리 뼈는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간단한 질문을 했었는데 “how many?”라고 물어보시며 원하는 만큼 주겠다고 답이 옴. ㅋㅋ 그럼 각자 하나만 달라고 했는데 집에 와보니 두마리..^^;; 인심도 좋으셔라. 다음엔 가족들 데리고 꼭 가기로 했다.

우리가 시킨 오리가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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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도록 싸먹고 남은 음식들 두봉다리 지하철에서 냄새 풍기며 갖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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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까지 붙어있던 오리 두마리는 랩으로 싸서 일단 냉동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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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후 일본식 소바 디쉬라는 Kamo Nanban을 만들어보기 위해 육수를 끓여본다. 양파 당근 셀러리 등 있는 채소들 좀 넣어서.

머리는 도저히 끓이기 좀 그래서 잘라서 버리고 몸뚱아리만.. 간장, 후추 약간으로 간을 하고 기름을 체에 걸러낸 후 뼈에 붙어있던 살을 손으로 뜯어서 육수와 함께 보관. 냉장고에 하룻밤 두면 응고된 기름을 완전히 걷어낼 수 있음. 주말에 이렇게 만들어 냉장보관 했다가 주중 저녁으로 면만 삶아서 저녁 한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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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레시피 따라한건 없지만 오리육수에 고기 얹어 먹는 소바나 우동 디쉬라니 그냥 되는대로 만들었는데 가족이 진짜 맛나게 먹어줬다. 수란이라도 있었으면 비주얼이 좀 더 나았겠지만 이날은 그냥 김 한장으로 심심한 그릇을 꾸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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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로스팅된 뼈를 사용하니 육수의 구수한맛이 깊다. 오래전에 통닭 굽고 남은 뼈로 닭육수 만들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 시절은 오데로 갔나…

 

Peking Duck House
28 Mott St.
New York, NY

 

 

 

 

10 Comments

  1. Clara · October 16, 2014 Reply

    와…정말 대단하세요~!
    전 아마 저렇게 남은걸 가지고 와도..”어떻게 데워먹지?” 이상으론 생각 못했을거예요.
    로스팅 한 오리라서 저리 진한 색의 육수가 나오는거겠죠?
    꼬리 곰탕도 로스팅을 먼저 한 후에 끓이면 그렇게 맛있다던데…
    진짜 국물이 진하고 맛있었을것 같아요~!

    • 퍼플혜원 · October 17, 2014 Reply

      저 육수색깔은 간장에서 오는것도 있고요. ㅋㅋ 암튼 맛이 다르긴 하더라고요 구수한게.
      하긴 누군 레스토랑에서 bone marrow 시켜먹고 뼈 싸와서 육수 낸단 말에 웃은적이 있는데 ㅋㅋ

  2. Colette · October 16, 2014 Reply

    저 이거 너무 좋아하는데 가격은 어떤가요?
    츄릅~~~
    일본식 소바 디쉬는 너무너무 맛나 보여요

    • 퍼플혜원 · October 17, 2014 Reply

      오리 한마리에 $48이네요. 비싸보여도 양이 많아서 네명정도 나눈다 생각하면 될거 같아요. 저흰 둘이 먹고 싸와서 담날 가족 저녁으로 먹었어요 -.-;;

  3. 이진 · October 16, 2014 Reply

    Irvine 에 오리 매달아 놓고 파는데 있는데
    오리값도 많이 올랐더라구요 ㅠㅠㅠ
    오리 좋아하고, 맛있어 가끔 먹었는데……………
    담엔 whole 로 사다 혜원님 처럼 국물 만들어 소바 넣고 먹어 봐야겠는걸요~^^

    • 퍼플혜원 · October 17, 2014 Reply

      외식할때 오리가 흔치 않아서인지 duck confit같은거라도 있음 꼭 시켜요 ㅋㅋ 꼭 땡길때가 있더라고요.

  4. Jennifer · October 17, 2014 Reply

    저 라면 진짜 훌륭해 보임!! 나 한동안 아무것도 안해먹고 있는데 (김치 볶음밥 수준 제외 ㅋㅋ) 날도 쌀쌀해지니 뭔가 만들어봐야겠어요. 베이킹도 좀 하고.

    • 퍼플혜원 · October 24, 2014 Reply

      이거 진짜 진국맛이 나더라고 ㅋㅋ 역시 슬로우푸드는 다른가봐.

  5. · October 17, 2014 Reply

    와~~~진짜 대단하신 걸요? 저희 시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그대로 만드시네요^^ 저는 소바누들에 먹는 건 처음 알았네요^^ 한번 해 먹어 봐야쥐. 저흰 주로 egg noodle(아주 가늘고 약간 꼬불거리는)로 먹었었는데…..중식당가도 이렇게 주곤 해서. 여기 일식당들은 좀 괜찮은 곳은 이런 면요리하는 곳이 드물고, 아님 정말 학생들 상대하는 정말 ‘간단버전’ 일식당이라 국물 맛 이런걸 논할수(?)없는 맛이고^^ 그래서 전 중국분들만 이렇게 피킹덕 뼈로 국물내서 국수 말아 드시는 줄 알았네요^^
    시어머님이 아주 귀한 것 주시는 것처럼 가족끼리 피킹덕 점심을 하자고 하시구는, 가시기 전에 “이거 뼈는 버리지 말고 육수내려 국수말아 먹어라….진짜 맛있다” 아시길래 “아~~~진짜로 너무(?) 알뜰하신거 아닌가?”라며 속으로 투정부렸는데, 나중에 물어 보실까봐 ‘그래 한번은 해 먹어 본다’ 했다가 완전 반했어요. 어찌나 국물이 진한지…..
    그담엔 roasting chicken 뼈도 이렇게 해보니 진짜로 다르드라구요^^ 그 담부턴 시어머님 말씀 귀담아 듯습니다^^ 어머님이 사실 요리를 좀 하시는데…..어른들 왜 진짜 알뜰하게 살림 하시잖아요^^ 그래서 그냥 저희 시어머님의 ‘ 특별한 알뜰’ 방법인 줄 알고 쬐금 귀찮게 들었네요^^ 이래서 어른들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하나봐요^^
    혹시 egg noodle에도 말아 드셔보셨나요?

    • 퍼플혜원 · October 24, 2014 Reply

      안그래도 라멘 해먹으려고 에그누들을 사고싶었는데 마켓 갈 시간이 없어서 집에 있는 소바로 했어요.
      저도 간만에 알뜰해보네요. 원래 알뜰이랑은 거리가 먼데..뼈 하나 더 남았으니 그땐 꼭 라멘 버젼으로 해보려구요.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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