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t the Whitney

어느해보다 더 바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일주일도 어찌나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버리는지, 일상을 벗어나 뭐라도 해야 피로가 풀리는 나는 그럴만한 주말의 여유도 없던 지난 몇달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었는데 이제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학교가 없던 Veteran’s Day. 사실 내가 휴식이 필요해 우리 둘 다 휴가를 내고 (남편에게 강요하다시피 ㅋㅋ) 애들과 하루를 보냄.
일단, 아침에 Peanuts 영화를 보여주는걸로 애들의 위시리스트부터 챙겨주고 그다음엔 나의 위시리스트에 있던 Whitney Museum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나도 오랜 스누피의 팬이지만 돈주고 이 영화를 보고싶지 않아서 그냥 Netflix에 나올때까지 기다리자고 설득을 해봤는데 요즘 애들은 또 이런걸 그때그때 봐줘야 대화에도 낄 수 있더라고… -_-;; 그래서 가격이 쪼끔 싼 조조영화를 보러 아침일찍부터 서둘렀다. 절대 돈을 다 주고 볼수없다며….
역시 남편은 자고 ㅋㅋ 나도 언제 끝나나… 시계를 자꾸 보게 되더라는. 이런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돌아온 점이 무척 유감스럽지만 난 이걸 Pixar의 탓으로 돌리겠음. 영화를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각자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얘기하는데 남편은 앵그리버드 예고편이 제일 재밌었다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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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미술관 동네로 내려와 점심을 아주~ 여유롭게… 주문한 음식이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맛 최고였던 젤라또를 공짜로 받아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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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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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Frank Stella 전시가 열리고 있어 애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전시가 없다 싶을정도로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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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대비도 뛰어나고 애들이 쉽게 따라할만한 무늬와 형태들이라 그녀들은 입구에서 받은 노트북에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따라 그려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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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er Calder: Calder’s Cir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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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이전한 휘트니 미술관의 매력은 이 루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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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는 High Line이, 북쪽으로는 Empire State Bu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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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는 World Trade Center가 보인다. 붉은빛 석양 보기를 원했는데 날씨가 흐린 관계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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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날 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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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밌었어, 그지? 집에 가자.
토요일인줄 알고 내일 교회 가냐고 묻는 작은 딸. 아니, 수요일. 내일 학교 가는 날. 하니까 허걱! It’s not the weekend? 이러면서 아주 혼동스러워하던 그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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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Gotham Market에 들러 당 보충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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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웬만하면 타코 하나 정도는 디저트로 먹어주겠는데 그날은 정말 파스타로 배가 꽉 찬 상태라… 남편 미안. 다음에 또가서 그땐 꼭 저 귀염돋는 빈티지밴에서 타코 꼭 사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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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이렇게 한적한걸 본 적이 없다. 이렇게 평일 오후에나 와야 앉을 수 있는곳이었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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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잘) 먹이고 ( 잘) 씻기고 (잘) 재우는게 목표였던 아가 시절의 육아도 그때는 벅차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아가들이 이렇게 훌쩍 크고나니 어떻게 하면 필 충만하고 감수성 풍부한 아이들로 키울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미국에 살면 다 푸른 초원에서 뛰어놀며 큰다고들 알고 있는데 그것도 도시 나름이지, 내가 사는곳은 절대 그렇지 않다. ㅠㅠ 푸른 초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없기도 하지만 ㅋㅋ) 우리나라와 다름없이 학군 따지는 미국의 현실인듯.
많은 양의 숙제와 시험준비로 정말 어쩔수 없이 성적에 연연하게 되는 우리를 보며 내가 자란 환경과 별로 다를 바 없구나 라고 생각을 해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점점 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어지는것 같아 참 안타깝고… 방과후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수가 없고…
지금은 주어진 시간을 최대 활용하는것과 그 순간을 최대 즐기는수밖에.

 

 

6 Comments

  1. Sooga · November 23, 2015 Reply

    방과후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글에서 막 고개를 끄덕끄덕..ㅋㅋ.. 그 돈도 넘 아깝고.. 넘 비싸요. ㅠㅠ 저희는 학교 문 닫는 날도 열거든요. 방학때도 열고.. 그러니 가든 안 가든 돈은 항상 나가요. 정말 가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어째 애들이 클수록 더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순간 순간 즐기고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가 나이 들면서 더 들어요. 해피 땡스기빙 보내세요!! 전 터키대신 치킨으로.. 글고 딸이랑 김치나 담그려구요.

    • 퍼플혜원 · November 29, 2015 Reply

      김치 잘 담그셨어요??? 대단대단~

      맞아요. 시간과 돈이 넘 아깝더라고요. 여기도 휴교인날 우리같은 가족들을 위해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하는 풀데이 프로그램이 있어서 저희도 맡겨요 ㅠㅠ 그래도 신청하는 날만 비용지불하는 식이라 좀 낫긴해요.

  2. Clara · November 24, 2015 Reply

    저도 요즘 좀 정신없이 지내는데다…첫째때 (한가한 환경에서) 해줬던 것들은 공평하게 해준다고…둘째도 같이 챙기느라 아우….올 가을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Whitney museum 멋지네요~! 이전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는데…루프탑이 진짜 좋네요~! 전 진짜 높은 빌딩 꼭대기 올라가서 bird eye view로 보는 것보다 (완전 매력을 못느껴서 손님이나 오면 겨우 한번 억지로 갈까 말까해요 (속으로는 밑에서 놀테니 보고 내려와..라고 하고 싶은걸 꾹참고..) 저렇게 적당한 높이가 좋더라구요…멋지네요~!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는지라…주말을 좀 더 알차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날 추워지면 저런 뮤지엄 같은데 쭈욱 좀 다녀야겠어요..
    얼마 전에는 9.11 museum 다녀왔는데 묵직한 주제라서 그런가..특히 첫째가 좀 우울해 하더라구요..감정이입이 되서 그런지..
    저런 색감을 보고 싶었는데 저희도 일정 보고 한번 다녀올까봐요…

    • 퍼플혜원 · November 29, 2015 Reply

      그래도 대단하세요. 공평하게 둘째도 다 해주시는거 보면. 전 할수없이 못해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기 꼭 가보세요. 미술관도 그렇지만 이 동네에 볼것들이 많아서 하루 다녀오기 딱 좋은것 같아요. 강바람때문에 날이 추워지면 힘들겠지만요. 9.11에 가셨어요? 전 같은 이유로 회사 코앞인데도 안가는데 ㅠㅠ

  3. 은철 · November 26, 2015 Reply

    누나 은철이에요! Happy thxgiving! 지금시카고놀러가는중인데방금혜준이누나랑통화하고 글남겨여 ㅎㅎㅎ 애기들정말많이컷네요 ㅎㅎㅎ 나중에호텔가서좀자세히보든지해야겠네여 ㅎㅎㅎ 우쨋든 휴일잘지내시고 또 와서글남길께여~ ^0^

    • 퍼플혜원 · November 29, 2015 Reply

      내가 그때 손에 반죽범벅이라 통화는 직접 못했네! 방가방가!!! 은기도 넘 오랜만에 이번여름 만나고 왔는데 너도 언제 봤음 좋겠다 야. 그때까지 온라인에서 자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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