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the Long Story

Tutti

작년 7월 7일에 시작한 바이올린. 거의 일년이 되어간다.
뭔가 새로운걸 배우게 된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첫 몇달은 모든게 아름다워 보이던 허니문 스테이지. 악보 읽기를 시작하자 자기가 잘 하지 못하면 피하려고 하는 성격의 승연이는 또 거부하기 시작. I HATE VIOLIN! 이란 소리는 이제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음.

이게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애가 재미를 느껴야 조금이라도 하려고 하는 의욕이 생기겠기에 연습당 스티커 하나 받는 스티커북 시스템도 도입했고 또 지루한 스케일도 재미있는 피아노 반주가 받쳐주면 또 노래가 되기에 난 녹슨 피아노 솜씨로 이래저래 다양한 반주 제공. -.-;;  정말 많은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다.

난 피아노는 오래 쳤어도 현악기는 처음이라 이건 내가 함께 배우지 않으면 연습도 못시키는구나 싶어 30분 레슨에 같이 들어갔고 필기를 하고 아이폰으로 동영상까지 찍어가며 시작을 했다. 예전엔 이렇게 한다는 엄마들은 다 극성맘들이라고 혀를 차던 나였는데 이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애 연습도 못시키는 지경에 이르니 필수과정인 셈이라는거다.

승연이가 피아노를 딱 1년 배우다가 그만 둔 아픈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레슨비만 버리는 꼴이 나지 않기 위해 이번엔 나도 이를 악물고…

애가 뭐를 어떻게 배우는지를 알아야 연습을 시키는데 그땐 피아노 선생님집에 내니가 데려다주기만 하면 내가 연습시키는건 되겠다 했던게 대착각. 난 한국에서 한국말로 피아노를 배웠고 승연이는 영어로 배우니 언어부터가 다르고 ㅠㅠ 설명하는 방식도 다르니 얘가 아무리 내가 설명을 해도 못알아듣는거였다. 그럼 니가 배운대로 해봐라 하면 I don’t remember. T T 이래서 난 일년동안 멀쩡한 애만 잡고 승연이는 노래 몇개 외워치는게 다.. 악보 읽는것도 결국에 못 배운채 피아노를 접었다.

그때 바이올린을 하고싶다 해서 피아노는 조금 있다 다시 배우는걸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본것이다. 에혀… 그넘의 악기가 뭐길래…. (경험맘들에 의하면 피아노도 병행해야 음악 전체를 이해하는데 필수코스라고 해 한 고비 넘기니 새로운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

선생님에게 배운걸 연습마다 엄마가 다시 설명해주고 자세교정도 해야하는데 승연이의 젤 쪼꼬만 바이올린을 들고 이래저래 시범을 보이려니 너무 답답해서 나도 이참에 바이올린을 배울겸 중고 바이올린을 찾던 중 너무 운좋게 친구 시누이의 거라지에서 썩고있다는 바이올린을 공짜로 손에 넣게 되었다. ㅎㅎ 빌린거라 곱게 사용중.

내가 또 직접 풀사이즈 바이올린으로 시범을 보이니 그 자세라는게 쉽지 않더군.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말로만 애에게 이래라 저래라 소리만 질렀던게 쫌 미안했다. 내가 함께 치니 승연이가 너무너무 흥이 나서 더 열심히 하긴 하는데 나야말로 따로 연습을 하나도 못하니 (본을 보이긴 커녕…) 그사이 승연이 진도가 확 나가버린것. ㅠㅠ 진도를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난 절대 함께 듀엣을 꿈꿀수 없게 되어버렸다.

맨윗 사진은 지난 주말에 있었던 Year End Concert.
학기말에 그 뮤직스쿨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여 콘서트가 열리는데 이때 학생들은 선배들의 공연에 자극도 받고 한다. 승연이(둘째줄)는 백명의 학생들이 함께 연주하는 마지막곡 Somewhere Over the Rainbow에 참여. 제일 기초적인 Violin IV 파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마침. 사실 조금 틀려도 묻혀버리는 규모였지만 이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이에게 정말 좋은 경험인것 같다. 난 피아노라 소규모 개인 리사이틀밖에 안해봤는데 이 나이에 이런 오케스트라에 설 수 있는 승연이가 솔직히 부럽다.

요즘은 내가 없으니 집중을 더 잘하는것 같아서 내가 레슨에 들어가질 않고 레슨 후 선생님에게서 요점정리를 받는다.
교실밖에서 앉아있는 꿀같이 달콤한 그 삼십분. 나만의 시간. 그 시간을 이용해 난 뜨개질도 하고 책도 읽으며 정신적인 힐링타임을 가진다.

지금 작은넘도 바이올린 할거라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데 그땐 정말 우리 스케줄이 어찌 된다는 말씀?

 

 

16 Comments

  1. Clara · June 18, 2013 Reply

    아유…승연이 대견하네요…
    저렇게 대규모 연주의 한 부분을 맡아서 했다는 뿌듯함도 클 것 같네요. 좋은 경험이었을꺼예요~
    내가 배운적이 없는 걸 애가 배운다면…정말 난감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경험 많은 부모가 아이 키우기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드네요…에긍~ (저도 피아노만 배워봐서;;;).
    저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conservatory가 있어서, 거기서 하는 프로그램이 참 다양한데…직장 다니는 입장에서 참 참여하는게 쉽지 않아요. 다행이 주말에 저희 애들 두명이 함께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봤더니..우쿨렐레예요…우선 이거 부터 가르쳐 볼까 싶어요. 사실 우쿨렐레 애들이 하는게 엄청 귀여울 것 같아서요..하하.

    • 퍼플혜원 · June 20, 2013 Reply

      오 요즘 우쿨렐레 (한글로 쓰인걸 첨봐서 한참을 이게 뭔가했네요 ㅋ) 많이 하더라구요. 사실 제 주위에 너무 많아서 종종 바 같은데서 쇼도 하고 그래요 ㅎㅎ
      승연이도 작년에 친척에게서 우쿨렐레를 선물 받았어요! 아.. 정말 배우면 재밌을거 같아요. 그러면 같이 시작하셔야할듯.ㅋ

  2. Rosa Lee · June 18, 2013 Reply

    승연이 잘 하고 있는데요…대견해요. 칭찬 많이 해주세요. 저희 딸 성격과 비슷해서 많이 동감이 되요…계속 지금과 같이 아이를 도와 주면 잘 할것 같네요. 재미가 붙으면 연습을 스스로 하더라구요. ^^

    • 퍼플혜원 · June 20, 2013 Reply

      연습마다 제가 헐크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어요 흑흑
      칭찬 많이 해주라는 말씀 들으니 갑자기 짠하나요. 오늘밤엔 꼭 칭찬을 해줘야겠어요. ㅠㅠ

  3. Joy · June 19, 2013 Reply

    저도 요즘 녹슨 피아노 솜씨로 Katie 연습 시킬때 마다 저혈압이 고혈압으로 올라가는 체험…
    Katie가 짜증 낼때마다Peter Rabbit never gives up을 노래하며…
    피아노 자체는 싫어하지 않는것 같은데
    자기 피아노 억지로 칠때 동생은 아빠랑 재미나게 내는게 싫어 온갖 행패??를 부리는데…
    짜증 안부리고 잘칠때는 옆에서 난 뱃살을 좀 빼볼까 하고 훌라후프를 시작했는데…
    뱃살 빠지기 힘들것 같아요~~
    거의 옆에 앉아 노래해야함 :(
    “Peter Rabbit Never Gives Up!!”

    • 퍼플혜원 · June 20, 2013 Reply

      상상만 해도 넘 웃겨요. 하기싫은 애 앉혀놓고 훌라우프 죽어라 하는 모습.. 게다가 그 노래까지! ㅋㅋㅋㅋㅋㅋㅋ

  4. Jihye kim · June 19, 2013 Reply

    저 경험 정말 좋지요…
    지금 에이든에게 사진 보여주니 바로 나는 인스트루먼트는 안할거야 이래버리는데요?
    피아노도 겨우 하는지라…
    저렇게 언ㄴ 오빠들이랑 큰 무대에 서는 경험 정말 값질 거에요.

    • 퍼플혜원 · June 20, 2013 Reply

      오 준이 이름이 에이든이었어요? ㅎㅎ 제가 젤 좋아하는 남자이름인데 몰랐네요 ^^그죠.. 피아노 하나로 족하죠 지금 나이엔 ㅋ

  5. pebble · June 20, 2013 Reply

    한때는 음대지망생.. 아이들도 다 음악을 했고요..
    훔… 굳이 음악을 꼭 시켜야하는 이유가 있는건가요…

    • 퍼플혜원 · June 20, 2013 Reply

      ㅋㅋㅋㅋㅋ 그죠그죠.. 한때 음대지망생워너비로서 저도 매일 그생각 한답니다. ㅠㅠ

  6. eugenie · June 20, 2013 Reply

    안녕하세요~ 넘 오랜만에 댓글 달아서 쑥쓰럽지만…

    승연이이의 공연을 축하합니다~~
    승연이는 어쩜 저렇게 어디서든 눈에 쏘옥 들어올까요? 정말 볼수록 미인이군요!
    아래 있는 승빈이 사진은 마치 바이올린을 준비하는 자세라고 할까요… 넘 사랑스러워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공감가요.
    전 혜원님처럼 직접 배울 생각은 꿈에도 못 했는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저도 어릴 때 취미로 피아노만 해봤지 현악기는 잡아보지도 못 했던 터라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라서 매일 야단만 쳤던 것 같아요.
    그래도 현악기를 시켰던 것은 딸아이가 바이올린을 무척 좋아하기도 했지만
    언젠가 오케스트라든 실내악이든 다른 사람들과 음악으로 호흡을 맞출 기회가 있을 때
    ‘참여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호흡의, 공유의 기쁨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 그것 때문이었죠.
    지금은 초등 5학년인 딸아이는 전공할 정도의 재능을 갖춘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학교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서 파트장까지 되어 즐겁게 주말마다 연습한답니다ㅋㅋ.

    오케스트라나 합주의 경험은
    아이가 ‘함께 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그만큼 아이는 성장하는 것 같구요.

    • 퍼플혜원 · June 20, 2013 Reply

      저도 혼자 피아노만 쳐서 참 외로웠는데 이런 기회가 주어지니 정말 너무너무 좋아요. 자극은 확실히 되구요. 말씀대로 다른사람들과의 호흡, 그거 중요한거 같아요. 와 파트장이라…^^ 축하드려요. 거기까지 가기엔 엄마의 노력이 장난이 아니었을텐데.. 부럽습니당.

  7. Jennifer · June 20, 2013 Reply

    승연이 진짜 눈에 확 들어옴! ^^
    난 7월에 서울도 가고, 이래저래 이번 학기 기타 등록 안했는데, 거의 2주 넘게 한번도 안치고 있음 ㅠㅠ
    어른도 이런데, 애들도 꾸준히 연습하는거 진짜 힘들거라는 생각이 듦 ㅎㅎㅎㅎ
    우리 나중에 바이올린과 기타 합주 하자고요! 언니도 얼른 진도 뽑아요 ㅋㅋㅋ

    • 퍼플혜원 · June 21, 2013 Reply

      2주는 암것도 아니지…ㅎㅎ 진짜 이건 다 엄마들의 숙제야 ㅠㅠ 함 보자.. 나도 언제 다시 바이올린을 들어볼지. ㅋ

  8. secondcup · July 2, 2013 Reply

    아.. 정말 혜원님 홈페이지 볼때마다 감탄 감탄 또 감탄이예요
    홈맘인 저도 잘 못하는걸 워킹맘이신 혜원님 어쩜 이리 척척 잘 해내시나.. 싶어서.
    또 한편으론 제 모자란 역할수행(?)에 대한 자괴감으로 괴로워 합니다. ㅎㅎ
    남자아이이긴 하지만 악기는 필수라 생각하는데 아이가 호응을 전혀 안해줘서 아직
    악기 시작도 못했거든요.
    포스팅 보고 다시 용기 가져봐야겠어요. :-)

    • 퍼플혜원 · July 8, 2013 Reply

      어머 저도 완전 겨우겨우 하고있어요. ㅠㅠ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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