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1

1월부터 집을 보러 다녔었다. 여기서 말하는 집이란, 아.파.트.
뉴욕집값이 최고를 달했다가 올해부터 슬슬 내려갈거란 소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핑계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보자라고 결심을 한번 하고는 본격적으로 2월부터 주말마다 여러개의 아파트를 둘러봤다.

사실 맞벌이생활을 하며 집(house)관리를 한다는것도 쉬운일이 아니기때문에 아파트만 봤었고, 또 출퇴근의 편리함때문에 우리동네에서만 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왔던지.
한주도 빠지지 않고 주말마다 한 여섯군데를 둘러봤더라고.

한국의 아파트와는 달리 여기선 같은 건물에서라도 구조가 다 다르고, 주인이 어느정도 신경써서 수리를 했느냐에 따라서 집의 분위기와 컨디션이 다 다르기때문에 딱 마음에 드는공간을 찾는다는것도 어렵다는걸 알았다. 이게 맘에 들면 다른게 맘에 안들고… 구조가 맘에 들면 사이즈가 너무 작고…모든게 맘에 들면 부엌과 화장실을 모두 내가 수리를 해야하고…

암튼 이넘의 집 때문에 내가 잠도 못자고 머리도 복잡하고 그랬다지. 밥먹으면서도 집생각, 회사에서도 집생각, 자면서까지 집생각이었으니까.

시간이 많은것도 아니고 출산예정일 전에 이사를 하고싶었기에 더 맘이 조급했었는지도 모른다. 맘에 드는 아파트 하나 없이 시간만 가는게 얼마나 초조했던지, 아기를 뱃속에 더 넣어둘수만 있다면…이란 생각도 해보고, 나중엔 출산하자마자도 이사를 갈수 있다 라는 억지까지 부려봤다.

너무 괴로왔던 두달 끝에 맘에 드는 아파트를 찾았고 오퍼를 넣었을때 그쪽에서도 오케이 했다.
아, 드디어 내가 원했던 키친케비넷과 부엌공간을 가지는거다! 지금 사는 집보다 조금 더 넓고 또 우리건물 바로 건너편 건물이라 이사하기도 편리하고…
들어가기전 화장실만 개조하면 되는거였다. 이것도 이사날짜가 출산 후 두달 뒤였지만 복직하기전에 이사를 한다는 장점만 눈에 보이고 내 몸이나 갓난 아기에 대한 생각은 전혀…-.- 쯧쯧

계약단계까지 갔는데 그 집주인이 이사가려던 집을 놓치는 바람에 클로징날짜를 오픈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아니, 이게 무슨소리야. 그럼 그사람이 집을 구할때까지 우린 마냥 기다리고만 있어야한단 말이야?
정말 김이 팍 새는 뉴스였지만 이게 때가 아니구나 싶어 그의 요구를 거절하고 그냥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우리 둘다 지칠대로 지치고 아파트 서칭을 계속 해봤자 현실적으로 우리의 상황과 타이밍이 너무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가을에 시작을 했어야하는거였는데…

그리하야..남편과의 여러차례 의논끝에 우리집에서 1년간 더 있기로 하고 천천히 다시 가을부터 다시 그 아파트 서칭을 시작해보자고 결정을 했다. ㅠㅠ
자존심과는 전혀 상관없는일인데 왜이렇게 자존심이 상하던지. 부풀어있던 꿈이 한순간에 바람이 피식~하고 빠져버리는..그런느낌.

덕분에 많은걸 배웠고 남의집 구경도 재밌게 했지만 이사할꺼라고 모아뒀던 박스들을 보는 순간 혈압이 다시 팍 오르고..(그래서 결국엔 그 박스들도 화김에 다 갖다버렸지만. -_-;;)

제정신으로 돌아온 지금. (진짜 그땐 제정신이 아니었다 — 거의 이사에 목숨건 미친 아줌마의 정신상태)

생각해보면 지금 이집에 방도 두개고, 화장실도 한개뿐이지만 샤워와 욕조가 따로 되어있는 구조라 나중에 아기를 목욕 시키기에도 좀 편리할거 같고…세식구가 살기에 그렇게 나쁘지도 않은데 이사를 가면 좀 더 나은 부엌을 포함한 새출발을 한다는 사실에 더 집착을 했었나보다.

//집 이야기 2 에서 계속//

 

 

20 Comments

  1. Helen · April 10, 2006 Reply

    제가 2년 전에 그랬어요… 신랑이랑 둘이서 우린 방1개 화장실 1개에 1층이라서 어두운 콘도에 살고 있었거든요. 결혼 1년후에 여러가지 갈등과 충돌끝에 집을 찾고 이사를 할수 있었지요. 근데, 혜원님 말씀이 딱! 맞아요. 저도 제가 원하는 것만 찾으려고 하고, 내 기준에 맞춰서 기도하다가 보니 일이 잘 안되다가… 중심을 가족에 맞춰서 기도하고 나를 촛점에서 빼고 나니까, 일이 쉽게 풀리더라구요… 가장 좋은때에 가장 좋으것으로 주시는것 같아요.

  2. 성희 · April 10, 2006 Reply

    저희는 올 가을초에 뉴저지로 이사를 갈 예정이에요.. 그래서 저도 지금부터 박스들을 모으고 있답니다..ㅎㅎ 뉴욕을 좋아하는 신랑때문에 뉴욕을 벗어나긴 싫지만, 회사가 이사를 간다고 하니 어쩔수가 없죠.. 저희도 2월중순부터 매주는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번쯤은 뉴저지쪽에 집들을 보고다니는데, 영 맘에 드는곳이 없더라구여.. 혜원님 말 처럼요..^^;;

  3. inhee · April 10, 2006 Reply

    애기 낳고 천천히 찾아봐,, 또 애기가 있으면 원하는 것들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
    모아둔 박스는 나 주지.. 왜 버렸어, 언니 ^^

  4. 김연희 · April 10, 2006 Reply

    집은 다 임자가 있는거래요. 오히려 조급한 맘에 급하게 찾다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는 수가 있죠. 이렇게 된게 더 잘된 일일 수 있으니까 천천히 찾아보세요~ ^^ 그럴때면 좋은 집이 혜원님을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

  5. april · April 10, 2006 Reply

    저런… 혜원씨 말씀대로 그 아파트는 혜원씨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저도 제작년에 집을 사려고 여러군데 둘러보다가 가격이며 구조며 맞는 집을 못찾아 두달만에 포기한후로는 집을 사야하는지… 조차도 모르겠네요. 이왕에 1년 더 계시기로 한거 마음편히 계시구요, 방 두개면 지금계시는 곳도 괜찮을거 같은데요? 물론 내집이 아니니 고치고 바꾸고 싶은걸 내맘대로 못하는게 아쉽지만요.
    때가되면 분명히 더 좋은곳이 나타날거라고 맘 편히 생각하세요 ^^

  6. 엄마 · April 10, 2006 Reply

    애썼다!!! 이렇게 편안하게 좋은 경험담과 위로를 주시는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 더욱 마음 편안—–히, 때를 기다림에 용기가 생기지??? 경험만큼 좋은 선생님도 없댔나? 지난 일을 통해서 더욱 좋은것으로 채워 주실것을 믿고 마음 에 평안을!!!! 화이팅!

  7. jae · April 10, 2006 Reply

    이런…그랬었군요… 근데! 어쩜 아기도 가지시고 일도 많이 바쁘신 분이 주말에 집을 6군데나??@.@;; 혜원님 정말 에너제틱 그 자체…! 윗분들 말씀대로 집은 정말 자기와 인연이 맞아야 만날 수 있는거라더군요. 그리고 inhee님 말씀대로 아기가 생기면 관점이 바뀌어요.^^ 그때 집을 보면 또 느낌이 새로우실 거예요. 어쨌든 이젠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8. 쭈쭈바 · April 10, 2006 Reply

    오랜만에 놀러왓어요~
    집 찾기 정말 힘드셧죠?
    저도 지금 있는 아파트가 부엌이 작아서
    집 구경 다니는데마다 부엌만 보이더라구요.
    신랑이 부엌 큰집으로 가서 얼마를 더 채워 넣을꺼냐고..
    지금 아파트에서 더이상 머 사지 말고 살면
    부엌 터져나갈일은 없다고 하는데 약간 뜨끔하긴 했었다죠. ^_^
    아기 가진 몸으로 아파트까지 보러 다니시는 혜원님
    대단하셔요~ 열심 운동하신 셈 치시고,
    집 때문에 받으셨을 스트레스 싹~ 다 날려버리셔요~

  9. 앤지 · April 10, 2006 Reply

    그 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 땜에 더 속상했겠네요. 애 나오고 2개월 안에 이사는 무리긴 무리예요. 저도 한국서 애기 나오기 한두달 전에 이사했었거든요. 뱃속에 넣고 하는 게 쉽긴 하더라구요. 기왕지사, 내 것이 아니다 생각하고 빨리 잊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맘에 드는 집은 항상 있을 거예요. 저도 이달안에 엘에이로 이사가게 되어 정신이 없네요.

  10. Tada · April 11, 2006 Reply

    저두 작년에 타주로 이사오면서 머리가 빠지도록 고민해봐서 절절히 이해합니다. 이사하려고 옷 다 싸놨다가 그거 다시 꺼내입은것도 몇번..ㅠ.ㅠ 집 새로 구하는것도 사람만큼이나 인연이 중요한거 같애요. 더더군다나 기한을 정해놓고 집을 찾으려고 하면 그 스트레스가 몇배.. 임신중이니까 스트레스 너무 받지말고 있으면 어느날 갑자기 착 맘에 드는 집이 나타날수도 있을거에요.^^

  11. 혜원 · April 11, 2006 Reply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맘을 바꾼다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젠 현재 주어진 공간을 어떻게 이쁘게 잘 꾸며서 더 잘 활용하느냐에 집중을 하고있는데…
    집도 인연이란 말 주위에서 많이 얘기해주셨는데 그게 막상 닥치고보면 인연은 내가 만드는거다! 뭐 이런식으로 억지도 부려지더라고요.
    아기한텐 신경못쓰고 오직 집때문에 두달넘게 투자한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더 나은집이 기다리고 있겠지 란 기대도 해봐요.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역쉬~

  12. 신은주 · April 11, 2006 Reply

    혜원님 저두 출산 2주전까지 회사다녀서 그 분주하고 맘 바쁜 심정 너무 잘알지요…..^^
    제가 사는 북경도 같은 아파트지만 내부는 모두 달라서 저희도 집보러 다닐때 꽤 발품 팔았어요…..
    저도 안타깝게 놓친 집이 있었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놓친고기가 더 아깝다고 …말로만 들었는데….진짜드라구요…ㅎㅎㅎㅎㅎ
    저도 지금 사는 집이 주방이 너무 맘에 안들어서 고민입니다~~~~

  13. 뉴욕에서.. · April 12, 2006 Reply

    고생하시고 맘 상하셨을 텐데, 이런 말씀 드리는건 죄송하지만…잘 되신거 같아요. 제가 아는 분이 애기 낳기 바로 전에 이사를 하셨었는데, 이사동안의 스트레스 및 공해와 새로운 집에서의 먼지등등…이런것 때문에, 애가 태어나고 나서 한 일년쯤 아토피로 무지 고생하셨거든요. 산모가 마신 먼지들이 몽땅 애한테도 전달되는듯… 암튼, 그때 애도 부모도 너무 고생하시는걸 봤어서… 한 일년쯤 애기가 아토피로 위산이 넘어오고 그래서, 계속 안고 있었어야 했어요. 혜원님의 1년 후의 이사 결정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라 봅니다..^^..

  14. 혜원 · April 12, 2006 Reply

    은주님 저와같은 고민을…ㅎㅎ 북경아파트는 어떤지 정말 궁금하네요. 기회가 된다면 사진이라도..ㅋㅋ
    뉴욕에서님 얘길 들으니 정말 위로가 돼요. (지금은 벌써 포기하고 미련은 없지만서두) 저도 수리하고 새페인트도 다 해야할텐데 신생아를 데리고 들어갈 생각하니 약간 걱정은 됐는데 다 일이 이렇게 되려고 그랬나봐요. 고맙습니다~

  15. So Hee Park · April 13, 2006 Reply

    첨이라서..인사는하구 저는 네델란드사는 6개월짜리 아들을둔 아줌마예요. 원래 여자는 임신을 하면..본능적으로 집을 청소를 하거나~가꾸거나 바꾸거나 하게되어있어요. 그게 아기를 맞이하기위해서 하는 일종의 본능이라구 하더라구요.임신 막달에되면..대청소꼭하게되는이유가 그거라네요.여기 임신책자(네델란드용)에 나오더라구요. 혜원님 이제 머지 않았네요.저는 38주에 나왔어요. 아기낳으시면 여건이 허락되면 꼭 모유수유도하세요. 아마 자연분만하시면 낳고나선 힘이 철철 넘칠꺼예요.몸이 너무 아파서 출산때 아픔을 감소시키기위해 엔돌핀이 막솓는다구하더라구요.그래서 그게 출산후에까지 남아서 에너제틱하다가..그게 떨어지면 산후우울증 오고 눈물한번찔금흘리는 때도올걸요!! 모든게 자연의 섭리지요.
    뱃속에있을때는 실감이 안나는데..뱃속에있는 아기한테는 엄마의기분이 좋은게 태교예요. 그럼아기에게 엄마의 감정때문에 생긴 좋은 호르몬들이 전달되거든요. 저희도 아기낳기전에 집고민하다가..(아직 아파트) 포기하구 낳고나서 이제 슬슬 마당있는 주택을 알아볼려구 하네요. 절대 청소안하는저는 왠일로그땐 열심히 치우기만했답니다.

  16. 혜원 · April 13, 2006 Reply

    So Hee님,여기서도 임신을 하면 nesting의 본능이 생기기때문에 집을 가꾸기를 좋아한단 얘기 들었는데 전 아기방에만 해당되는줄 알았어요. ㅋㅋ
    아효, 머지 않았지요. 이제 슬슬 산후조리에 대해 공부를 시작해야겠더라고요. 이리 무심하면 안되는데 왜케 딴생각만 하는건지.. 애가 나와야 그제서야 내가 임신을 했었구나~ 할거 같애요. -.-;

  17. colajuice · April 14, 2006 Reply

    뭐든지 열~~씸히 하시고, 긍정적인 혜원님 성격이 잘 나타나는 글이여요. ^^
    저도 지금 타주로 이사준비 하고있어서 그 속타는 심정 백번 이해합니다.
    군데 정말 위에 분들이 말씀해주셨듯이 집도 인연이여요. 저도 젤루 첨에 이건 내꺼다라고 생각했던게 안되서 무지 속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안된게 다행이다 싶거든요.
    집 이야기 2탄 기대합니다. 군데 그 버리신 박스들..넘 아까버요…흑흑..저 지금 박스가 한 50개 필요하거든요. 아님 혜원님이 오셔서 다 버려주심 좋겠어요. 물건 버리는거 넘 어려워요…

  18. 혜원 · April 14, 2006 Reply

    콜라쥬스님 저도 지나고보니 이 많은짐을 신생아 데리고 어찌 다 쌌을까 싶긴 하거든요. 그땐 정신이 미쳤던게지요. ㅎㅎ
    그래서 집을 구하셨어요? 새집 너무 기대되요~ 오늘 놀러가봐야겠다. 걍 눈 딱 감고 다 버리세요. 그럼 생각도 안나요.ㅋㅋ

  19. 손민영 · April 20, 2006 Reply

    집도 인연이라는 콜라주스님 말 100% 동감
    우리집은 우리랑 안떨어지려고 해서 요새 아주 고생이야. 흐흐흑
    우리가 좋은가봐 -..-

  20. 혜원 · April 21, 2006 Reply

    루씨랑 네 부부가 좀 고생이겠지만 이것도 다 지나고보면 뜻이 있어서 안떨어지는거일수도 있을거야. (내가 이런말 할 입장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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