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chbox Update

도시락 싸기가 즐거워지는 날이 올줄은 정말 몰랐다.
지난 몇년동안 도시락 슬럼프도 있었고 몇달 중단한 적도 있었지만 이젠 애들이 컸는지 내가 큰건지 ㅋㅋ 요즘은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에 샤워를 하고 도시락을 싸는 시간이 싫지가 않아졌다. 그렇다고 좋지도 않음. ㅋㅋ
귀찮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에 이 도시락을 먹을 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 정성껏 싸주고 있다.
일단, 승빈이가 급식을 너무 싫어함. 첫 입학할때는 급식을 제발 하게 해달라고 조르더니 아직 이 학교 다닐 날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벌써 실증이 난건지…. 어느날은 chicken dumpling이 나왔는데 raw해서 gross 했다느니, 오늘 나온 런치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냥 당근조각만 먹었다느니, 학교에서 주는 피넛버터 젤리 샌드위치는 피넛버터가 뭉쳐서 rock 같다느니… 이런말을 들으면 참 속상하다. 그럼 열시간동안 학교에 있으면서 대체 뭘 먹었단 말이야?!

그래서 메뉴가 마음에 안드는 일주일 이틀정도만 싸주다가 이젠 애들의 부탁으로 매일 싸게 됨. 절대 먹기싫은건 버리지말고 가지고 와야 내가 다음엔 다시 싸주지 않는다고 신신당부를 하는데도 요즘은 얼마나 도시락을 매번 싹싹 비워오는지 드디어 애들이 철이 들었나 싶기도 하고 ㅋㅋ 한편으론 이녀석들 칭찬 받으려고 다 버리고 오는건 아냐? 의심을 하기도 하지만 뭐, 내가 알 길이 없으니 그냥 믿어보는걸로.

6년 전 도시락의 세계로 입문했을때 과다의욕으로 Lunchbots 셋트를 구입했었는데 써도 써도 낡지 않는 스뎅 도시락 ㅋㅋ Leak proof가 아니라서 내용물에 제한이 좀 있다는것 빼곤 마음에 들어 몇년동안 열심히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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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주문이 자주 들어오는건 우메보시가 들어간 주먹밥. 귀찮아도 원한다면 만들어줘야 하는게 엄마의 마음. 한국에서 날아온 이층도시락들도 요즘 자주 사용하는 도시락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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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랜 고민끝에 가장 최근에 구입한 Yumbox.
칸칸이 leak proof란 점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건데 새로운 세계가 열린것 같은 느낌. 예를 들어 칩이나 크래커를 눅눅해질까봐 샌드위치와 한통에 넣을 생각도 못했는데 이걸로 가능하고 요거트도 넣어가기 시작. 하지만 아주 묽은 드레싱 종류는 따로 작은 용기에 담아 넣는게 안전함.

저녁때마다 이통 저통 설거지 하기가 번거로웠는데 이건 딱 두피스라 수월해졌고 간식통도 이걸로 바꿀까 고민중이다. (Yumbox는 사이즈별로 있어 잘 보고 용도에 맞게 고르셔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뚜껑 저 뚜껑 열지 않고 한번에 뙇! 열수 있어 좋다는 아이들.ㅋㅋㅋ 대만족이다. 아무리 leak proof라고 해도 국은 절대 넣지 않는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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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텅텅 빈 냉장고로 겨우 한끼 도시락 짜내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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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엄마의 도시락을 고마워 하는 나이가 되었다 ㅎㅎㅎ
승연이도 주말에 마트에서 도시락재료를 직접 고르는걸 즐기고 나도 그녀에게 도시락 주문을 받는 식으로 하니 예전에 싸준거 안먹었다고 스트레스 받는일도 덜한것 같음. 홈메이드 드레싱만 고집하던 우리도 시판 랜치 드레싱을 사보게 되고 죽순은 그냥 삶아서 넣어주면 “Disgusting!” 하구나 란걸 배웠음.

 

 

10 Comments

  1. Jamie's nana · May 7, 2017 Reply

    혜원님!!!
    정성이 듬뿍 담긴 점심을 어떻게 아침에 준비하시고 출근하셔요?
    감탄~~ 임니다.
    엄마의 사랑 많이 받는 승연, 승빈이 부럽네요.
    제 딸이 보고 배워야 하는데… 손주들이 불쌍하네요.
    쑤퍼 우먼에게 기립 박수 보내요.

    • 퍼플혜원 · May 10, 2017 Reply

      감사합니다. 요즘은 애들이 워낙 도시락을 좋아해줘서 더 힘이 나는거 같아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 신혜정 · May 8, 2017 Reply

    알록달록 예뻐요~ 전 주로 전날 먹고 남은 음식 수준인데 –;;

    • 퍼플혜원 · May 10, 2017 Reply

      저희도 먹고 남은 짜투리가 많아요. 그냥 무조건 알록달록하게 하는거죠 ㅎㅎ

  3. Scentedrain · May 27, 2017 Reply

    저는 아이가 4살부터 한글학교 가면서 간식싸려고 YUMBOX 를 샀는데 그땐 일주일에 한번이라 정말 칸칸 다 채워서 싸줬는데… 이제 킨더가고 매일 싸주려니… 저 칸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아침에 정말 일어나지지가 않아서 요즘은 일주일 두세번 정도만 싸주네요. 아직 어려서 YUMBOX 무게가 좀 걸리긴 하는데 leakproof 라 너무 좋아요. 그래도 오렌지처럼 향이 강한 음식은 옆칸에있는 샌드위치 빵에도 나더라고요.
    혜원님이 알록달록 얘기하셔서 저도 색샛별로 싸주려고 해요. 아이반 선생님들이 런치 너무 예쁘고 잘 싸준다고 하셔서 별것도 아닌데 아이 “기” 살려준다고 맨날 고민하며 싸주네요. 항상 그렇듯 늘 여기서 아이디어 얻고요.ㅋㅋ

    • 퍼플혜원 · May 30, 2017 Reply

      칸이 부담스럽단 말씀이 막 와닿으면서 혼자 웃었네요 ㅋㅋ
      요즘은 저 밥 종류 고민중이에요. 저녁늦게까지 스케줄 있는 날은 밥을 싸주는데 밥을 더 잘먹는거 같아서리… 그리고 조만간 스낵사이즈 염박스 사려구요 ㅎㅎ

  4. Sylvia · May 30, 2017 Reply

    정말 대단하시단 말밖에요.. 또 저 많은 야채들을 골고루 먹어주는 아이들 또한 부럽고요…
    저어기 위 주먹밥 아래 샌드위치 옆 작은 하얀 통에 갈은 고기 같은건 뭔가요? 가운데는 소금? 인가요?

    • 퍼플혜원 · May 31, 2017 Reply

      아 저거는 요거트 위에 뿌리는 시리얼인에요. 그리고 승연이가 토마토는 실온 상태로 소금에 찍어야 먹어서 (야채는 승빈이가 훨씬 잘 먹어요) 토마토 먹이려고 저렇게 싸드리고있어요 –_- 소금도 알맹이가 굵은 후레이크스탈이셔야 한다고 –_-

  5. 애셋맘 · June 22, 2017 Reply

    우와!!!
    도시락 대박이예요
    죄책감 느끼고 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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