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ing Through This Summer

6개월이 넘었다, 수술한지. 지금쯤 당연히 원상복귀되어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누가 일년 넘게 걸린다고 말해 줬을땐 난 안그럴거라 생각했다. 진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인삿말로 “이젠 다 나았죠?”란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 무릎을 가리고 계단과 멀리 한다면 다 나은것처럼 보이니까.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못하는게 너무 많아 괴로워하고 있던 차에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무릎의 붓기가 빠지면서 무릎 위로 철심이 보이기 시작한다는것 으악!!!! 워낙 슬개골은 피부 표면과 가까우니 흔치 않은 현상은 아니라지만 지금 모든 신경이 무릎에 쏠려 있는 내겐 충격이었다. 의사에게 보이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그동안 철심이 움직인게 보인다. 헐. 다행히 완전 빠지거나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는 아니라 뼈가 더 붙을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제거 수술을 하자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심 제거 수술이 일반적이라고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굳이 문제가 없으면 다시 재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그래도 평생 몸속에 이물질이 박힌 채로 사는것이 찝찝했는데 오히려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니 속 시원함 반, 두려움 반. 이제 겨우 수술자국이 옅어지기 시작하는데 다시 같은 자리 (찢은데 또 찢어..으악!!!!)로…. 다시 목발 짚고 재활도 다시… 흑흑… 하지만 처음과는 비교불가일 정도로 짧은 회복기간일거라고 한다.

인내하며 기다리면 잘 되겠지 하던 마음도 잠시. 몇주 전부터는 움직인 철심에 의한 새로운 통증이 새로운 부위들에 생겨 지금까지 하던 운동의 반 이상을 중단하고 무릎을 쓰지 않는 운동으로 최근에 바꿨다. 그렇다보니 다시 무릎이 약해지는게 보이는데다 발 뒷꿈치에 크림을 바르는 일상적인 행동마저 쉽게 할 수가 없게 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어제는 재활하다 울음을 터뜨리고 휴가를 앞두고 너무 걱정이 되어 오늘은 의사와 통화를 하고 휴가를 다녀와서 바로 찾아 가기로 했다.

6개월이 지났는데도 뼈가 반밖에 안붙었다. 놀랍다. 뼈가 빨리 붙어야 이걸 빼는데. 내일 당장 빼고 싶은데!!
칼슘 콜라겐 단백질 풍부한 음식과 영양제는 다 챙겨먹고 케일, 밀싹, 우유, 아몬드 우유등 근무시간에는 정말 기계적으로 이런것들만 챙긴다. 주위에서 독하단 소리도 정말 많이 듣는데 ‘너희도 다리가 이래봐!’ 이러면 ‘아~’ 하고 등을 토닥토닥…

나의 여름은 이렇게 지나간다. 만약 아이들이 방학이 아니었더라면, 나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라는 방학일까봐 걱정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덜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운동으로 근력을 키워야하는데 통증때문에 운동을 중단해야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다시 수술 직후 나의 다리 사진들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유일한 위로 방법이랄까… 그리고 폰에 저장되어 있던 이 사진들. 지금까지의 싸움이 헛되진 않았다는걸, 아이들은 재미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는걸 이 사진들은 내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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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계속되었던 올 여름. 이 더위에도 굴하지 않는 우리 보스는 하루 날 잡아서 오전 근무만 하고 Governor’s Island에 가자고. -_-;;

일찍 퇴근하는것까진 좋은데 이런 날씨에 자전거라니… 지..진짜? 이럼서도 암말 못하고 페리 타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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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애들과 함께 오고 싶었던 곳인데 주말에 우리집에서 출발하기엔 오고 가는 시간이 만만치가 않아 미루고 있던 중이었다. 답사 겸 기쁜 맘으로 둘러보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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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빌려 섬을 쭉 둘러보는데 괜히 작년에 갔던 남이섬이 떠오르는군. 길을 아주 자알 닦아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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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겐 무리이지 않을까 염려도 했지만 팀원들의 격려 속에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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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엔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를 하기로 하고 링컨 센터 건너편 The Smith에서 든든하게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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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후라이가 세개씩이나 올려진 corned beef h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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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시한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고 더위를 이겨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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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coln Center Out of Doors 공연을 위해 이 동네까지 갔었는데 생각보다 썰렁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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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더워 아이들도 지치기 시작함. 항상 에너지 넘쳐야하는 애들인데 울 애들도 이젠 늙었나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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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콘 빵빵한 곳을 찾아 영화표를 사두고 근처 놀이터에서 시간을 떼우는데 애들이 헉헉 거리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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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시들시들한 화초를 다 정리하고 새로운 넘들로 채워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중인데 다 갖고 싶어서 아직도 결정을 하지 못했다. 아예 기다렸다가 9월 새학기 새출발 하는 마음으로 그때 몇개 들여 놓을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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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우리나라에서 히트 쳤던 스투키란 녀석이 그땐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이제서야 뉴욕에서도 볼 수 있는구나. 너무 듬성듬성 성의 없이 심어둔 모습이 안타까웠던. 이 고급스런 아이를 이렇게 막 심어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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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도 엄청나다. 친구집 뒷뜰 쏟아지는 빗속에서 먹는 점심도 나름 운치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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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가 나고 아이들은 다시 물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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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나가야 할 땐데 못가서 그런가 요즘 왜이리 분식이 땡기는지. 남편이 더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것 같아 이날 저녁은 분식으로 떼웠다. 승연이도 이젠 떡볶이를 좋아하는 큰 언니로 성장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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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물놀이. 점점 더 새까매지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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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과 겹쳐 오랫동안 못갔던 교회 수련회에도 올해는 갈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정말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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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간 산속에서 일어나는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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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 이후로 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ㅋㅋ
삼계탕 같은걸 좀 먹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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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뉴욕댁 · August 18, 2016 Reply

    혜원님의 글과 사진은 볼적마다 왜이리 웃음이 나는지..ㅋㅋㅋ 잠시나마 스트레스 날리며 웃었네요. 이번 여름동안 아이들이 많이 크네요. 쭈욱 쭉 자라는 모습이 사진에 다 보여요. 이번에 한국을 못 가게된 얘기 읽으며 저도 마음이 짠하네요. ㅜㅜ 기운 내시고 긍정의 힘으로 잘 회복 하시길 바래요. 중간에 혜원님의 자전거 타는 모습 너무 멋져요~^^* 저도 가버너스 아일렌드 아이들 데리고 함 가볼까봐요…올 여름 부모님 오셨다 가시고 집 수리 공사하느라 휴가 시기를 놓친 터라 개학전까지 집 근처 가볼만한 곳들 찾아 보고 다니고 있거든요. 정보 감사해요.~~

    • 퍼플혜원 · August 19, 2016 Reply

      정말 올해 애들이 쑥 큰게 느껴져요.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가버너스 꼭 한번 가보세요. 주말엔 항상 행사가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할텐데 저희집에선 넘 멀어요 ㅠㅠ 깔끔하게 잘해놨더라구요. 주말엔 푸드트럭이 많지만 주중에 가신다면 도시락은 싸가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근데.

  2. Moon · August 18, 2016 Reply

    힘네세요. 꼭 잘될거란 믿음 갖으시고.

    저도 런닝중 사고로 발 중족골이 골절되서 수술받고 6주간 깁스생활하다 2 틀전에 깁스 풀고 두발로 생활하는 삶으로 돌아왔어요.
    앞으로 물리치료 받으며 걷는연습을 해야하지만 내 두발로 걸을수 있다는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고난 직후땐 내일 당장 뛰어나갈수 없다는 것으로 절망했었는데 6주의 시간을 깁스상태로 home office하며 세상 (face to face) 과 단절된 삶을 살고보니 그냥 걸을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런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Things happen for a reason이라는데 내가 이 상황에서 take away해야할 Lessons Learnd가 뭘까 자주 생각하게 되더군요.

    승연이 승빈이 그사이 예쁜 소녀들로 성장했네요.

    잘 이겨내실거에요!!!

    • 퍼플혜원 · August 19, 2016 Reply

      헉 제가 겪었던 생활을 하셨군요. 저도 런닝을 했던터라 지금쯤은 다시 죠깅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자만했었는데 아직도 그게 안돼요. 정말 내년은 되어야 가능할것 같습니다. 그 답답함이란… 잘 아시겠어요 ㅠㅠ
      저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통증 동반해서라도 돌아다닐수 있다는것에 참 감사하네요. 저도 여기에 올리지 못한 인생레슨과 깨달음, 많답니다. 우리 화이팅! 해요~ 종종 회복 과정 올려주시면 위로가 될것 같아요 ^^

  3. Clara · August 19, 2016 Reply

    맨날 새 글 만 올라오면 쉬리릭 달려와 댓글 달곤 했었는데..진짜 오랜만에 댓글 달러왔나봐요 ㅜㅜ
    (Long story short…전 제 인생 최악의 여름이라고 할 만한 몇달을 보내고 있어서 제 블로그도, 이웃 블로그도 자주 들르지 못했네요. ㅜㅜ)
    헉..저 소름 돋았잖아요~ 철심이 보이다니 ㅜㅜ 그래도 (여러가지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시면) 뼈가 붙은 다음에 제거할 수 있다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잘 회복 될 거예요.

    • 퍼플혜원 · August 22, 2016 Reply

      어머 최악의 여름이라니… 어떡해요! 들쑥날쑥한 애들 스케줄때문인가요? 조만간 꼭 만나서 회포를 풀어야겠어요. 그때 제 철심도 보여드리고 ㅋㅋㅋ 이러다 진짜 애들 개학날 얼굴 볼듯. ㅠㅠ 개학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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