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reality

오늘 14주만에 다시 출근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지난 3개월. 얼마나 많은일들이 있었고 심적 갈등도 많았던지 14주가 아니라 일년처럼 느껴지는것을…

정말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버텼을까 하며 숨이 턱 막히기도 하지만 지금 어느정도 일들이 진정된 다음 이런 글이라도 차근차근 쓸 수 있다는게 감사하다.

승빈이를 낳고 퇴원해 집에 돌아온 다음날 시아버님이 편찮으시단 사실을 알게 되고 승빈이의 출생을 즐길 겨를도 없이 남편은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첫날밤은 병원에서 보내고 그다음날부터도 계속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런 충격을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었던것 같다, 그땐.

하필 이때. 라고 말 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였기 때문에 힘들어도 잘 견딜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출산휴가로 집에 안있었더라면 어머니가 승연이를 돌봐주시지 못할 이 상황에 어떻게 했었을것이며. 또 산후조리 해주시러 엄마가 안오셨더라면 나 혼자 승연이와 승빈이를 어떻게 봤을것인가.

승빈이가 태어나고 첫 몇주는 아빠가 승연이를 맡으리라 했었다. 적어도 계획은. 하지만 아빠가 없는데다 유난히 내게 매달리는 승연이는 내 차지였다. 안타까워서 날 말리시는 엄마 눈치 보랴 승연이 비위 맞추랴…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척 했지만 가슴은 찢어지는것 같았다. 이번에 또 한번 느낀것 — 정신력이 반이다 라는것. 나중이 걱정이 되었지만 그 당시 어디서 그런 힘이 났었던지 신기할 정도였다.

어머님이 갑자기 못 오시게 되자 우린 nanny를 구해야 했다. 내가 그만두는것도 잠시 생각했다. 어디서 시작을 해야할지도 몰라 승연이 친구 엄마들에게 광고를 하고 놀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조언을 구했다. 한국을 갈때까지 구하지 못하면 9월까지, 아님 맘에 드는 사람이 나타날때까지 무급휴가를 낼 생각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상황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마침 그때 돌보던 아이가 이사를 가서 자리를 알아보는 내니의 전화번호를 다른 부모로부터 받았다. 정말 괜찮은 내니라며 얼른 연락해보라고. 인터뷰 날짜를 잡고 승연이 친구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다 아는 내니라며 꼭 잡으라는거였다. (동네 아줌마/내니들의 아지트인 이 놀이터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첫 인터뷰니만큼 인터넷에서 nanny interview를 검색해 내가 하고 싶은 질문들을 두페이지나 뽑아뒀다. 어찌나 떨리던지 ^^;; 그날 나타난 내니는 24살의 귀엽게 생긴 흑인 여자였고 첫인상이 참 좋았다. 두시간을 친구와 수다떨듯 인터뷰를 하고 돈때문에 고민을 하다 네고를 한 후 고용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때 승연이도 윗집에 놀러가 있어서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쉽게 결정을 할 수 있었던건 주위 엄마들의 추천이었다. 놀이터에서 보는 다른 내니들을 욕하는 그 엄마들이 추천을 하니 진짜 좋은가보다 하고 마음이 놓였다보다. 내가 잠시 맛이 간거지… 딱 한번 만나고 trial period도 없이 그냥 결정을 해버렸다.

한국 가기 몇일 전 모든게 결정이 되었고 나름 편안한 마음으로 서울행 비행기를 탄거다.

지난 주 3일을 내니와 함께 집에 있으며 적응기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승연이가 너무 좋아한다. Nickelodeon Jr 프로의 노래도 다 알고 함께 놀아주니 애가 안 좋아할 리가 있나. 사실 뉴욕에서 미국 내니를 구하는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승연이에겐 정말 잘 된 일이고 다른 엄마들과도 가까우니 나 없이도 플레이데잇이 자유로와졌다.

이 김에 간단한 집안 일도 좀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 하던 나의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집 조금 더럽더라도 아이들에게 올인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거에 감사하고 만족하기로 했다.

오늘 아침 승연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 잘 다녀오라고 했고 내니는 문자로 승연이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내며 수시로 날 업뎃 시켜줬다. 내가 설명하는건 핸드폰으로 필기를 하고 복잡한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역시 신세대구만.

지금은 아버님의 컨디션도 많이 안정되셔서 정말 다행이고 이로 인한 스케줄의 변화에도 우린 나름 적응을 잘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봐야 마음이 놓이겠지만 일단 출발은 좋다.

화.이.팅.

 

 

31 Comments

  1. Jennifer · July 12, 2010 Reply

    아이고 언니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I’ll be praying for your family.
    내니도 잘 구한 것 같아 다행이고, 아버님도 많이 안정되셨다니 그래도 너무 다행이다.
    언니 다시 일 시작한 것도, 언니 가족 모두 새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화이팅이예요!

    브런치는 더 바쁜 언니의 비는 시간을 알려주세요 ^^

  2. Maia · July 13, 2010 Reply

    힘내세요!
    다 잘 될거에요~

  3. JaeNY · July 13, 2010 Reply

    어머…이런일이 있었을 줄이야…
    근데 너무나도 잘 해결되었네요~ 이런걸 인연이라고 해야하는지…^^
    전 무엇보다 열심히 사시는 혜원님의 복(!)이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아이들한테 잘 하시고 최선을 다하는데…좋은 일만 생기는거지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혜원님도 이제 몸 챙기시고 건강에 힘쓰세요…
    아버님도 쾌차하시길 빌께요…^^

  4. 혜정 · July 13, 2010 Reply

    정말 많은 일들이 있으셨네요~
    큰 액땜했다 생각하시고, 이제 좋은일들만 함께 하실거에요^^

    화이팅입니다~!!!

  5. 이해림 · July 13, 2010 Reply

    정말 그런일이 있었군요…글만 읽는 저도 숨이 특 막힐만큼 힘든상황에
    역시 혜원님이라서 씩씩하게 헤쳐나가신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 퍼플혜원 · July 13, 2010 Reply

      주위 분들의 화이팅 덕분에 오늘같은 날이 있는거지요. 감사합니다.

  6. Jun · July 13, 2010 Reply

    와.. 고생하셨어요. 아버님 건강이 쾌차하시길 빌께요.

    좋은 내니 구하신거 정말 복된일이랍니다. 저는 내니를 1년반정도 썼는데 아이한테 너무 잘하는 대신 저는 나름대로 마음고생많이 했답니다. ^^ (경제적인거가 제일로 컸죠..) 좋은 인연으로 잘 지내시고 (아이는 내니랑도 잘 크더라구요) 건강하세요.

    • 퍼플혜원 · July 13, 2010 Reply

      저희도 경제적으로 타격이 커요. 없던 지출이 생긴거니까요. 그냥 눈 딱 감고 좋은쪽으로만 생각하려구요.

  7. Peanut · July 13, 2010 Reply

    정말 잘 됐어요!!
    많은 일들이 서로 겹치고 겹쳐서.. 진짜 맘처럼 쉬지도 못하고, 여러가지 고민들 때문에 힘들었을텐데 다 잘되서 감사하네요.
    특특히, 좋은 내니를 구했다니 진짜 다행이에요. ^^

  8. 황지원 · July 13, 2010 Reply

    어머나…애낳고 몸추스르기도 힘든데, 어른이 편찮으셔서 더 힘드셨겠어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시는게 쉽지만은 안겠지만, 화이팅입니다요!!! ^^

  9. 신혜정 · July 13, 2010 Reply

    어휴..이래저래 몸고생+맘고생 많으셨겠어요.
    그래도 일단락되고, 더군다나 그렇게 좋은 내니까지 구했으니 천만다행이네요. 내니 맘에 드는 사람 구하기 진짜 힘들다던데요.
    아버님도 얼른 쾌차하시길 바라구요.. 회사 가셔서도 다시 화이팅이에요~

  10. Bangsil · July 13, 2010 Reply

    혜원님, 그런일이 있으셨구나.
    끝이 좋아서 다행이예요. 좋은 내니도 구하셨다니 다행이구요.
    아버님 쾌차하시기를 바라고, 앞으로 더 좋은일만 가득할거니까 화이팅^0^

  11. jihye kim · July 14, 2010 Reply

    혜원님, 좋은 내니 구하셨다니 정말 부럽네요..
    저는 다시 직장을 갈까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엄마 상황도 그렇고-혹시라도 다시 가거나 오시게 돼거나 그럴 까봐요…-둘째가 낯을 많이 가려서 지금 그냥 더 미뤄야 하나 싶어요…
    승연이가 해피하게 엄마 배웅해 주고 주위 평판이 그리 좋은 내니라면 걱정 말고 다니셔도 되겠어요..
    집안 일만 좀 살살~ 몸 생각하면 하세요~~~

  12. 김희경 · July 14, 2010 Reply

    저도 화이팅 한번 외쳐드릴게요
    화이팅!!!!!
    뭐든 마음 먹기에 달린듯해요
    힘내세요~

  13. jae · July 14, 2010 Reply

    승빈이 출산과 동시에 여러일을 겪으시게 되어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다 좋은쪽으로 일이 풀렸으니 잘 되었네요..

    시아버님도 하루 빨리 쾌차 하시길 바라고, 늘 행복하게, 건강하길 바랄께요..

    모든 일은 정말 마음먹기 나름 이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지내다 보면 다 순리(?) 데로 지나가는거 같아요..

    혜원님 화이팅!!

    • 퍼플혜원 · July 14, 2010 Reply

      지금 생각해보면 순리대로 된거 같기도 해요. 그땐 정말 앞이 캄캄했는데 말이죠.

  14. sawl mom · July 14, 2010 Reply

    저도 딸아이 낳았을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하필 출산하고 집에 온날 부터 시아버님이 병원에 가시게되가지고는…
    심각한 상황으로 병원가신건 아녔는데도
    시어머님은 애기 안부 한마디도 묻지않으셔서 더 속상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속으로 얼마나 서운하고 화나고 억울하기까지 하던지요 ㅎㅎㅎ

    그때 전 혜원님처럼 쿨하지못했던 생각하니 참 부끄럽네요…
    뭐 지금 똑같은 상황이 온다한들 더 어찌 대처했을찌 모를일이지만요 ^^;;

    아무쪼록 좋은 일들만 생기시길요…

  15. 셋맘 · July 15, 2010 Reply

    혜원님 정말 힘드셨겠어요.저도 직장맘이고 내니 쓰고 있지만 좋은 분 만나는데 쉽지 않더라구요.그래도 좋은 내니 만나신거 같아 다행이에요. 승연 승빈이 이쁘고 건강하게 잘 키우세요. 우선 혜원님 건강 잘 챙기시구요~

  16. Mindy · July 15, 2010 Reply

    휴우…. 혜원씨 글 읽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네요.
    좋은 내니 만난것도 정말 행운이라고 하던데 승연이에게도 좋은 내니가 되어주고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가요.
    시아버님도 얼른 쾌차하시길 빌어봅니다.
    승연,승빈엄마 혜원씨 화이팅~!!!

  17. 서진 · July 15, 2010 Reply

    혜원아 홧팅~! 내친구 혜원이는 항상 감사하는 맘과 밝은 맘으루 주위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주니깐 모든 일 다 잘 풀려나갈거야.

  18. eggie · July 16, 2010 Reply

    저런… 마음 고생이 크셨겠어요. 시아버님 빨리 쾌차하시기 바라고 혜원님 가족도 모두 건강하기 바래요.

    좋은 내니 만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희도 처음 인터뷰한 내니 인상좋고 추천서가 너무 좋아서 (마침 만난적은 없지만 같은 직장 다니는 사람이 전 고용주더군요) 다른사람 안 보고 곧바로 고용했는데 다행히 아기한테 참 잘하고 성실해서 만족하고 있어요.

    전 주위에서 내니 고용할때 계약서 꼭 쓰라고 해서 이것저것 다 넣고 썼다고 생각했는데 택스를 누가 어떤 부분을 내느냐를 안 적어놓아서 나중에 서로 그 부분에 오해가 있는걸 알고 제가 한동안 맘고생하고 저희가 생각한것보다 돈도 더 들게 되었답니다. (내니 입장에서는 자기가 생각한거보다 덜 받게 되었구요).

    데이케어 가는것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경제적으로는 타격이 크지만 아이가 안정적으로 잘 크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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