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의 썬데이

직장인의 Monday Eve병이 “오마이갓, 벌써 내일이 월요일이얏” 으로 끝난다면 직장맘의 Monday Eve병은 “오마이갓, 벌써 내일이 월요일이얏, !@^^@#$@&^$@!IY를 오늘 다 해놔야 하는데” 라고 끝난다고 할수도 있겠지.
오늘 다 해놔야 할일들중 제일 첫째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야지 가 아니라면 난 나쁜 엄마인가.

I Was a Really Good Mom Before I Had Kids 란 책을 읽으며 (빌려서 읽다 너무 당연한걸 가지고 이런다 싶어서 그냥 읽다 말았음) 문득 그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이가 더 좋아할것은 내가 만들어 놓는 반찬이 아니라, 구워놓는 빵이 아니라, 그냥 나와 보내는 시간이라고. (그러고보니 그 책이 그리 쓸데없는 책은 아니었군)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서도, 난 눈앞에 보이는 “해야할일”들을 하기에 바쁘다.

교회 마치고 그 동네에서 일주일치 장을 보고 오면 퇴근후 잽싸게 요리할수 있도록 재료들을 씻어두고, 썰어두고, 반찬을 만들고 하다보면 어느새 저녁시간. 저녁을 먹고 일어나면 티비앞에서 디저트 먹으며 내일이 월요일임을 다시한번 되새기고, 피곤해 짜증내는 아이를 목욕시키고 재운다.

그리곤 다음주 토요일에 많이 놀아주자 이런다.

그래서 지난주일엔 고추를 다져서 넣은

멸치볶음을 만들고

혜준이가 한국서 가져온 옥수수 식빵 믹스를 반죽모드로 돌리고 (나의 냉장고만한 제빵기와 한국믹스 사이즈가 맞지 않아 따로 오븐에 구워야함)

스테이크를 먹고싶어하는 남편을 위해 meat and potato 식의 저녁을 만들었다.
멋부린다고 A1 소스 대신 홀푸즈에서 올가닉 스테이크 소스를 샀더니 맛이 여엉….

이렇게 나의 썬데이는 또한번 지나갔다.

옥수수빵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 세쪽씩이나 먹는 승연일 보면 남은 믹스 하나로 오늘 당장 해주고 싶으나 적어도 세시간 이상이 필요하니 주중엔 자꾸 시간을 놓친다. 그래, 그날 만들어놓길 잘했어. 라며 나자신에게 위로를…

 

 

8 Comments

  1. sunnyvan · March 19, 2008 Reply

    종종종종 바쁘게 움직이시는 일요일밤의 직장맘 혜원님 모습이 보이는듯 해 안스럽네요. 그나저나 고추넣은 멸치볶음 하시면 승연이도 먹는지가 왜 갑자기 궁금한건지. ; )

  2. 주영이 · March 20, 2008 Reply

    열심히 종종거리는 네 모습이 상상이 된다. 직장 맘 힘내라구욧!!!

  3. 성희 · March 20, 2008 Reply

    옥수수빵 저도 참 좋아해요. 여기서도 한국빵집에서 잘 사다먹곤 하는데 집에서 만든 방금 나온 따뜻한 빵만큼은 아닌것같아요.

  4. 리아맘 · March 20, 2008 Reply

    너무도 공감하는 내용.. 일요일 오후만 되면 슬슬 불안해 지고 스트레스가 되는..
    화요일 종일과 수요일 오전이 난 젤 힘든것 같아.
    너무도 잘해먹이고, 훌륭한 엄마. 혜원 홧팅! ^^

  5. 혜원 · March 21, 2008 Reply

    이번 부활주일은 승연이와 많이 놀려구요..
    참 승연이가 매운걸 좋아해서 고추도 씹어먹더라구요. 오늘은 흑미빵믹스로 만들었는데 옥수수빵만큼 잘 부풀지가 않네요…

  6. mina · March 24, 2008 Reply

    전 수욜이 젤 힘든것같아요ㅠ.ㅠ
    글고 오늘, 당연 월요병으로 흐느적 흐느적거리고 있슴당~~

  7. Solus · March 24, 2008 Reply

    애들이 있음 썬데이 저녁부담이 2배..
    힘내라 혜원이!

  8. 혜원 · March 25, 2008 Reply

    전 수요일은 괜찮던데…주중이라서 힘든가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