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uf Bourguignon For His Birthday

항상 한국에 다녀오면 시차가 적응되기도 전에 남편의 생일이 다가온다. 면세점에서 선물을 사 온 적도 있고 당일 2-3일 전에 도착한 해는 그냥 가까운곳 외식으로 떼운적도 있고, 서울을 뜨기 전부터 메뉴를 구상할때도 있다.

이번에는 우리 없는동안 샤워실 타일 regrout 하는 대작업을 내 기대 이상으로 잘 해둬서 속으로 뿌듯했었는데 애들 이불도 싹 다 세탁, 우리 도착하기 전에 청소기 돌린 흔적도 보이고 ㅋㅋ 우리 여자셋 맞이하는 자세, 맘에 들었어. ㅋ
이번만큼은 생일상을 홈메이드로 해주고 싶어 나도 좀 야심찬 레시피를 골랐다.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 꼭 한번은 만들어봐야겠다라고 했던 Boeuf Bourguignon! 헉, 지금 포스팅을 다시 보니 십년이 되었네? -_-
그 후로 영화 Julie & Julia를 보고 이건 심히 어려워보여서 (지금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약간 오바일수도.. ㅋ)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까짓 해보자 싶어 부딪혀 봄.

근데 며칠전부터 출력한 레시피를 읽어도 읽어도 과정이 좀 많은듯 함. 대낮부터 시작해야 저녁시간에 먹을 수 있는 그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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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로 된 베이컨 (통삼겹에 가까운)을 찾지 못해 잘게 다져진 pancetta를 사용. 그걸 먼저 볶은 다음에 건져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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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페이퍼타올로 수분을 잘 닦은 고기 덩어리를 넣고 겉이 전체적으로 굽히도록 뒤집고 뒤집고 뒤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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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름에 양파를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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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덜어낸다. 다시 한냄비에 고기 베이컨을 다함께 넣고 밀가루로 버무린 후 425도 오븐에 뚜껑열고 5분정도 익힌다. 밀가루 옷이 바삭하게 되도록.

그 다음엔 꺼내서 와인육수를 붓고 토마토 페이스트, 볶아 둔 양파, 마늘허브를 더해 뚜껑 덮고 이번엔 325도 오븐에 넣는다.

3-4시간동안 고기를 익히는 동안 맨 마지막에 고기 위에 얹어질 버섯미니양파를 볶다 졸이는데 이것도 한 1시간 과정 @.@ (양파 먼저 50분 익히고 버섯은 따로 10분 볶아서 더하는 식. -.-)

3-4시간 후, 오븐에서 고기를 꺼낸 후, 건더기를 체에 받쳐내고 국물은 또 따로 작은 냄비에 받아 그레이비 소스가 될때까지 졸인다. 이때 냄비를 한번 깨끗히 씻어서 고기와 양파 버섯을 합친 후 걸쭉하게 졸여진 소스를 더하고 2-3분동안 뒤집어가며 소스와 함께 데운다.

이렇게 하면 이런 비주얼이 나온다! 고기가 익는 동안 초긴장 상태에서 레시피를 읽고 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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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에 다 들어가고 아주 쬐끔 남은 와인으로 분위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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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버터파스타에 얹어 먹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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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가 하나도 없어 대충 이런 샐러드와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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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따로 꾸밀 힘도 없고 무쇠냄비 하나로 풍성한 분위기 연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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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 Child의 beef bourguignon 레시피는 검색만 하면 아주 흔히 찾을 수 있는거이므로 두페이지 레시피는 생략하겠다. ^^

당일은 냄새에 질려서 별로 즐기질 못했는데 남은걸 다시 먹어보니 오~ 이 깊은맛, 내 땀맛도 나는거 같은것이…

다시 만들면 그땐 더 잘할것 같다. 사실 정확한 개량 없이도 만들법한 요리인데 너무 디테일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니 10년간 숙제를 끝낸 기쁨도 맛보지 못했던 남편 생일 상.

 

 

 

 

 

 

12 Comments

  1. Jihye Kim · September 25, 2015 Reply

    하하하~~
    그래도 가을이 오는 길목이라 그런가 저도 몇 년만에 해봐야겠다고 결심을 부르는 상차림인데요?
    저는 몇 년 전에 엄마가 오셔서 뭐 해들릴까 하는데 이걸 드시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연세가 많으신 편인데 예전에 중학교인지 고등학교때 학교에서 이걸 해드셨대요. @.@
    저는 그냥 간단하게 one pot dish로 했었어요.
    들어간 재료는 같은데 그냥 더취 오븐이니 오븐에 안넣고 약불에서 계속 졸이는 스타일로요.
    그러니 했지… ㅎㅎ
    올 가을에 오시면 한 번 더 해봐야겠네요..

    • 퍼플혜원 · September 28, 2015 Reply

      어머 그 시절 학교에서 (아마도 가사 시간?) 이걸 해드실 정도면 정말 앞서가는 ㅋㅋ 학교였겠는걸요 ㅎㅎ
      한번은 꼭 줄리아차일드 할머니가 하라는대로 해보고 싶었는데 원팟으로 해도 안될건 없는거 같아요. 단 마지막에 소스를 졸여서 끼어 얹는 방법은 요리가 좀 반지르르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것 외에 또 다른 스튜보다 더 걸쭉한 그런 느낌이더라구요. 제일 귀찮은게 따로 소스 졸이는거였는데 ㅠㅠ

  2. Aikyoung Park · September 25, 2015 Reply

    죽~~~~~읽고 나니, 정성이 가득 담긴 따뜻한 상 차림 이네요. 읽는 사람 마음도 흐뭇해요..
    다시 한번 수퍼 우먼 혜원씨에게 two thumbs up (5살 손녀가 요사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 보내요.

    • 퍼플혜원 · September 28, 2015 Reply

      ㅎㅎ 감사합니다~ 하나도 아니고 두개의 엄지를 올려주시니. 수고 끝에 우리가족만 먹은게 좀 아쉬운, 그런 요리였네요. 동네 이웃 다 불러모아 나눠먹으면 기쁨이 배로 클뻔 했는데 말이죠.

  3. 황지원 · September 26, 2015 Reply

    저도 이거하려고 오늘 와인샀는데.! ㅎㅎㅎ 어디선가 들으니 원래 이 비프부르기뇽은 만든 그 다음날이 더 맛있다고 하고라고요.

    • 퍼플혜원 · September 28, 2015 Reply

      네, 그냥 데우기만 했는데 더 걸~쭉하고 찐한게 맛있더라구요. ㅋㅋ 맛있게 해드셨어요?

  4. Beantowngrace · September 27, 2015 Reply

    허걱~ 과정이 읽기만해도 기~네요.
    정성이 가득한 생일식사! 기억에 남겠어요. 정말 수고하셨어요.
    저는… 그만… 사먹을것 같읍니다, 근데. ㅋㅋ

  5. countrylane · September 28, 2015 Reply

    정말 정성 정성!!!
    고기가 입안에서 녹을거 같아요 ㅎㅎㅎ
    깔끔하게 한 상 차리셨어요!
    남편분이 좋아하셨을거 같아요 :) ^^

  6. Clara · October 1, 2015 Reply

    지난 몇년간 제가 생각만 하고 아직 해보지 못한 거였는데!!!
    글을 읽고 나니…더 못하겠;;;어요… 막 겁나고…ㅋㅋ

    *진짜 오랜만에 댓글 쓰나봐요..왜 요새 이렇게 정신없이 지내나 몰라요..ㅠㅠ

    • 퍼플혜원 · October 2, 2015 Reply

      ㅋㅋ 오랜만이에요. 아마도 새 동네에 적응하시느라 그런거 아닐까요? 얼른 모든게 settle down 되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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