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밀국수의 추억

원래는 모밀이 아니라 메밀이라면서.
그래도 난 항상 모밀이라고 불러왔기때문에 메밀이란 단어가 어색하다. 메밀 하면 “메미일~묵 찹쌀 떠억~” 하는 묵 파는 아저씨밖에 안떠오르니까. -_-;;

지금은 없어서 잘 못먹지만 모밀국수와 나는 어렸을때부터 특별한 인연이 있는거 같다. 외할머니한테 놀러갈때면 꼭 할머니가 데리고갔던 부산에 있던 [18번지]. 여긴 국수를 짚으로 엮은듯한 초가집같이 생긴 접시(접시도 아니다, 초가집 지붕에 얹어주는거였으니깐)에 얹어준다는게 그때 참 인상적이었나보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그래서 부산에만 가면 초가집에 가자고 했었는데…
거의 20년 후인 요즘, 몇년전 가보니 그 초가집은 사라지고 우리가 흔히 보는 모밀국수 접시(발?)에 담아주는거였다. 국수맛은 여전했어도 나의 추억이 사라진것 같아 백프로 그맛을 느끼진 못했다.

또, 여의도에 살때 항상 가던 집 [담담]. 그때가 초등학교 2-3학년이었는데 한자리에서 모밀 4판(3판? 자세한 숫자는 기억이…)과 냄비우동 하나를 다 먹고나와 식당아줌마들을 놀라게 했던적이..ㅡㅡ;; 엄만 아직도 그얘길 하시는데 지난겨울에 찾아가보니 이집은 아예 없어져버렸다. ㅠㅠ 내추억 돌리도…

내가 기억하는 모밀국수는 보기만 해도 찰랑찰랑 거리고 쫀득쫀득한것이 입속에 넣으면 빗속에 지렁이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스르륵 넘어가는거였는데…아뉘, 요즘은 통 그런걸 찾아볼수가 없다.

일본 소바 전문집엘 가봐도 우리가 슈퍼에서 사먹는 마른국수보단 메밀향이 더 나긴 하나, 그 머랄까..챠르르~ 한 맛이 없고, 보통일식집에선 퍼석하기까지 한 메밀국수를 먹은적도 있다. 그래서 돈쓰고 어설픈 모밀국수를 먹느니 집에서 해먹고말지 하며 가끔 이렇게 해먹나보다.

담에 한국 나갈땐 꼭 모밀국수 잘하는 집을 찾고 싶다.
그전에 여기서 알아준다고 하는 Honmura An에나 가봐야겠다.

 

 

11 Comments

  1. 앤지 · September 2, 2005 Reply

    앗 국수 색깔.. 녹차국수만 알겠어요. 무슨 국순지 보여 주세요. 우리 딸 해 주면 좋아라 하겠어요.

  2. 노아맘 · September 2, 2005 Reply

    역쉬.. 그냥 모밀 국순데도.. 혜원님이 하시니.. 예술적으루다가 보여요..ㅋㅋㅋ
    전 면종류 다 싫은데 모밀만 좋아요.. 아흑.. 넘 맛나보이네요~~

  3. suzie yi · September 3, 2005 Reply

    저도 부산이 외갓집이라서 여름방학때마다 “석빙고”에 가서
    팥아이스케키 먹고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아나고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반가워라^^
    근데요, 보기만 해도 찰랑찰랑 거리고 쫀득쫀득한 모밀국수는 밀가루나 고구마가루등이 많이 섞여서이고 일본 소바 전문집에서 향이 더 나고 퍼석하기까지 한건 밀가루보다 모밀 함량이 많아서인데요…여기 Gardena시에 일본 황실에 소바국수 대어 드리는(?) 집안의 둘째 아들이 하는 소바 전문집의 맛도 메밀향은 진한데 쫄깃 거리지는 않아요… 일본 마켙에서 파는 80% 또는 100% 메밀함량의 소바 국수도 그맛이구요. 그대신 메밀 함량이 많을 수록 칼로리는 적어서 (먹은 열량보다 소화 시키는데 열량이 더 든다네요) 다이어트에는 좋데요.

  4. 혜원 · September 3, 2005 Reply

    앤지님 저게 청정원에서 나오는건데 다섯묶음인가 들어있는게 다 색이 달라요. 모밀, 녹차, 치자, 그리고 나머진 기억이 안나네요. 담에 또 사면 그때 잘보고 알려드릴께요^^ 따로따로 삶아 담으면 이쁜데 집에서 그거 언제 하나요..걍 다 섞어버렸어요. 하하
    노아맘님, 저 면종류 다 싫어하는분 첨봐요. ㅋㅋ 그래도 모밀 좋아하시네요.
    suzie님 앗, 저도 석빙고! 그리고 아나고! 넘 반갑네요 진짜.
    저도 모밀얘기 들었는데 모밀이 넘 푸석해서 밀가루가 안들어가면 그렇게 만들기도 어렵다면서요? 그래서 사먹는모밀은 다여트용으로도 꽝이라고 -.-;; 근데 참 honmura an은 ruth reichl이 사르르 넘어간다고 극찬을 하는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여기도 퍼석한건지..
    밀가루함량이 많아도 차르르한게 그립네요.ㅠㅠ 서쪽으로 갈때 그 소바집 알려주세요. 가보게요.ㅋㅋ

  5. suzie yi · September 3, 2005 Reply

    서쪽으로 오시면 그 소바집에 모시고 갈께요^^*

  6. 소영 · September 5, 2005 Reply

    서울에서 모밀 잘하는집.. 나두 모밀을 무쟈게 조아라해서리.. 시청근처에서 일할때 40년전통 모밀집을 갔는뎅.. 허거걱.. 쫄깃쫄깃..국물도 시원…넘넘 맛나더라공.. 담에 오면 꼬옥 가장 ^^

  7. 혜원 · September 6, 2005 Reply

    suzie님, 저 켈리포냐가면 같이 갈곳이 넘 많네요. ㅎㅎ 고마워요.
    소영언니, 그래, 담에 꼭 가자~근데 나 지난번 언니가 데리고 간 한정식집도 넘 맛있었어^^

  8. min6465 · September 6, 2005 Reply

    한국에 모밀국수 잘하는 집은 광화문 교보 옆골목 미진이 유명하고, 얼마전 삼성 칼국수 일층에서 하는 우동집에서 먹은 하얀 메밀국수도 맛있어요.
    한국 나오시면 저에게 연락해주시면 사드릴게요.

  9. 혜원 · September 6, 2005 Reply

    min6465님 정말 고마워요 적어뒀다가 내년에 꼭 가볼께요^^ 하얀 메밀국수는 못봤는데 정말 맛나겠는걸요.
    아이고 사주시기까지 한다고요? 그럼 저 진짜루 연락합니다.-_-;; 너무 고마워요~ 왕 감동!

  10. min · September 7, 2005 Reply

    네! 꼭 연락주세요.~~

  11. 엄마 · October 10, 2005 Reply

    어이구—– 먹는 얘기만하면 불쌍해라. 어서와라.
    여기엔 깔린게 모두 너희 좋아하는것 밖에—-.
    옛날 초가지붕 모밀은 아니래도 많지——.시청 근처의 오랜 전통집도 알지요—.살, 살, 하면서도 먹거리엔 못견디는우리들 .ㅎㅎㅎ.
    그래도 너의 모밀국수, 맛있겠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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