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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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내다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루종일, 정말 밤까지 화면앞에 있다보니 시력이 더 나빠지는걸 막기 위해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이것 뿐. 요즘 또 잡다한 생각들이 많다보니 집중력도 떨어져 머리를 식히고 포커스를 맞추기엔 이 방법이 최고.

사무실 책상 옆으로 내다 보이는 뉴욕 뷰이다. 회사가 이 건물로 이사 온지도 벌써 5년. 아직도 그라운드 제로 근처는 공사로 많이 어수선하지만 지난 세월동안 새로운 건물들과 상가들이 많이 자리를 잡았다. 이젠 점심을 사러 나가도 들러볼 곳들이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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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내가 뉴욕에 살고 있구나 란걸 실감하게 해주는건 더러운 지하철, 종종 보게 되는 미친사람들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창밖 뷰도 그 중 하나. 나도 저 수많은 창문들 속의 한 사람일뿐…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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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걸 멈추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단 생각을 하루라도 안해본 적이 없다. 짧은 주말여행으로, 당일치기로 머리를 비우고 가족들에게 올인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있는 이상 절대 그건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예 나라를 떠서 휴대폰과 인터넷 없는 아날로그 생활을 해야 그게 될것 같다. (아, 그리운 바하마여…)

사진이란게 참 희안하것이… 찍을 당시 날씨가 어땠는지, 카메라를 어떻게 메고 있었는지, 저 머그잔에는 우유가 얼마나 담겨 있었는지, 난 뭘 입고 있었는지, 심지어는 대화 내용까지, 냄새까지… 모니터에서 고개를 돌려 아이들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듯한 착각을 일으킬때도 있다. 이걸 day dreaming이라고 하는거겠지. 또 사진 볼때마다 하는 생각. 애들이랑 떨어져 이거 뭐하는 짓인가를 거의 매일 중얼거리긴 하지만 내가 집에 있는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잘해 줄 자신도 없기에 현실에 충실하려고 최대한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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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간식 체질이 아니였는데 요즘은 어찌나 입이 심심하다고 하는지. 초콜렛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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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건 주로 너트류와 과일, 시리얼, 맛없는 크래커, 초콜렛인데 이런건 또 땡기지 않아 동료들 책상 돌아다니며 군것질을 장난 아니게 함.ㅠㅠ7017906193_3f232b9e01_b

내일 모레 떠날 짧은 여행, 많이 기다려진다. 누가 짐이나 좀 싸줬으면…

 

벌여 놓은 일들이 많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중이다. Need 와 Want로 분류시켜 want는 일단 접는걸로… 그 중 하나가 퍼플팝스 뉴스레터. 가입해주신 분들껜 죄송하지만 더 불어나기 전에 지금 그만 두는게 최선이라 생각되어…

 

 

20 Comments

  1. Clara · April 10, 2012 Reply

    그래도…밖에 나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게 참 행복한거 같아요.
    (전업주부의 위대함을 정말 절실히 알기 때문에….)
    가끔 나에 대한 생각…가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시간이 조금이나마 있다는것…
    (물론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거리를 조금 두고 나와서 시간을 갖는건 또 다른거 같아요)
    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제 책상이랑은 정말 비교가 확! 되는 코너코너들 이네요…
    한쪽에는 읽다만 페이퍼들 마구 쌓여있고….여기저기 anatomy 사진…그 앞에 인스턴트커피 봉지…데이터 사진들..
    아휴…진짜 지저분;;;;

    저 젤라또 통이 참 예쁘군요!!!
    통이 탐나서 몇개 먹어줘야겠어요!

    • 퍼플혜원 · April 18, 2012 Reply

      맞는 말씀입니다. 알면서도 큰 한숨 나올때가 더 많아요.ㅠㅠ 저 젤라또 저희집 페이버릿이에요. blood orange 넘 맛나구요, 전 코코넛도 좋아요. 다른맛도 다 맛나지만요.

  2. Jihee Kim · April 10, 2012 Reply

    많이 지치셨나 봐요…
    짧은 여행이 휴식과 활력이 됐으면 좋겠네요.

    • 퍼플혜원 · April 18, 2012 Reply

      네 며칠이라도 다녀오니 좀 낫네요. 화도 덜나고.ㅋ 감사합니다.

  3. Pumpkin · April 10, 2012 Reply

    전업주부님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시겠지만, 직장맘으로 가슴에 아련히 남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한동안 하던 생각들을 혜원씨가 정리해준 느낌이 드네요. 잘 먹지 않던 간식에 손이 가는 것 까지.. 혜원씨보다 서너살쯤 많은 아이들 둘 키우면서 일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실천에 옮기려는 중입니다. 곧 뉴욕에 갈 기회가 생길 것도 같구요. 힘내세요.

    • 퍼플혜원 · April 18, 2012 Reply

      흠. 이 글 올리고 며칠뒤에 몸무게 쟀는데 헉스.. 4파운드 쪘더라구요. 이번주부터 스낵 끊었습니다. 배고플때 너트류 먹어주고요.

  4. 세연맘 · April 10, 2012 Reply

    저 젤라또 통을 저렇게 쓸수 있군요! 전 식기세척기에 넣었다가 다 찌그러져서 걍 버렸는데 담번엔 손으로 씻어서 저렇게 사용해야겠어요. 샌프란에서 가져온 저 기라델리 초코렛통도 너무 이쁘네요 – 저도 회사로 가져와서 꾸며봐야겠어요 ^^ 생활의 아이디어 배워가요 고맙습니다! ^^

    • 퍼플혜원 · April 18, 2012 Reply

      저 젤라또 통 여기저기 너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애들 스낵도 다 거기에 종류별로 넣어두니 좋구요.

  5. Jennifer · April 10, 2012 Reply

    그래도 이렇게 확트인 뷰가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예요. 저도 가끔 회사 창밖 내다보면 기분 좋아져요. 저 아몬드 통 저도 여러개 있어요. ^^ 주말여행 잘 다녀와요~

    • 퍼플혜원 · April 18, 2012 Reply

      그지.전엔 옆건물 벽 보고 일하다가 여기로 이사오니 좋더라구^^

  6. Scented rain · April 11, 2012 Reply

    아— 오랜만에 왔는데 오늘 제 마음 같네요. 오늘 좀 일이 있었는데 어린딸 데이케어 맡기고 이게 뭐하는건가 생각이 참 많은 날이었어요. 사람들은 아이들도 일하는 엄마 자랑스러워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 그런말들이 오늘 다 핑게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 졌었는데… Priority 를 확실하게 해야하겠구나 깨달고 가요. 힘내세요. 여행 잘 다녀오시구요.

    • 퍼플혜원 · April 18, 2012 Reply

      평생 그런 마음 갖고 살거 같아요. 엄마 없어도 애들만 잘 커준다면야..

  7. Bangsil · April 11, 2012 Reply

    혼자 지내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생각 많이해요. 매일 시간에 쫓기고, 하고싶은 일은 머리에만 가득:) 가족이 있는 혜원님은 더 하시겠죠? 맛있는 군것질 열심히 하시고 힘내시고~즐겁게 여행 준비하시길 바래요! 들뜨시겠다!!!

    • 퍼플혜원 · April 18, 2012 Reply

      방실님도 홧팅!학생이 얼마나 바쁜데요~ 전 숙제 없는것만으로도 만족. ㅋㅋ

  8. jamie's nana · April 12, 2012 Reply

    댓글을 꼭 쓰고 싶어요…
    일하는 여자, 일하는 엄마들은 항상, “내가 지금 무엇하고 있지??”를 수없이 자신에게 물어보지요..
    70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경험임니다. (저는 나이 50에 타의에 의해 일을 안하게 되었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힘든시간이 지나면, “나자신을 뿌듯하게 느끼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지요…”
    혜원씨는 쑤퍼, 쑤퍼 우먼이예요…
    한 단계를 낮추고, “나 자신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시간을 주면서, 사랑하면서, 느슨하게 지내요..”
    건강하셔요. 힘내셔요…

  9. youn · April 12, 2012 Reply

    집에 있는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잘해 줄 자신도 없기에 현실에 충실하려고 최대한 노력중이다.<— 정답이에요. 똑같이 더 잘해줄수 없어도 혜원님은 가계에 도움도 주고, 자랑스런 엄마의 모습을 갖추고 계십니다. 전 도대체 뭐랍니까. -_-
    facebook 친구요청 참 뜬금없는데 그냥 했어요. 수락안하셔도 경찰출동 안합니다…ㅋㅋ (죄송해요. 한국온지 6개월 다 되어 가니까 이런말 밖에 생각이…)

  10. 최순영 · April 13, 2012 Reply

    혜원씨.. 여행 으로 재충전 하시고 또 달려보는거예요.. 감사의 조건들을 헤아려보면서~~ 힘내세요 ^^

    • 퍼플혜원 · April 18, 2012 Reply

      네. 감사합니다. 다행히 재충전 되었답니다. 몸은 더 피곤해도 정신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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