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austed.

크리스마스가 2주밖에 안남았다니… 완전 패닉모드.

안그래도 연말이면 노는 날들도 있고 휴가내는 동료들도 많아 회사일이 더 바쁜데 갑자기 디자이너 한명이 그만두는 바람에 난 요즘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애들까지 아플땐 조금도 애들을 위해 시간을 내지 못해 더 속만 상하고 나는 정말 죽어라 독한 약만 챙겨먹으며 지난 일주일을 버텼다. 나도 애들의 장염 바이러스때문이었는지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되고 메스껍고 해서 하루종일 요거트만 한통씩 먹었었다. 평소 먹는거에 목숨 거는 내가 이러는게 불쌍하다며 함께 일하는 아트디렉터가 자기가 만든 lemongrass ginger soup을 갖다 줬는데 첫숫갈을 드는데 괜히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핑..ㅠㅠ 애들이건 남편이건 디자이너들이건 맨날 챙기는 입장에만 있다가 나 준다고 보온병에 스프를 가져다 준 모습에 완전 감동..

기침 조금만 해도 제발 집에 가라는 여기 사람들이지만 얼마나 급하면 문닫힌 좁은 사무실에서 그렇게 쿨럭쿨럭 해대는대도 약만 권할뿐 다음날 나오지 마라는 말 한마디 없었고 내가 오늘 조퇴해야겠다고 얘기를 해도 5시에 잡힌 미팅은 놓칠수 없다며 그건 참석하고 가라고 잡는 날이 대부분. 요즘은 퇴근도 늦어 준비해 둔 재료로 저녁준비를 남편이 매일 하고 애들이 먹으면 그만 안먹어도 그만인 채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쁠수록 사람 고용하는일이 첫째가 되어야 하는데 미팅들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적어지니  이력서를 지하철에서 리뷰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렇게 해서 고른 후보들을 오늘부터 하루에 두세명씩 인터뷰해야하는 스케줄인데 오늘 아침에 있었던 첫인터뷰는 그가 도착한 다음에야 부랴부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매치시키고 인터뷰가 있던것도 까먹고 있었던 내 보스(정신은 나만 없는게 아님.)가 도착할때까지 시간 끄느라 땀 뺌.

이렇게 하루가 가는동안 내가 막상 디자인해야하는 프로젝트들은 쌓여가고 지금까지 잘 지켜왔던 “회사일은 회사에서”란 모토를 못지킬수도 있을것 같아 불길하다.

사실 승연이 학교에서도 애들 할리데이 공연 무대 배경그림을 맡으라는 제안이 싫지 않았는데 현재  work load도 감당을 못하고 있으니 거절을 했다. 엄마라는 입장에서 별 의미 없어보이는 회사일 보다 애들 학교에서 발런티어하는 일이 더욱 빛나보이는데 (엄마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짜증나는 스토리도 많이 들어봤지만) 난 거기에 동참하기는 커녕 학교 행사가 있다면 부담부터 되는게 현실.

여러마리의 토끼를 잡는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바둥거리고 있고 바둥거림이 익숙되려하던 차에 장염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래서 지친다.

늦게 주문한 카드는 이제 배송됐다고 연락이 왔고 애들 선물은 뭘 사야할지 정하지도 않았다. 부리나케 트리 사서 장식하고 나니 크리스마스가 코앞인거다.. 시끌벅적한 연말파티도 갈 기분이 아니고 올해는 그냥 조용하게 작은 그룹으로 만나고 싶다.

위로 차원에서 밀린 애들 사진…

 

 

18 Comments

  1. Jihye kim · December 10, 2012 Reply

    힘든 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글고 혜원님ㅇ 그리 열정적으로 사시니 나중에 다 보람으로 돌아올 거에요.

  2. sony choi · December 10, 2012 Reply

    혜원아,힘내.

  3. ellie5 · December 10, 2012 Reply

    기운내세요! 으쌰으쌰!!
    이 모든게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이 될 그날이 빨리 오길..!
    화이팅하세요!

  4. 이수진 · December 10, 2012 Reply

    힘내세요 혜원씨!
    오랜만에 글남기네요.. ^^
    이시간또한 지나가리라 믿고 쫌만 견디세요..
    아기들 점점 더 인물납니다~~ *^^*

  5. sunnyvan · December 11, 2012 Reply

    혜원님, 힘내시고 무엇보다 건강 조심하세요.
    엄마들은 아플 시간도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가는 요즘입니다.

  6. mj · December 11, 2012 Reply

    언제나 멋진 혜원씨, 힘내세요!

  7. Sooga · December 12, 2012 Reply

    Cheer it up!!! A good working mom is not easy. Time flies so~~~~~ fast! I wish your cold is getting better.

    • 퍼플혜원 · December 13, 2012 Reply

      네 제 건강도 좋아졌어요 ^^ 꼭 이렇게 힘들때가 있더라구요. ㅠㅠ 고맙습니다.

  8. 애셋맘 · December 12, 2012 Reply

    아~ 완전 수퍼맘이세요~
    일도, 집도, 아이들도 최고로 다 잘하시는 모습 완전 부럽고 존경스럽네요^^

  9. · December 13, 2012 Reply

    회사 동료의 슾에 울컥했다는 말에 맘에 짠해집니다. 저두 비슷한 경험때문에….. 화려할 것 같은 타국에서의 ‘홀로 아이 키우기’는 막연히 생각했던 어려움보다 훨씬 더 하더라구요……더구나 일도 하시고 계시니…..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크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아이들은 엄마가 뭘하고 있는 지를 ‘보고’ 크는 것 같더라구요. 혜원씨의 이런 엄마의 맘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꺼예요. 아프시지 않도록 기도드릴께요.

    • 퍼플혜원 · December 13, 2012 Reply

      말씀대로 엄마가 없는 시간보다 엄마가 있을때 어떤것들을 했는지를 기억하며 자랐음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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