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말, 되는일 없도다

회사에 모아놓은 박스들을 가지고 와서 짐도 좀 싸고 화장실 타일도 결정해서 고르고, 집 청소도 좀 하고 등등 할게 많았는데 이틀동안 해놓은거는 빨래밖에 없다니…

늦게 일어나 가고싶던데 브런치도 못먹으러 가고… 동네 다이너에서 프렌치토스트와 오믈렛을 시켜먹은 후 Home Depot에를 가봤는데 영 맘에 드는 타일이 없다.
우리동네에 타일집이 한군데 있어서 비싸보여도 구경이나 하자며 들어갔는데 맘에 드는게 있어서 손가락질을 하니 문 닫는 시간이라고 담에 오라고 한다. -_-;; 원래 손님을 이렇게 쫓아내지는 않는데 자기가 지금 약속이 있어서 당장 나가야한다고..참 네…

집에 돌아와서 액자들을 포장해서 쌈. 집 한구석에는 쌓아놓은 박스들이 점점 늘어난다… 이사날짜는 미뤄졌지만 이삿날 외에는 하루도 쉴수 없는 회사스케줄이라 이렇게라도 조금씩 싸야한다.

다음날 아침 먹을 머핀을 만들기위해 승연이 재우고 부엌에서 밀가루를 날렸으나 덜익은 바나나때문에 뻑뻑한 머핀이 나와버렸고, 그나마 급하게 더한 요거트 덕분에 먹을만 하기는 했다.

그래도 다음날 맛있게 먹는 승연이를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짐.

교회에만 다녀오면 녹초가 되는 승연이는 보통 돌아오는길 차안에서 아주 잘 자는데 이날따라 눈은 반쯤 뜨고서도 잠을 안잔다. 교회근처에 있는 타일집을 주소만 가지고 찾아 헤맸으나 네비게이션에도 주소가 안잡히고, 전화를 했더니 아무도 안받는다.
Football을 놓칠수 없다는 남편때문에 포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나는 오랜만에 잡채 한번 만들어볼꺼라고 부엌에서 한시간을 서있고, 남편은 졸려서 짜증이 극치에 달한 승연이를 보느라 보고팠던 티비에도 집중을 못한다.

결국엔 그 쉬운 잡채도 하나 만들지 못함. 불어터져서 떡이 된 당면때문에 잡채도 망쳐버리고…밥이라도 먹여서 승연이를 재우려고 불이나케 있는밥을 조금씩 나눠서 갈치 굽고 있는 반찬으로 저녁상을 차린다. 남편시켜 밥솥 취사버튼을 누르고 일단 있는밥으로 시작.
아무리 기다려도 밥소식이 없길래 밥솥엘 가보니 아니, 보온버튼이 눌러져있는것.이.야…부르르르르…남편은 일어로 된 밥솥과 내가 그 버튼이라고 끄덕였던점을 탓했지만…으어~
화딱지 나서 남은 반찬은 다 버리고 배가 찬 승연이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애가 뭔지…어른은 밥 없어서 저녁도 반만 먹고…)

낮잠을 한번도 안자니 6시에 잠이 들어 계속 곤하게 자는 승연. 덕분에 빨래는 조용하게 함.

그동안 머릿속으로 타일색상과 스타일을 확실히 정하고 이젠 딱 그것만 사러가면 된다. 어디서 착한가격으로 찾느냐가 문제지만. 가장 베이직하고 모던심플함으로 가기로 결정.

모아뒀던 잡지들을 정리하면서 버리긴 아깝고 맘에 드는 이미지들은 찢어뒀다가 오리고 붙여서 간단한 작품을 만들었다. 승연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걸 승연이방에 걸어주련다.

책을 밟고 올라선 모습이라 좀 그렇지만 뭐…괜찮겠지.
책과 다리가 한그림, 치마는 쉐타 귀퉁이를 잘라 치마모양낸거고, 옆에 아기신발은 붙이고 나니 맘에 안드네. 뭔가 다른걸(비치볼?) 찾아서 덮쳐 없애버리려 한다.

 

 

11 Comments

  1. sunny · September 17, 2007 Reply

    에궁…. 스트레스 팍팍 받으심이 글에서도 느껴지네요… 토닥토닥…

  2. 장지영 · September 17, 2007 Reply

    와 이렇게 꼴라쥬를 해서 간단하게 액자 만드는거 넘 좋은 아이디어네요~ 혜원님은 정말 재간둥이~~~육신이 많이 지치고 힘들겠지만 새로운 공간에 가서 누리는 기쁨을 생각하시면서 힘내세요~~

  3. eggie · September 17, 2007 Reply

    액자 너무 마음에 들어요. 쎈쓰 만점이세요 ^^

  4. 성희 · September 17, 2007 Reply

    정말 그렇게 해도해도 안되는 날이 있더라구요.. 기운내시고, 활기차게 한주 건강히 잘 보내시길 바래요~^^

  5. 포트럭 · September 17, 2007 Reply

    그런 날이 있더라구요.
    심지어는 물 마시려고 따랐는데, 엎어 버리고 걸레 가질러 가는데 물 밟아서 미끄러지고..-_-;
    벌떡 일어나서 누가 날 훔쳐 보진 않았나 두리번 거리고는(혼자 있는 집에서 누가 날 훔쳐보남),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서 막 짜증 내다가 걸래도 못 찾고.. ‘물인데 뭐, 걍 두면 마르겠지’ 하게 되는 그러날..
    그래도, 더 좋은 날이 많으니.. 웃어 보아요. :-)

  6. Hobak · September 18, 2007 Reply

    혜원씨는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을 텐데, 전 왜 웃음이 날까요. 이제야 혜원씨가 직장다니는 아기 엄마에 가정 주부인.. 그런 삶의 모습이 엿보인다고 해야 하나? 다른 분들 말씀하신 것처럼 지나고 보면 별것도 아닌 일인데, 그런 날이 있더라구요. 아무 것도 맘대로 안되고 힘든.. 우리 모두 힘내자구요.

  7. Misty · September 18, 2007 Reply

    저도 요즘 되는 일도 없고 화가 나는 일 투성이네요. 마법에 걸릴 날이 가까워지려는지 -_-;;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짜증내구요 … 지금도 회사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냥 울고만 싶다는 …
    힘내세요, 혜원님 … 이사가시면 더 좋은 일 생길거예요! ^^

  8. 이진 · September 18, 2007 Reply

    다른 일은 다 잊어버리시고
    액자만 보세요~~
    얼마나 멋진지…^^

  9. · September 18, 2007 Reply

    스트레스와 바쁜 느낌이 저한테도 마구 전해져 오는 듯. 일이 술술 잘 풀리는 주말도 또 있겠죠 뭐. 어떤 타일 고르실지 기대되네요.

  10. dawn · September 19, 2007 Reply

    아이디어하나 드리고 가요.
    아기 잘때 이층집이 아니면 조용해야하잖아요.전 그래서 음악을 틀어놓구 재우거든요.음악이라기보다는 비오는소리를 타겟에서 씨디를 샀어요.그걸 틀어주고 재우니깐 잘 자요.혹시 이사짐싸실때 신경쓰이시면 한번 해보세요.미국에서두 바다소리 팬소리를 틀고 재우는경우도 있더라구요.그런기계들이 판다는것을 JCPENNY카달로그에서 보고 알았어요.^^

  11. 혜원 · September 21, 2007 Reply

    고맙습니다~ 이번주말은 좀 일들이 잘 풀리길 바래요. 여러분도 좋은 주말 되세요~ 여긴 다시 여름날씨가 돌아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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