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s First Recital

승연이의 첫 바이올린 리사이틀이 지난 주말에 있었다.
시작한지 5개월밖에 안되어 이렇게 일찍 무대에 올라간다는건 생각도 못했는데 선생님의 추천으로 다니는 음악학교의 할리데이 콘서트에서 데뷔를 하게 됨. ㅋ 근데 막상 도착해보니 아주 큰 홀에 또래 학생들이 무지 많았음.

사실 승연이의 공연이 일주일 후라고 알고 있던 나는 (왜이럴까 정말..ㅠㅠ) 수요일에 학생 명단을 받고 급당황. 그냥 캐주얼 치마같은거 입고 올라가도 된다는 선생님 말만 믿고 있다가 혹시나 해서 보내본 이메일에 formal attire을 요한다는걸 보고 드레스 찾기에 나섬. 목표는 저렴한 드레스 찾기. 운좋게 회사 앞에서 $39로 드레스를 건지고 그날부터 징글벨 연습에 들어갔다.

공연 날이 되었고 승연이는 나보다 훨씬 침착한 모습. -_-;;
주니어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승연이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대기좌석으로 옮기기 전에 선생님과 얘기를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선생님이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해서 우린 또 승연이가 안올라간다는 줄 알고 불안불안.. (승연이가 좀 자기가 못한다 생각하면 아예 안하려고 하는 성격이 있어서 교회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그래도 나름 대담한 모습이라 의외였음. 홀에 들어서면서 stage fright이네 어쩌네 하며 나를 놀리더니.. (짜식 많이 컸어)

배운대로 인사를 하고

드디어 시작을 했다. 곡명: 징글벨

그동안 승빈이는 언니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 봄. 눈에서 레이저 튀어나오는거 같음. 이 날 이후로 승빈이는 “I wanna play violin on the show” 라고 식사시간마다 반복을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 바이올린을 사주기로 함)

연습때보다 훨씬 연주를 잘 한 승연. 사진 찍기 위해 앞쪽으로 뛰어가 가까이서 승연이를 지켜보던 나는 이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음. 눈물까지 나진 않았지만 징글벨 하나로 가슴이 벅차다니..ㅋㅋ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미친 아줌마마냥 두팔 다 흔들면서 승연이에게로 뛰어가 I’m so proud of you!!!! 라고 소리쳤다. (남편은 나의 이 모습이 적응이 안된다는군. 하긴, 연습때 소리 꿱꿱 지르며 애 울릴때와는 정반대 모습이니.)

연주를 떠나서 이런 행사는 부모에게나 아이에게나 값진 경험이다. 나는 콘서트 내내 어떻게 하면 매일 연습을 시킬수 있을까 고민하고 승연이는 앞으로 더 열심히 바이올린을 하고 싶단 얘기를 했다. 처음으로 I love violin이란 말을 함 (I hate violin은 거의 매일 하다시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이날 밤 그냥 집에 가서 편하게 밥먹자 하는 남편을 꼬셔서 (내가 살께 제발 기념외식 하자라고..ㅡㅡ;;) 우리는 승연이의 첫 리사이틀을 기념하고 승연이는 침대에서 장난감 피아노를 치며 지휘하는 시늉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날밤 나는 옛날 CD 콜렉션을 뒤져 Morning Classics라는 클래식 모음집을 찾아 아침에 아이들을 클래식뮤직으로 깨우기 시작했다는.. 그런데 오늘이 목요일인데 이번주는 연습을 한번도 못했음. 에혀..

 

 

18 Comments

  1. Amy · December 20, 2012 Reply

    ㅋㅋㅋㅋㅋㅋㅋㅋ혜원님! 빵~ 터졌어요. 연습할 땐 꽥꽥 연주 후엔 감동의 도가니. 아기였던 승연이가 저렇게 연주도 하고 엄마고 놀릴 정도로 많이 컸네요. 그나저나 승빈이의 저 초집중한 모습 너무 귀엽네요. 장난감 바이올린 연주 사진도 부탁드릴께요. ㅎㅎ

  2. 애셋맘 · December 20, 2012 Reply

    와~
    승연이 정말 장하네요!
    바쁘실텐데 바이올린 연습도 시키셔야하고 정말 정말 정신없으시겠어요…
    승연이 연주 담엔 꼭 직접 듣고 싶어요!
    Winter Concert 에도 나가면 좋겠어요~
    대견하네요^^

  3. Jennifer · December 21, 2012 Reply

    하하 얘기 들을때도 글로 읽어도 너무 웃김. 근데, 진짜 나도 승연이 보니 뿌듯한데, 언니는 오죽 했을까 싶어요 ㅋㅋㅋ
    승연이 성공적인 첫 리사이틀 축하해요!
    승빈이 저 모습보니 나도 예전에 언니따라 피아노 배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도 누가 옆에서 연습 시키면 기타 실력 좀 더 쑥쑥 느려나 ㅎㅎㅎㅎㅎ

  4. Scentedrain · December 21, 2012 Reply

    제가 다 뿌듯하네요. 정말 멋져요. 승연양. 승빈모습 너무너무 귀여워요.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내년에도 계속 찾아뵐께요.

  5. 노아맘 · December 21, 2012 Reply

    엄마들 맘은 다 똑같나봐요.
    즐거운 연말보내세요 ~

  6. 태민맘 · December 21, 2012 Reply

    승연이 참 멋있어요. 저도 정말 놀라워요. 저렇게 혼자 올라가서 연주하는건데, 저렇게 침착한 모습 (사진으로.. 보니) 너무 멋져요. 정말로 감동이었을거 같아요. 혜원씨의 감동이 느껴져요. 승연이 “짝짝짝”

  7. Bangsil · December 22, 2012 Reply

    아기였던 승연이가 이렇게 컸네요:) 프로같이 침착해보이는걸요. 너무나 감동이셨을듯!

    p.s.승빈이 모습에서 푸하하하!!! 정말 레이저 튀어나올것같아요!!

  8. 이진 · December 22, 2012 Reply

    승연이가 참 대견하네여~^^
    연습할땐 떨지 않다가 콘서트에선 떠는 경우가 많쟎아요~
    혜원님도 잘하셨어요~^^(저렇게 잘하는데 당연하죠~)
    승빈이 자세,의자를 뚫고 나갈듯 보여여~ㅎㅎㅎ

  9. Sooga · December 22, 2012 Reply

    그맘 정말 이해해요. 듣는 내내 가슴이 콩딱콩딱.. ㅎㅎ..승연이 기특하네요. 보통 무대에서 긴장해서 더 못하는데..인사도 참 차분하게 잘 하네요.
    승빈이는 저절로 보고 배우게 되네요. 그래서 둘째가 더 독립적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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