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giving 2013

조카 둘이 생기고, 오랫동안 큰 숙제였던 일도 끝내는… 감사할 일들이 참 많았던 한해였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땡스기빙. 많은 음식을 주어진 시간 안에 식탁에 올려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사의 마음으로 하는게 참 안된다. 이번에도 그랬다.

며칠전까지도 메인이 되어야할 디쉬가 치킨일지 돼지고기일지 터키가 될지 정하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다가  마지막에 회사 동료의 아이디어로 이런 메뉴가 나왔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페이버릿 명절이 Thanksgiving이듯, 이날 만큼은 하던 다이어트도 잠시 쉬고 배가 터지도록 먹는 날, 즉 음식에 목숨 거는 그런 날인데 난 또 터키가 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중요할 줄은 몰랐다.

며칠 전에 골라둔 Barefoot Contessa의 Turkey Roulade를 하려고 점심시간에 터키 가슴살을 사러 갔다가 파운드당 가격이 터키 한마리의 2.5배인걸 보고 좌절…  (가슴살을 예쁘게 발라낸 노동값이라 해도 이건 너무..ㅠㅠ) 크기로 봤을땐 그걸 두개 사야하는데 먹을 사람도 없는데 팔뚝만한 덩어리에 $50을 쓸 용기가 안남. 한덩어리만 하면 어떨지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본다. 사이드디쉬보다 훨씬 더 작을 고기덩어리. 너무 초라할것 같아 별다른 방법도 없이 빈손으로 회사에 돌아왔다.

터키 한마리가 차지하는 오븐시간이 만만치 않으니 그냥 조리시간이 짧은 작은 닭을 하리라 마음먹고 좀 특별한 레시피가 없나 검색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애가 ‘chicken’이란 단어를 보더니 “Don’t even think about making chicken for Thanksgiving!” 이러더니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리가 맨날 먹는게 치킨인데 어떻게 땡스기빙날 치킨을 만들수 있냐느니, 거의 일년에 한번 먹는 터키를 어떻게 안할수 있냐느니, 등등 완전 침 튀어가며 열을 낸다. 한참 토론을 하는동안 두명이 더 조인해서 (모두 안티치킨파) 내가 뭘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다 정해 줌. -.-;; 열정이 대단하다고 봄.

터키에 힘을 다 빼고 다른건 다 레시피 없이 대충. 그래도 십년 넘게 만들다보니 대충 어느정도 뭘 넣어야 어떤맛이 나는지 상상이 가는것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날 만들어둔 크랜베리 소스.
후레쉬 크랜베리 한봉지 당 설탕 한컵을 기준으로 오렌지쥬스 조금, 레몬제스트 조금, 사과/배 등 원하는것을 넣고 크랜베리가 터질때까지 끓이면 됨.

cranberry

간간하면서 촉촉한 육질을 위해 brine 은 필수. Pioneer Woman의 레시피대로 했는데 토막낸 터키라 너무 짜게 될까봐 하룻밤까지 재우진 않았다. 세시간 정도만 했는데 짭짤하게 간이 좋았음.

brine

전날 밤 brine에서 건져 낸 터키는 당일날 이렇게 오븐으로 들어갔다.

turkey

올해는 승빈이도 한몫 했다. 전날밤에 만들어 둔 스터핑을 베이킹팬에 옮기는 일과 모짜렐라 치즈 가위로 자르는 일.

stuffing

그리고 승연이는 스윗포테이토 껍질 까는 일. 손 안다치게 잡는법을 보여주면서 어디에 힘을 줘라 하고 알려줬는데 처음엔 힘들어서 못하겠다 하더니 자세 교정 한번 시켜주니까 여섯개를 아주 깨끗하게 잘 깎아냈다. ㅎㅎ

peel

이렇게 테이블 완성!

fulltable

푸짐한 터키. 돌돌 말린 가슴살은 Turkey Roulade (레시피는 아래), 날개와 드럼스틱은 껍질사이에 버터와 마늘, 타임을 발라주고 겉엔 맛간장을 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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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 많았던 터키니 사진도 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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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렌베리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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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스윗포테이토 디쉬 만들려다 애들 극성에 마쉬멜로 버젼으로 가버린 스윗포테이토 그라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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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전에 만들었던것과 같은 roasted vegetables — 여기에 마늘만 더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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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터키에 들어가고 남은 스터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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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key Roulade 레시피:

//가슴살에 들어갈 스터핑 재료// – 전날 만들어둬도 상관없음.
3/4 cup large-diced dried figs (없어서 생략)
3/4 cup dried cranberries
1/2 cup Calvados or brandy (없어서 애플쥬스 사용)
4 Tsp 무염버터
1 1/2 cups 양파 잘게 썬것
1 cup 셀러리 잘게 썬것
3/4 pound pork sausage 소세지 껍질 벗긴것
1 1/2 Tsp 생 로즈마리 다진것
3 Tsp 잣 (없어서 생략)
3 cups herb-seasoned stuffing mix (Pepperidge Farm)
1 1/2 cups 닭육수 (chicken stock)
1 달걀 푼것
소금, 후추

//터키 재료//
1 터키 한마리 가슴살 (보통 두 덩어리로 되어있음) (5 lbs 정도)
3 Tsp  무염버터 녹인것

//스터핑 만들기//

  1. Figs, cranberries를 브랜디나 쥬스 + 1/2 cup 물에 끓여 불린다.
  2. 버터 (4Tsp)를 큰 팬에 녹이고 양파, 셀러리, 소세지를 익힌다.
  3. 1번을 모두 (즙 포함) 2번에 부어 볶다가 로즈마리, 잣을 넣고 2분정도 더 볶는다.
  4. 큰 볼에 위의 재료를 붓고 스터핑 믹스, 육수, 달걀을 넣고 섞는다. 소금 후추로 간한다.

— 스터핑 완성. 여기까지 미리 만들기 가능 —

//터키에 말기//
오븐 325도로 예열 — 위 사진에 보이다시피 베이킹팬 위에 랙을 얹어 사용.

  1. 가슴살을 쫙 편 후 소금후추를 넉넉히 뿌린다.
  2. 스터핑을 너무 두껍지 않게 펴고 가슴살을 김밥 말듯 꽉 만다. 터지지 않게 실로 묶어준다. (난 가슴살 세개를 겹쳐 마느라 쉽지 않아 급 당황했으나 결과물은 좋았음)
  3. 녹인 버터를 겉에 잘 발라주고 소금 후추를 더 뿌린 후 오븐에 넣는다. 약 2시간 구움. 온도계를 찔러 150도가 될때까지.

오븐에서 꺼낸후 적어도 15분 후에 잘라야 부서지지 않음.

———-

그리고 Black Friday였던 다음날은 집에서 조용히…
일주일 내내 팬케익 타령을 해서 남은 마쉬멜로를 이용해 진짜 팬-케익을 만들어줬더니 애들 표정이 대박.
pan-cake

이렇게 그토록 기다렸던 로옹 위켄드가 지나가고 난 승빈이한테 옮은 감기를 달고 다시 회사에 앉아있다. 어쩜.. 꼭 이맘때쯤 꼭 아플까. 예전 포스팅들 보니 꼭 11월의 끝에서 12월 첫주에 아팠음.

 

 

10 Comments

  1. Jihye kim · December 3, 2013 Reply

    아, 예쁘네요..
    저희는 준이가 무조건 통터키를 외치는지라 완전 트래디셔널하게 통터키에 햄도 통구이하고 사이드 디쉬도 하고 피칸파이 한다니 어떻게 그걸 먹냐고 난리치더라고요.
    결국 피칸파이에 펌킨파이 둘 다 하고요.. ㅎㅎ
    그래도 오븐ㅇ 넣고 잊어버리면 되는 음식들이라 간단해서 나름 즐기면서 했네요.
    크리스마스 사진도 찍으셨어요?

  2. Clara · December 3, 2013 Reply

    오오!!! 멋진 식탁 풍경이예요~!
    터키를 저렇게 요리하니 조금 덜 부담스러워 보이네요~ 물론 맛도 있어보여요~!!!
    저흰 땡스기빙 디너에 처음으로 초대 받아서 1박 2일로 놀러다녀왔어요~
    제대로 구워진 터키도 처음 먹었구요….(맨날 pilot experiment에 초대되었던지라…ㅋㅋㅋ)
    역시….주부들에게 제일 맛있는 음식은…”남이 해준 음식”이란걸 제대로 느낀 땡스기빙이었어요~
    하하!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3 Reply

      네 일단 통으로 굽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사이드디쉬들까지 몇시간안에 다 준비하는게 무리겠더라구요. 토막버젼으로 하니 훨씬 다루기도 쉽네요.
      네..정말 “남이 해준 음식” 그거슨 진리…
      완전 행복한 땡스기빙이었겠어요^^

  3. Sooga · December 3, 2013 Reply

    우아.. 주부의 내공이 느껴져요. 전 언제쯤 저 경지에..ㅎㅎ 애들이 정말 한몫 하네요.
    연휴에 frozen 영화 봤는데 자매들이 좋아할듯 해요. 추천함다. 애들이 많았어용..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3 Reply

      아 저희도 이때 Frozen 다같이 봤어요! 우리 네가족의 두번째 영화관 마실이죠 ^^ 전혀 기대안했는데 재밌더라구요.

  4. 김윤경 · December 4, 2013 Reply

    멋져요! 얼마나 수고로우셨을지.. 항상 멋진 쌩스기빙 식탁 보여주셔서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

  5. Jennifer · December 4, 2013 Reply

    그래도 결국에는 (동료들까지) 모두가 만족한 땡스기빙 디너였네요. 수고했어요 ㅋㅋㅋ
    감기 얼른 낫기를. 그리고, 올해 가기 전에 얼굴 함 더 봐용~ :)

    • 퍼플혜원 · December 5, 2013 Reply

      너도 터키 자르는 사진 보니까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폼 나던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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