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About Milk

내가 lactose intolerant (유당불내증)인지 테스트 중.

지금 나흘째 유제품 섭취를 하지 않고 있는데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유제품이 들어간 음식들(모짜렐라 치즈 들어간 파스타, 버터가 들어간 모든 빵)을 먹고 있어 이거 뭐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게 지난주 화요일에 시작이 되었다.

milk-battle1

//화요일//
우유 한컵과 삶은 달걀 두개를 아침식사로 먹고 하루종일 심한 설사에 시달림. 그냥 시차와 피로가 겹쳐서 몸이 적응중인가보다 하고 넘김.
마침 그날 점심시간에 침을 맞으러 갔는데 입 주위에 집중적으로 난 여드름과 상처(이렇게 뒤집어지는건 오랜만인데 한국에서 최악이었음) 들을 보더니 장이 안좋냐며 묻는다.
배를 눌러보는데 꾸르륵 꾸르륵..
혹시 나 lactose intolerant나며 묻는다. 난 아니라고 대답. 음식 알러지는 없다고 대답.
의사는 이건 알러지와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일단 유제품 끊어보라고 권유한다. 거의 확신한다고.
평소때 소화는 잘 되냐고 물어서 난 대체로 잘 되지만 가스가 자주 생겨 트림을 억지로 해줘야 하는데 그닥 심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그냥 습관적 트림이라 생각한다고.

milk-battle2

//수요일//
아침엔 우유 대신 물을, 회사에서 두유를 사서 마셨다. 꼭 unsweetened를 사서 소금을 약간 뿌려먹으면 콩국맛이 나기때문에 넘 맛나다. 먹고 10분 후에 목주위 피부가 화닥화닥거리더니 두드러기가 빨갛게 솟아 오르는것임. @.@ 나 콩알러지 없는데 이건 또 무슨 상황? 회사동료들이 보더니 이건 분명 hives라면서 나 두유 알러지가 있는거라고 확신. 헐.

milk-battle3

//목요일 아침//
우유도 못마시고 두유도 못마시니 뭘 마시나 해서 전날밤에 남편에게 rice milk, hemp milk, coconut milk 아무거나 무조건 unsweetened로 사오라고 부탁을 하니 unsweetened coconut milk를 사온다. 아몬드 우유는 너무 자주 마셔 좀 질린 상태. 이 김에 새로운것 맛 좀 보자 싶어 아주 반가워 함.

아침에 컵에 따르는데 뭐가 걸쭉한게 보기만 해도 거북하다. 남편은 맛보더니 gross라고 하고 나도 동의했지만 버리기 아까워 꾸역꾸역 마신다. 억지로.

출근하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거 같은게 영 불편함.

이거 내 장이 탈이 나도 완전 탈이 났구나 싶어 급하게 의사를 만남. 하필 내가 가던 의사가 다른데로 이전을 했다고 해 회사 근처에 리뷰 좋은 의사로 한명 선택하고 무조건 감.

milk-battle4

//목요일 점심시간//
특별히 어디가 아픈것도 아니니 대충 지난 사흘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며 장이 이상한건지 내가 lactose intolerant인지를 모르겠다며 대기실에서 계속 머릿속으로 정리를 했던 순서대로 풀어놓는데 왜이리 웃긴지 한번 터진 웃음이 끊이질 않아 첨 보는 의사앞에서 실례같아 너무 민망했는데 나중에 의사도 터짐. -.-

내 얘기를 너무너무 잘 들어주더니 첨으로 던지는 질문이 “Why do you try to drink milk everyday?”.

나: 물론 칼슘과 비타민 D 섭취를 위해서 어쩌구저쩌구.. 난 골다공증이 싫어 어쩌구 저쩌구..
의사: 포유류중 사람만 모유 이후로 계속해서 우유를 섭취하는 동물이야. 우유를 마실 필요가 없어.
나: 엥? 그럼 칼슘은…
의사: 균형있는 식습관이라면 음식에서 칼슘섭취 모두 가능하고 자주 걷는 뉴요커라면 비타민D도 햇빛으로 충분해. 당장 오늘 집에가서 우유 버리세요.
나: 우리집에 애 둘이 있기때문에 우유가 꼭 필요해요!
의사: 애들도 우유가 필요없고 과다한 칼슘 섭취는 오히려 뇌성장에 방해가 되기도 해.
나: 헉!
의사: 나도 애가 둘인데 한명만 우유에 집착을 해서 하루 한잔씩 마시는데 그나마 염소우유가 모유와 가장 흡사하기때문에 그걸 마셔요. 그런데 우유를 마시는애보다 안마시는 애가 오히려 헤모글로빈수가 높아요. 뉴욕타임즈에도 관련기사가 났었는데 꼭 읽어보세요.
나: 오마이갓. 다 첨 듣는 얘긴데..
의사: 평소때 소화는 잘 되구요?
나: 잘되는것 같기는 한데 트림을 자주 해줘야 하고 5월에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가서 온갖 검사 (혈액, 심장박동수 등등)를 했었는데 알고보니 배에 가스가 차서 가슴까지 올라온것이었음. -_-;;
의사: 오늘부터 당장 유제품 끊고 2주동안 지켜봅시다. 따로 테스트 할수 있지만 이게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니.

//목요일 오후//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당장 그 기사를 검색해보고 완전 몰랐던 신세계를 발견. 가장 놀라운건 미국내 90%의 아시언들이 lactose intolerant란 사실이다. 나같이 그냥 불편하지 않을정도의 가벼운 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유제품 완전 끊음으로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는것 또한 놀라운 사실.

Got Milk? You Don’t Need It
후속편: More On Milk

배가 너무 고플때 음식을 먹으면 자주 체하기는 하지만 이건 다 겪는 증상이라고 생각돼 별 신경 안썼었는데  이것도 과연 연관이 있는걸까.

 

이렇게 2주동안 끊어보고 증상이 사라지면 땡큐인거고,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지난주 일들은 잠시 장이 미쳤었던거라 생각하고 몰랐던 지식 습득에 감사하며 우유를 새로운 눈으로 볼것이다.

만약 내가 lactose intolerant란 결론이 나오면 정말 치즈나 요거트까지는 못 끊을것 같다. 우유는 끊되 다른건 양만 줄이면 되지 않을까? ㅋ

이제 나이가 드니 별의 별게 다 생기고 몸의 작은 변화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건강이 제일이니까.

우리 모두 건강해야 해요!!!

 

 

14 Comments

  1. Bangsil · September 17, 2013 Reply

    LOL! 저도 lactose intolerent예요. 워낙 우유를 어렸을때부터 싫어했는데 한 5년 안마시다가 우유로 만든 라떼 한번 마시고 배탈이나서..그때부터는 우유 입에도 안대고 있는데. 두유도 별로 몸에 안좋다고 하더라구요. 아몬드밀크도 별로고, 코코넛밀크는 더 별로고. 그냥 물마시는게 좋은것 같아요. 요거트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속은 괜찮더라구요. 치즈도 별로 안좋아해서-_- 모짜렐라만 피자먹을때 아주 가끔 먹는 편인데 그것도 괜찮고. 우유만 문제인것 같아요 저한테는.

    제가 생각해도 우유는 overrated!!

    • 퍼플혜원 · September 19, 2013 Reply

      정말이지 물이 최고에요.
      방실님 생각보다 별로 안좋아하시는게 많네요 ㅋ 완전 의외라는 ㅋㅋ

  2. Amy · September 18, 2013 Reply

    유당불내증 ㅠㅠ 전 지금 무지 고생중이에요. 지난주 탈 난 이후로 유제품 안마시고 안먹은지 5일이 지나도 자꾸 꾸르륵거리고 설사하고..두유마셔도 니글니글 울렁특히 찬 우유나 치즈 요거트 먹음 바로 화장실가죠.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성인이 되니 아 이게 그거구나 하며 알겠더라구여. 저도 치즈랑 요거트는 못끊겠어요. 아플거 알면서도 그냥 먹고 아프자 이래요 ㅋㅋㅋㅋ 좋아해도 맘껏 못먹는 이 실정 너무 슬프죠?

    • 퍼플혜원 · September 19, 2013 Reply

      갑자기 지난주부터 시작된거에요?
      알러지같이 이것도 갑자기 생기는 현상인지 ㅠㅠ 전 정말 이번처럼 탈이 난건 처음이거든요. 어째요 ㅠㅠ
      전 모르고 라떼도 마시고 하는데 (너무 엄격히 안끊어서 별 효과 없을것 같아요 흑) 배는 괜찮거든요.

  3. citron · September 18, 2013 Reply

    저희 아이가 이제 만 3세반인데, 지난해에 일년 가까이 설사로 고생을 했거든요.
    정말 설사이야기는 말하면 머리 아플 정도인데, 알러지 검사를 해도, 유당알러지 이런건 없고.
    그런데 또 한국에 와서 우유를 마시면 괜찮고 그래서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고 있다가.
    Lactose free milk로 바꾼 후, 점차 설사가 줄어들더니, 지금은 괜찮답니다.
    그러다 친구들집에 가거나 해서, 다른 친구들처럼 우유를 갑자기 마시면 그날 저녁이나 담날 설사가 다시 시작되고.
    유당불내증이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해주셔서 이제는 조심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거트, 버터, 치즈등은 아이가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의사샘도 괜찮다고 하시고.

    멀리서지만,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 바래요.

    • 퍼플혜원 · September 19, 2013 Reply

      승빈이랑 나이가 똑같네요^^ 와 근데 애가 설사로 고생하면 너무 힘드시겠어요.
      전 이런 기사도 읽고 또 주위 경험담도 들으니 괜히 보통 우유 먹이는것까지 찜찜하네요. 그렇다고 별 탈 없는데 바꿀 필요는 없는것 같구요. 아..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요인을 알아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쭈욱 건강하길 바랍니다.

  4. peanut · September 18, 2013 Reply

    저는 좀 웃기긴 한데…ㅋ 우유맛이 그냥 싫었고, 또 우유만 먹으면 설사를 해서 초등학교 이후부터는 거의 안마시고 살아요. ㅎㅎ
    치즈도 안 좋아하고.. 근데 이상하리치만큼 요거트는 또 넘 맛있고 이건 먹으면 속이 불편하지는 않더라구요.ㅋㅋ
    실은 저도 얼마전에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영상을 보고 그동안 우리가 우유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정보들이 잘못된것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언니가 올린 기사와도 내용이 비슷한데 링크걸께요. 한번 봐도 좋을것 같아요.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UsAcK_J0lA8

    한국과 멀리 사는 우리지만 그래도 오늘부터 추석연휴네요.. 언니 추석 잘 보내고, 정말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요!!! ^^

    • 퍼플혜원 · September 19, 2013 Reply

      오 정말 제 주위에도 많았네요?
      오 유튭링크 고마워요. 오늘밤에 한번 봐야겠어요. 해피 추석~

  5. Younjin · September 20, 2013 Reply

    혜원님이 우유를 언급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그동안 혼자 꿍!!!!!
    절친들에게 우유는 안 좋다고, 아이들에게 먹이지 말라 했었는데 워낙 미디어에 세뇌당해있어 안 먹히드라고요.
    또 남의 집 식습관가지고 계속 이래라 저래라할수도 없고,,,
    여태 증거 자료도 없이 떠들었는데 뉴욕타임즈 구독해야 겠어요.ㅎㅎㅎ

    글구 윱튜 링크 걸어주신 피넛분께도 감사!!! 제가 하고픈 말들이 고스란히 있네요..

    건강을 지킵시다!!!!

  6. injoo whang · September 21, 2013 Reply

    저도 이런 얘기들 들어오고 위에 유튜브도 얼마전에 봤거든요.
    우리딸 우유 엄청 잘 마시는데 너무 많이는 안 먹이려고는 하고 있어요.
    근데 소아과에서 하루에 마실 양을 정해주고 꼭 그렇게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하잖아요. 그것도 좀 못미덥지만 또 왠지 우유 잘 안먹으면 키 안클거 같기도 하고.
    저는 우유를 원래 마시는건 안 좋아하고 치즈많이 먹음 배아프고 그래요. 그래도 라떼와 생크림은 포기할 수 없어요. ㅠㅠ

    • 퍼플혜원 · September 23, 2013 Reply

      저도 그래서 매일 한잔씩 마시는걸로 했거든요. 골다공증 예방이라면서. ㅠㅠ
      승빈이도 하루에 두번은 꼭 우유를 마시는데 끊을수도 없어요. 오바만 하지 않으면서 별 탈 없으면 애들은 그냥 먹이려구요.

  7. pearl0918 · September 22, 2013 Reply

    저는 인류학을 전공해서 학생들한테 인류학 개론 강의할 때 LIT 얘기를 아주 자주 많이 해 왔어요.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물론 혜원님 고생하시는 게 반갑단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 학생들에게 인류학에 대한 흥미를 키워주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예이기도 하구요.

    LIT는 대대손손 낙농을 해 온 지역 사람들(북유럽과 아프리카 일부)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그들이 예외지요.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모든 포유류는 젖 뗄 때가 되면 저절로 몸 속에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 분비가 끊기니까요. 하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히 유제품을 섭취해 주면 락토스 리지스턴트가 되어서 우유를 마셔도 탈이 나지 않아요. 전 인류학 하다보니 gene에도 관심이 많아 제 유전자 분석도 해 봤는데요, 그러면 금방 결과 나온답니다. 유전자에서 컨트롤 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전세계 대부분 성인들이 유당 분해효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북유럽과 아프리카 일부계 사람들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거구요.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신빙성 있는 가설은…아주 오랜 옛날에는 당연히 모두가 젖 뗀 후에는 우유를 소화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신석기 시대 접어들어서 낙농을 주로 하는 집단이 생겨났고,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유제품을 먹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성인이 되어서도 유당을 분해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그 당시에는 돌연변이!) 사람들이 더 생존에 유리해 자손을 많이 남겨 결국은 오늘날 그 지역 출신은 거의 다 우유를 마실 수 있다–랍니다. 재밌지요?

    유당은 가공이 되면 될 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우유는 못 마셔도 요구르트나 치즈에는 별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른 몸 상태 회복하시길 바래요!

    • 퍼플혜원 · September 23, 2013 Reply

      어머 너무 친절한 설명 감사해요. 정말 흥미로운 사실들이에요.
      어제 교회에서도 님 글 다른 엄마들에게 보여줬어요 ㅎㅎ 와 근데 정말 이런걸 공부하시다니 멋지십니다 (너무 저와는 별개의 분야라 ^^;;)
      전 또 아침에 빈속에 우유 한잔을 마실때마다 속이 메스꺼웠는데 우유를 올가닉으로 바꾸면서 그 증상이 사라졌다고 믿고 있었거든요. 그 후로는 유제품은 모두 올가닉으로 바꿨구요. 그런데 이런것도 다 그냥 심리적인거구나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같은 우유인데 메스꺼움이 사라졌다고 느끼는것도 좀 그렇고. -.-

Leave a Reply to pearl0918 Cancel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