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Time of Year

항상 이맘때 우리집 여자들은 한차례 아픈것 같다. 승연이가 변기앞에서 토할때 머리 올려 잡고 등을 쳐주는 나, 그리고 그걸 옆에서 구경하는 승빈이. 작년 이맘때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오늘 이 순간에 승빈이는 토를 하지 않았다는 점.

아프면 더 엄마를 찾는 법이라 작년엔 내니를 부르지 않고 내가 결근하고 집에 있는데, 승연이 토하는데 따라가 뒤치닥거리 하는 도중에 앉고 있던 승빈이가 내 옷과 화장실 바닥에 확 쏟아부어 토 범벅이 된 적이 있다. 잊을 수 없는 건 우는 애들 앞에 두고 잠시 미친x의 미소를 띄며 멍하게 바닥에 앉아 있었던 그 순간. 곧 정신을 차리고 미친듯이 닦기 시작했지만 엄마들에겐 “그 순간”이 다 하나씩은 있지 싶다.

올해는 다행히 이 모든것이 금요일밤에 시작이 되어 남편과 함께 겪는 바람에 오히려 그 돌겠는 상황이 무슨 조크처럼 받아들여지는건 또 뭔지.

{Friday}
자면서 징징대는 승빈이를 남편이 달래러 갔다가 애가 토를 쏟아내는 바람에 옷을 한차례 갈아입고 다행히 닦으면 다음날 아침까지는 견딜만 한 시트에 다시 눕힘. 묻은곳을 피해 애를 거꾸로 눕힘. (더럽지만 졸리면 할 수 없음)

좋아하는 명란을 냈더니 내밥까지 폭풍흡입한 승빈이가 과식을 했나보다 하고 “잘 했어, 이제 나쁜거 다 나왔다, 굿나잇!” 하고 재움.

좀 있다 또 징징대서 확인차 갔더니 심상치 않음.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는 도중에 쏴악… 그 다음날 아침에 보니 벽에도 스프레이가 됨. ㅠㅠ

잠옷 또 갈아입히고 이번엔 나도 갈아입음. 바닥과 이불 또 닦음.
우유 올린 냄새가 독한줄 알았더니 명란도 장난 아님. ㅠㅠ
다시 눕힘.

이젠 다 나왔겠지 싶어 다시 잠을 청함.

마지막으로는 누워서 토를 하고 배게, 이불, 머리에 다 묻음. 헐…
잠옷 또 갈아입히고 이불은 더이상 닦아서 될 상황이 아니라 다 벗겨내고 대충 물에 헹군 후 빨래통에 넣음. 남편과 바닥 뽀로로 매트위에서 잠. (진작에 그렇게 재울것을..)

{Saturday}
애가 기분좋게 일어나서 이젠 독이 다 빠지고 정상회복했나보다 싶어 달라고 조르는 우유 줌. (큰 실수). 아침상에서 또 한차례 토 함.

이제서야 이건 과식이 아니라 바이러스인가보다 싶음. 그래도 애는 멀쩡해서 아침만 굶기고 점심은 먹일 생각으로 정상 스케줄 지키기로 함.

토요일의 하일라이트로 승빈이가 차에서 쏴아~ 하고 쏟아올림. @.@ 차는 물론, 입고 있던 옷과 파카, 새로신은 부츠, 카시트와 뒷좌석에 있던 승연이 바이올린 케이스에까지… (승연이 난리 남)

이날 승연이는 냄새나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레슨을 다녀 옴.
하루종일 승빈이 옆에 딱 붙어 지켜보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부엌싱크로 앉고 뛰어감. 다행히 싱크에서 토를 하고 거기서 다 씻겨 나옴.

입맛은 아직 있어 바게뜨를 보자 먹겠다고 함. 속살만 뜯어서 주니 잘 먹고 다행히 이날 토는 안함.

이날 밤은 내가 뽀로로매트위에서 데리고 잠.

{Sunday}
주일날에 교회 못가고 나와 집에 있는데 만들어준 죽은 안먹고 블루베리만 먹음. 우유는 토하니까 다음에 먹자 하면 잘 참더니 블루베리는 못먹는다니 울기시작해서 또 울다가 토할까 싶어 줬더니 먹고 몇분 있다가 다 토해냄. 바나나랑 크래커 정도는 괜찮은것 보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듯 함. 억지로 먹이지도 뺏지도 않고 그냥 둠.

{Monday}
이젠 거의 다 나아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는데 오늘 아침엔 승연이가 일어나더니 빈속에 토를 하기 시작. @.@
어제 만들었던 죽을 아침상에 냈더니 그거 조금 먹다가 또 토함. 헐, 이거 승빈이한테 옮았구나 싶어 학교에 전화를 하고 집에서 쉬기로..
딸기가 먹고싶다 해서 조금만 먹으라고 줬는데 그것마저..

다행히 승빈이는 그친것 같은데 승연이가 시작이다. 월요일이라 회사 가야한다고 하니 눈물을 글썽거리며 회사 가지마란다.. 하필 나도 회사에 디자이너 한명이 그만둬서 요즘 일이 배로 늘었는데… 엄마 빨리 올께 라는 거짓말을 하고 아침에만 네번 토를 하는 걸 보고 집을 나왔다. 내니에게 주말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얘기해주고 죽도 먹기싫다면 주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나왔는데 회사에 도착하니 승연이가 계속 안좋다고 한다. 승빈이의 토요일처럼.

나도 출근을 하니 속이 울렁거리고 물도 못마시겠는데.. 방금 내니에게 연락와서 계속 운다고 한다. 승연이답지 않게.
아무래도 얼굴에 철판깔고 조퇴를 해야할까보다.

 

 

 

22 Comments

  1. Amy · December 3, 2012 Reply

    아이고~ 혜원님 힘든 주말 보내셨군요! 이제 혜원님도 아프신건가요? ㅠㅠ모두들 빨리 낫길 기도드릴게요. 힘내세요! 육아와 일을 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아이들이 아플 때 특히 그런 것 같아요 에효..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2 Reply

      전 홍삼과 약으로 버티고 있어요. 토하는 정도까진 아니라서 정상근무 하고있고요.ㅠㅠ

  2. pumpkin · December 3, 2012 Reply

    아이고.. 토닥토닥..

  3. karen · December 3, 2012 Reply

    너무 힘들겠어요… 포카리스웨트나 게토레이 계속 줘서 마시게하고 비타민씨 추어블 주고 흰죽이나 미음을 주면 얼른 낫던데요…. 힘내셔요!!!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2 Reply

      진저에일과 게토레이도 주고있는데 물도 계속 올리는 상황이었어요. 오늘은 흰죽 끓여놓고 나왔네요. 다행히 오늘은 많이 나았어요..감사합니다.

  4. 노아맘 · December 3, 2012 Reply

    나~ 내 이야기를 읽는거같아 맘이 짠해요. 정말 애들이 아프면 워킹맘의 수만가지 걱정이 한꺼번에 머리를 스치는거 같아요.
    힘내세요~ 시간은 지금도 열심히 가고 있으니깐요. 화이팅!!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2 Reply

      일도 손에 안잡히고 그렇더라고요. ㅠㅠ 이렇게 한 고비 넘기는거죠.. 에혀

  5. 태민맘 · December 4, 2012 Reply

    이때쯤 아이들이 아팠다고 애기했던거 같아요… 에고… 토할때는 보리차를 먹이라네요. 무, 오이, 호박, 토마토, 양배추, 시금치, 당근같은 채소로 즙을 내거나 스프를 만들어 먹이면 구토로 잃은 비타민이나 무기질등을 보충할수 있다네요. 아이의 컨디션이 회복되기전까진 우유, 요구르트, 치즈, 사과, 바나나도 안좋다네요… 이유식책에 나온건데… 아이들 아플때 참고하면, 좋더라구요. 식욕이 되살아나면, 담백한 맛이나는 쌀, 감자 같은 탄수화물이 좋다네요… 힘내세요!!!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2 Reply

      감사합니다. 알고 있던것도 막상 이런일이 생기니까 캄캄해지면서 기억도 안나더라고요. 그냥 흰죽이랑 보리차밖에..ㅋㅋ 이런거 어디 보이는데 적어둬야겠더라구요. ㅠㅠ

  6. · December 4, 2012 Reply

    바로 이주전 저의 상황입니다. 전 그래도 전업주부라 하루종일 아이들과 같이 있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워킹맘은 정말로 발이 안 떨어지겠어요. 그맘이 너무도 다가오네요.
    저희 아이들도 승연이 승빈이 나이랑 얼추 비슷하네요. 한아이가 아프면 며칠이면 바로 다른 애가 아프더라고요. 이젠 한 녀석이 아프면 맘에 준비부터 하네요^^ 뭘 먹여도 토하더라구요. 이번 바이러스가.(여긴 호주인데, 그 사이 미국까지 갔나부네요! 증상이 너무 똑같아요) 물도 비스켓도 뭐든 먹으면 넘겨요. 물을 조금씩 먹고 싶다고 할때만 주는 수 밖에는 없더라구요. 작은 통하나를 아이가 가는 곳 마다 들고 다녔구요. 삼일 정도가 지나니 ‘폭풍’처럼 토하는 것 갖아지는데, 완전히 토를 멈추는 건 일주일 정도 걸리던데. 모든걸 토하는 건 하루 이틀 정도, 물과 간단한 비스켓, 바나나 정도를 먹을 수 있는게 그 다음이고요. 저희 아이들은 이 담부터 설사도 동반이 되더라구요. 혹시 참고가 될까하고……열흘 정도가 지나면 완전히 낳아지더라구요. 둘째가 먼저 시작을 했는데(네살) 열흘, 첫째 아이(7살) 가 며칠뒤 시작해서 이틀 정도 좀 경미하게 지나갔네요.
    저도 새벽 두시에 토한아이 샤워 시키고 저도 샤워하고, 남편은 침대, 카펫까지 청소 하느라 새벽 4시를 훌쩍 넘긴 몇주전 이었습니다. 힘내세요^^ 엄마들이면 한번씩은 다 겪고 지나가나봐요. 엄마로써 꾸밈없이 공감가는 얘기들이 많아서 오랫동안 찾아와 글만 읽고 가다가, 이번일은 얼마나 엄마의 맘이 힘들줄 알기에 용기내 글을 씁니다. 멀리 호주에서 응원드립니다. 화이팅!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2 Reply

      저도 몰랐는데 요즘 유행이더라구요. 미국 서부쪽이랑 동부 여기서도 제가 아는사람들 많이 겪은 상황들..
      이렇게 한번쯤 겪고나면 애들 식욕도 더 좋아지고 훌쩍 크는거라지만 와… 너무 힘들었어요.ㅠㅠ
      진짜 승빈이가 마지막날에 기저귀가 넘칠정도로 설사를 여러번 해서 토 다음으로 그걸로 또 빨래 하느라..ㅠㅠ 지금도 조마조마하긴 해요.
      다행히 승연이도 오늘 쫌 나아졌습니다!

  7. jamie's nana · December 4, 2012 Reply

    가슴 아픈 얘기예요.. 서울에 계시는 외할머니는 얼마나 속이 상하실까?? 딸이 제일 먼저 너무 불쌍하고, 그 다음엔 아퍼도 엄마와 떨어져야하는 꼬마들이 안 스럽고..
    저는요, 특히 꼬마들이 토하면, 처음 두시간은 아무것도 주지않아요.. 그저 입술만 물로 적셔주고.. 그러면, 좀 쉬~~ 갈아 앉는 것 같애요. 이 곳, 서부에도, 토하고 설사하는 병이 어른, 아이들에게 모두 유행해요. 혜원씨는 너무 많이 아프지 않고 지내기를 바래요. 가끔 70 이 된 나를 감사하게 되요.. 요사이 젊은이들의 생활은 풍요(?) 롭기는 하지만, 내가 지난 세월에 비하면, 너무나도 힘든 삶인 것 같애요.
    혜원씨, 기운 내셔요. 그리고 좀 쉬엄 쉬엄하면서 사는 것을 연습하셔요…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2 Reply

      엄마같은 말씀들 항상 감사해요. ㅠㅠ 정말 저희엄마가 맨날 하시는 말씀이거든요, 쉬엄쉬엄 하라는…
      이게 요즘 유행이라는것 저도 이제 알았네요. ㅠㅠ 건강하세요~

  8. Jihye kim · December 4, 2012 Reply

    힘내세요!!! 말고는 할 말이 없네요.
    저희도 솔이가 한참 아파서 완전 살 빠지고 지금은 제 차례네요.
    큰 애는 수영 배우러 다녀서 그런지 반바지에 반팔인데 괜찮고요.
    힘내세요..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2 Reply

      아효 아프신가봐요. 저도 지금 간당간당.. 이번주 약속 다 취소하고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에요. 남편은 제발 옮지 말아야 할텐데..

  9. Jennifer · December 5, 2012 Reply

    온가족 다 화이팅이에요!! 이제 다들 좋아지고 있길 바래요~

  10. 이진 · December 5, 2012 Reply

    특히 이번 독감이 독하다고 하던데ㅠㅠㅠ
    혜원님 넘 힘드셔서 어떡해요~~
    승연이와 승빈이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정말 안타깝네요~~~혜원님,기운 내시고
    아프지 않으시기를…

    • 퍼플혜원 · December 6, 2012 Reply

      언제나 감사해요. ㅠㅠ 이번엔 애 어른 할것 없이 독한 바이러스네요… 많이 나았어요!

  11. 애셋맘 · December 6, 2012 Reply

    고생 많으셨네요!
    전업이라도 애들아프면 너무 힘들고 너무 우울한데 어떻게 넘기셨어요…
    어쩐지 승연이가 안보인다 생각했는데 많이 아팠네요 ㅠㅠ
    앞으로 더 건강해지고 잘 자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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