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pril

무소식이 희소식인줄 알지만 새 글이 없어 다리가 걱정되신다며 개인 이메일로까지 안부 물어보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쓰는듯한 글… 뭐부터 시작할까.
승연이가 달력을 5월로 넘기는걸 보고 헉! 지난 2, 3, 4월은 오데로 갔지? 하며 나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조바심이 밀려온다. 작년에 무릎관절 수술을 하신 엄마가 하신 말씀, 하루에 몇번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는 말. 그말이 진리. 무릎 꺾는 각도가 좀 잘 나오는 날은 금새 나을것 같다가도 좀 다리가 쑤시고 힘이 없는 날은 왜 이런일이 내게 일어난거지 하며 우울해하다가 또 반짝 좋아졌다가 폭삭 시들어버리는 기분은 롤러코스터.

물리치료사도 딱 나같은 사람을 만나서 고집도 세고 말도 그냥 있는 그대로 막 던지는 그런 아줌마. 너무 똑같아서 티격태격 하다가도 나의 다리 뿐 아니라 정신 상태까지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아줌마 앞에서 펑펑 운 적도 있고 화를 낸 적도 있지만 농담도 편하게, 자녀교육 조언까지도 해주는 사람이라 참 잘 만났다.

너가 화를 내니까 저 근육이 말을 안듣지, 다음에는 나이스하게 말을 하면 다 돌아온다면서 나의 마음가짐과 이 모든 상황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진짜 혼이 많이 났었다. 몇주 전에 못했던것들을 이렇게 많이 할 수가 있는데 넌 지금 못하는것에 촛점을 둔다며 그것부터 바꿔야된다고 했다. 들을때는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그런데 지나고 나니 그 가슴에 못을 박던 말들이 다 도움이 되더라… 그 후로는 종종 수술 직후 사진들을 들춰보며 힘을 내고 또 그 아줌마 보란듯이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사고로 인해 못하는것도 많지만 전에 못했던걸 또 가능하게 한것들도 많으니까. 긍정만 취급하기로 했다.

침대 위에서 또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보기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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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통에서 언제든 코스튬을 급조하는 승빈.
주말에 외출도 불가능 했었을때는 이렇게 피아노 연습도 여유롭게 한시간도 넘게 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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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딜이 있어 궁금했던 Blue Apron도 주문해봤다. 저 많은 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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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것들도 다 따로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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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은 안해도 되니 좋다만, 우리 저녁상 차리는데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는것 같지는 않다. 레시피 읽고 또 읽고, 채소도 다 세척해야 하고, 냉장고에 다진 마늘이랑 생강 다 있는데, 보내준 마늘과 생강 일일이 다 까서 다지는 일까지 해야하니 오히려 역효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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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인분 양이 너~무 적어서 먹자마자 배가 고팠다는. -.-

그래서 둘째날은 재료를 이용해 완전 다른 요리를 아주 푸짐하게 만들어서 먹었다. 그리고 멤버쉽 캔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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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리고 내 생일도 끼어 있어 정말 오랜만에 가족 외식을 함. 2년만에 돌아간 The 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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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시 먹고싶었던 lobster & fried belly clam roll 은 그 사이 없어지고 작은 버거사이즈로 slider가 있는데 너무 빈약한것이… 이건 아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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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집밖을 나왔다는것 자체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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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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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이틀씩 출근을 한 지 한달이 되었다. 아무래도 집에만 있으니 더 환자가 되어가는것 같고 얼굴도 누렇게 뜨는것 같았는데 며칠씩이라도 출근을 하니 어느정도 내 몸도 정상 바이오리듬으로 돌아오는듯 하다. 출근을 하니 한 동료가 발 골절로 깁스를 하고 있다! 그날 이후로 목발 친구가 생겼다. -_-;; 서로가 있어 우린 외롭지 않다며… 웃어야 할지…

아직 계단이 힘들어 지하철은 못타고 차, 택시, 버스 등 온갖 수단을 시도해 봄.

 

 

19 Comments

  1. Clara · May 3, 2016 Reply

    새 글 올라오자 마자 얼른 달려왔어요~
    저도 블루 에이프런, 같이 일하는 교수님이 엄청 강추 하셔서 그분 referral로 먹어봤는데..정말 시간 절약은 절대 아니다..에 동감합니다. 조금씩 씻어둔 채소 쓰는게 낫지..새로 다~~ 세척하고..뭔가 그림이 팍 안들어오는 레시피덕인지…꽤 오래 걸리더라구요..
    다음번에 바쁜 주가 있어서 주문했는데…세상에…배달사고로 안온거 있죠? (로컬 배송업체에서 뭘 잘못했는지 missing이라고 나왔어요) 완전 열받아서 거기 사람이랑 막 싸우고..내 어카운트 ‘영원히’ 없애 달라고 막 그랬답니다. 금요일에 아무것도 준비 안해뒀는데 그거 안오는 바람에 당황한거 생각하면…;;;;

    열심히 회복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에 막 눈물이 나려고 하는구만요~ 지팡이 놓는 그 순간까지….힘내세요!

    • 퍼플혜원 · May 6, 2016 Reply

      달려와주셔서 감사해용. 전 채소는 prewashed인줄 알았는데 별 표시가 없길래 당황했어요 ㅋㅋ 거기도 배달사고가 있군요. 요즘에 배달사고들이 얼마나 많은지 저도 최근에 너무 황당한 일때문에 쇼를 한번 했어요. 지팡이 놓는 그 순간 ㅋㅋㅋ 화이팅할께요.

  2. Ann Kim · May 3, 2016 Reply

    많이 궁금했었는데, 소식들으니 반갑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셨네요
    세월이 약이라고 평소에 건강하셨으니 앞으로 빠른 회복이 되실거예요.

    • 퍼플혜원 · May 6, 2016 Reply

      궁금해해주셔서 감사해요 흑흑
      세월이 약이란 말이 진짜 이럴때 쓰는가봐요. 실감 많이 하고있어요. 감사해요~

  3. Jihye Kim · May 3, 2016 Reply

    많이 궁금했는데 진짜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고 기다렸어요.
    혜원님 생일도 축하하고 점점 자라나는 아이들도 보기 좋네요.
    저는 힘들 때마다 이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입니다. ^^

    • 퍼플혜원 · May 6, 2016 Reply

      제가 이번에 영어로 ‘This shall pass.’ 랑 우리말로 ‘이또한 지나가리라’ 란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몰라요. 묘하게 위로가 되더라구요. 준이 솔이도 많이 컸겠어요!

  4. Jennifer Lee · May 4, 2016 Reply

    식당에서 찍은 언니 얼굴 진짜 밝고 신나 보임. ㅋㅋㅋ
    우리 생일 파티 할 날 기다리고 있으니, 계속 힘 내서 운동 열심히 해요.
    목발 짚고 버스도 탔다니 용감해요. 화이팅!!

    • 퍼플혜원 · May 6, 2016 Reply

      너무 오랜만에 맨하탄 외출이라 얼굴에 다 나타났나봐 ㅋㅋ
      나 지금 지팡이로 졸업했음 ㅋㅋ 그래 조만간 보도록 하자.

  5. 태민맘 · May 6, 2016 Reply

    안녕하세요—
    새로 글 올라와서 읽으면서 저도 글 남겨요—
    제가 사실 혜원씨랑 나이가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왠지 남일같지 않은거에요… 남편과도 이야기하고…
    요즘 일들도 이렇게 이야기 해주어서 너무 좋아요… 힘내시고… 앞으로 잘 회복되시길 기도해요…
    늘 어떤 이야기든 저는 싸이트에서 배우고 제가 배우게 되어서 너무 좋고 감사해요. 제가 많이 배운만큼 저는 돌려드린 것도 별로 없지만…
    언제나 응원해요! 제가 다 이해 할수없고 알수없지만 글로만 읽고 사진으로 봐도 저는 이상하게 다 좋게 들려요—-
    뜨개질하는것도 저는 사다 놓긴했는데,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이런 뜨개질을 이렇게 많이 하셨네요!
    제 친척도 블루 에이프론 이용해보던 사진 페이스북에 올린거 봤는데… 혜원씨에게 이렇게 자세히 듣게 되서 저는 또 너무 좋구요…
    힘들었었는지… 식당에서의 미소가 더 이쁜게 정말 좋으셨나봐요…
    언제나 좋은생각 소망 희망 생각하시고, 가족들의 사랑안에서 더 건강해지고 새롭게 회복되시길 기도합니다!!!!

    • 퍼플혜원 · May 6, 2016 Reply

      따뜻한 말씀 너무 감사해요. 오늘 비도오고 춥고 해서 몸이 으실으실했었는데 덕분에 따뜻해졌어요 ㅎㅎ
      저도 이런일이 다 처음이고 가까이에서도 경험담 조차도 들어본적도 없어서 많이 당황하고 무서웠는데 (심지어는 블로그조차 자세한 설명 적어놓은곳이 없더라구요) 삼개월이 지나니 터널 끝 빛이 보이는것 같아요. 감사하죠.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positive energy 많이 받고 있어요.
      뜨개질은 저도 많이 미루다 이번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니까 손이라도 움직여야할거 같아서… ㅋㅋㅋ 시작해보세요!
      감사합니다!

  6. Christine · May 7, 2016 Reply

    혜원님, 글이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소식 전해주시니 반갑네요~~
    둘째 따님은 사진으로만 봐도 참 웃음이 나와요, 어쩜 늘 저리 생기발랄한가요~~
    큰 따님은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네요, 듬직할 거 같아요
    요리 잘 하시고 뜨개질 하신거 보니 손재주없는 저도 막 탐나네요. 추운 동부라 소일거리(?) 취미가 하나 필요한데 뜨개질 배워서 수세미라도 뜨고 싶은데 한번도 안 해봤어요. 사진 보니 해보고 싶네요 ㅋㅋ
    둘째 따님 치는 피아노가 디지털 피아노인가요? 아닌거 같기도 하고
    요즘 피아노 사려고 돌아다니는 중인데 저는 아파트라 디지털로 사려고 하거든요. 근데 wood keyboard로 사고픈데 예산은 뭐 뻔하고요 ^^
    혹시 쓰고 계시는 피아노가 어떤 제품인지 알려주심 좋겠어요

    얼른 나으시고 긍정적인 멘탈갑 혜원님이니까 더더 빨리 나으시길 응원할게요!
    날씨 참 별루네요, 전 주말에 튀김이랑 우동 해 먹으려고요

    • 퍼플혜원 · May 9, 2016 Reply

      안녕하세요! 저도 반가워요~
      튀김이랑 우동 적어주셔서 저도 주말내내 생각이 나더라구요. 날씨가 왜이런지 정말. 다행이 오늘은 화창하네요.
      저도 뜨개질은 직사각형밖에 못해서 맨날 같은것만 떠요. ㅋㅋ
      저희 디지털 피아노는 Roland입니다. 산 지 몇년 되었는데 엄청 검색 많이 했었거든요. 피아노를 배우는 입장이면 건반 치는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건 피아노와 흡사하다고 선생님도 추천을 하시길래 구입한거에요. 도움이 되셨길요~

      • Christine · May 10, 2016 Reply

        혹시 제품명도 알 수 있을까요?
        제 예산은 1500불 (좀 더 무리하면 2000불)인데 roland 유명한 브랜드라 이 예산으로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 Christine · May 10, 2016 Reply

          혜원님, 제품명 안 알려주셔도 되어요 ^^
          제가 검색 좀 더 해 보고 혹시라도 궁금한 거 있으면 다시 질문할게요
          답변 감사해요~~~

  7. Sookim · May 7, 2016 Reply

    혜원님 빠른 회복 하시길 바랍니다. 저희 좁은 집에 피아노를 구입고민중인데요. 피아노가 classc한게 아니고 디지털인가요? 어느 브랜드의것인지 어디서 구입을 하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퍼플혜원 · May 9, 2016 Reply

      안녕하세요! 윗분께도 말씀드렸듯이 Roland 디지털 피아노구요, 저흰 이 브랜드로 결정을 한 후 악기샵에 가서 직접 다 쳐보고 샀어요. 일단 미니멀리스트 디자인이라 자리를 많이 차지 안하고요, 볼륨조절도 가능하니 아파트생활엔 딱입니다. 옛날 추천해주신 피아노선생님도 이거 하나 클래식피아노 하나 있으셨는데 밤에 연습할때는 이게 필수라고 하시더라구요. 도움 되셨나요?

  8. 앤지 · May 8, 2016 Reply

    어여어여 나으시길 바랄께요.
    친정 아빠도 비슷한 시기에 허벅지 뼈가 부러져서 수술을 받았어요.
    요즘 의학이 발달했는지 회복속도가 옛날 같지는 않더라구요. 혜원씨도 얼른 나을거예요. 노인인 저희 아빠도 힘내고 재활 잘 받으시니 회복되는게 하루가 달라요.
    쉬어가는 쉼표로 생각하시고, 힘 더 내세요.
    제가 전에 아이디를 뭘로 했는지 뒤져 보니 앤지라고 썼네요. ㅎㅎ
    그때는 전업이었는데 이제 저도 직장맘이 되었어요. 풀타임을 하다 보니 혜원씨가 더더욱 대단해 보여요.

    • 퍼플혜원 · May 9, 2016 Reply

      경험담과 응원 감사해요 ㅎㅎ 정말 힘이 됩니다.
      오 직장맘 되신거 축하해요. 같은 배를 타셨군요 ㅋㅋ 너무 바빠도 일단 리듬이 생기면 할만하더라고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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