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안좋았던 오늘

한 지하철역에 불이 심하게 나 그 역 주위사람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거 같다) 그 역을 지나치는 지하철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뉴욕지하철이 마비가 되었다. 심한 교통체중때문에 기어가는 지하철 안에서 모르는사람들사이에 낑겨 이것저것 갈아탄다. 회사에 좀 가보겠다고.

비까지 오는 날. 사람들은 그 와중에서도 꼭 뭘 먹어야하는지 내 바로코앞에서 어느 아저씨가 한손엔 커피 한손엔 맥도날드 소세지 샌드위치를 들고 입가에 다 묻혀가며 너무나도 지저분하게 먹는다. 손엔 커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내옷에 부스러기가 묻을까봐 좀 떨어져볼려고 해도 가방 다시 멜 공간조차 없다. 나름대로 아침에 샤워도 깨끗히 하고 향수도 좀 뿌려주고 샴푸냄새 풍기며 나왔는데 이 아저씨때문에 벌써 내머리에선 기름냄새가 나는거 같다.

11시가 다 되어야 회사에 도착. 어제하루 쉬었더니 60여통의 이메일이 들어와있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원래 이렇게 많진 않은데… 내가 어제 하루 안나온다고 그렇게 얘길 해놨었는데 어제 오후까지 이것좀 해달라는 부탁은 뭔지… 또 미안한 마음으로(왜 미안해해야 하는건지…-_-;;) 걔네들한테 직접 가서 상황설명을 하고 지금당장 보내주겠다고 한다.

아침에 운동량이 많아서인지 오늘은 좀 일찍 배가 고프다. 12시가 되자마자 점심을 사러 나가는데 건물 바로앞에 bomb threat이 있다고 우리건물에서 아무도  못나가게 한다. @.@ 밖을 내다보니 소방차와 경찰차가 깔렸다. 배고파 죽겠는데.. 마냥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수만 없어 다시 올라와 자판기에서 진저에일을 하나 뽑아마셨다. 배고픔이라도 좀 어째 해볼라고. 흑

그냥 집에서 김밥한줄 손에 들고 담요덮고 스파이더맨 디비디나 보고싶은 날이다.

 

 

13 Comments

  1. 해송 · October 21, 2005 Reply

    비오는 날 만원지하철에, 배고픔에…정말정말 고생이 심하셨네요. 지금 쯤엔 점심을 드셨을까나요? 저는 방금 hummus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hummus를 먹을 때면 항상 베지테리안 전용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오늘도 먹으면서 기분이 약간 나빠졌네요..
    bomb threat은 그냥 threat으로만 끝난 건지…. 그것 때문에 배고픔을 참아야하는 데에 대한 불평을 하시는 걸 보니 좀 여유로움이 느껴지네요…^^; 험난한 아침을 보내셨지만…그래도 오늘은 금요일이쟎아요… 얼마 남지 않은 막바지를 향해 즐겁게 화이팅!

  2. jae · October 21, 2005 Reply

    이런… 오늘 뉴스에서 지하철 불난 소식을 계속 보여주더니만… 혜원님도 고생하셨군요. 저는 그래도 그 라인만 그럴 줄 알았는데. 비도 오는데 너무 싫으셨겠다… 남편도 조금만 늦었으면 지하철에 갇혔을거라고 그러던데. 혜원님 저녁은 맛난 거 드시고 기분전환하시길 바래요.

  3. 리아맘 · October 21, 2005 Reply

    혜원, 기분 별로였겠다.. 주말이니 기분 전환 확실히 하길 바래. 홧팅!

  4. 홍신애 · October 21, 2005 Reply

    언니 정말 주말동안은 뭔가 획기적으로 좋은일이 있기를 바랄꼐요. 그나저나 배고픈데 진저엘이라니…^^;; 뉴욕에 있으면 정말 별별일이 다 있는듯 해요. 화이팅!!!

  5. joy · October 21, 2005 Reply

    오늘 여기는 날씨 무지 좋았는데 거긴 비가 왔나봐요. 게다가 그런 일까지… 근데 지하철 안에서 뭐 먹는거 불법이라던데, 그 아즈씨 그래도 되시는건지 몰라요~ 더구나 뜨거운 커피를! ㅡ.ㅡ

  6. inhee · October 21, 2005 Reply

    언니네 동네는 비까지 왔어? 우리는 하루종일 흐리기만 했는데… 오늘 미드타운 갈 일 있어서 안 그래도 택시타고 가고, 집에 오는데 늦어서 또 택시잡는데 안 잡혀서 너무 고생했어.. 정말 지하철 무슨 일 있을때마다 너무 불편하다,,
    언니 곧 여행가지? 즐거운 맘으로 여행준비하고 이런 날은 잊어버리라구!!!

  7. 혜원 · October 22, 2005 Reply

    진짜로 길고 기분 별로인 날이었어요. 근데 이렇게 글로라도 밖으로 표현을 하니 맘이 훨씬 가볍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나 싶어요^^;;) 지금(토욜아침)도 비가 내리는데 다행히 아파트에 히터가 나와서 담요신세는 안져도 되겠어요. 하하 좋은 주말 되세요 여러분~

  8. marisol · October 22, 2005 Reply

    그럼에도 불구하고…엘에이에 사는 저는 꼭 맨하탄에 살아보고싶답니다..ㅡㅡ;;아~ 지겨운 엘에이여..

  9. 혜원 · October 22, 2005 Reply

    marisol님 전 켈리포니아에 대한 기억이 너무 sunny해서 오히려 그쪽에 살아보고싶은데요.ㅋㅋ 비도 잘 안오고 말예요.

  10. 싸랏 · October 22, 2005 Reply

    엄마낫~~!!
    그러게요~ 맨하탄은 그렁게 나는 싫더라구요
    세상에서 젤 슬픙게 배고픙건데~ 토닥~~;;

  11. marisol · October 23, 2005 Reply

    어여와여~ 두팔로 환영~^ㅡ^

  12. 앤지 · October 23, 2005 Reply

    고생 많으셨네요. 힘내세요.

  13. Foxhead · November 3, 2005 Reply

    훔.. 고생한다.. 훔훔..
    기운 팍팍 내라~ 크크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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