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Girl Once Again

딸을 둔 엄마들에겐 딸이 더 크기 전에 한번쯤 플라워걸로 아름다운 신부의 앞길을 꽃송이로 장식해줬으면 하는 로망이있다. 나도 승연이가 다섯살이 되면서부터 아, 삼촌이 얼른 결혼을 해야 더 늙기 전에 플라워걸을 해볼텐데 하는 우스운 걱정도 해봤고 삼촌베프이모의 결혼식이 한달차로 이루어지는 바람에 작년 봄에 나도 소원 성취, 승연이도 소원성취를 한것이다. 그리고 그때 받은 드레스를 지금까지 세번씩이나 입게 되어 괜히 돈 번 느낌이랄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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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 직분을 승빈이에게 물려줘도 되겠다 했었는데 (주위의 사정을 보니 승빈이가 한번 못해보고 지나가게 생겼음 ㅋ) 이렇게 딱 한번 더! 의 기회가 생겼다.

교회 학생회 교사 경력 15년이 넘는 남편의 제자요, 승연이가 태어났을때부터 너무 너무 승연이를 예뻐해주고 사랑해준 교회 언니, 에스더. 승연이가 태어났을때부터 자기 플라워걸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정말 이런날이 올 줄 몰랐다며 나에게 부탁이 들어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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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가 퍼붓던 금요일에 승연이를 일찍 학교에서 픽업해서 펜실베니아주로 또 내려갔다. 금요일 결혼식이라 식 몇시간 전에 도착하기 위해 빗속을 달려…달려… 승연이를 기다리고 있던 스타일리스트가 해준 올빽 머리를 하고 사진 촬영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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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만든 프로그램들과 플레이스카드, 그리고 여기저기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고, 또 그들의 이름이 찍혀있는 mason jar도 너무 귀여워 우리것들 다 챙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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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이들이 있는 테이블에는 손수제작한 액티비티북 (들러리들의 드레스들 모양 그대로 색칠하는 페이지가 있는가 하면 게임중에 What is the flower girl’s name? A: Samantha 라는 부분도 있어서 승연이가 완전 좋아했다.)과 크레용박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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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과 잠에 취한 승빈이는 댄스플로어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가 하면 친구가 없어 혼자는 절대 춤을 추지 않겠다고 하는 승연이를 또 신경쓰고 달램. 으이구… 아침부터의 우리의 미친 스케줄을 보면 아무리 애들이 떼를 써도 이해가 감. 나도 무슨 에이전트 마냥 물 대령하랴 화장실 데려가랴 머리 다시 만지랴 피곤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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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정말 순수 그 자체인 신랑 신부의 입이 귀에 걸린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을 헤에~ 벌리다가 또 무지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에 눈시울을 적시다가 스탠덥코미디와 다름 없던 베스트맨의 스피치에 배꼽잡고 웃다가…

Congratulations, Mr. + Mrs. Ho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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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염으로 항생제를 먹고있는 승빈이에게 옮았는지 전날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한 승연이는 목도 다 쉬고 계속 춥다고 해 딱 하나 갖고 간 내 숄을 넘기고, 난 몇시간을 오돌오돌 떨다가 또 땀을 흘리다가 호텔에 도착하니 방이 완전 냉장고. ㅠㅠ

얼른 이불덮고 자야겠다 하고 가방을 여는데 잠옷도 안챙겨온것임. ㅠㅠ
담날 입을 옷도 셔츠 하나 달랑이라 그날 입었던 청바지와 티, 자다가 추워서 가디건까지 다시 입고 완전 불편하게 잠.

지난주에도 까먹고 챙기지 않은 준비물이 너무 많았었는데 (승빈이 칫솔을 안갖고 가 승연이껄로..-_-) 이번에도 역시…

너무 많은일들로 인해 머리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요즘.

 

 

4 Comments

  1. Clara · June 14, 2013 Reply

    애들 컬러링 북까지 만들어두다니..참 세심하네요~
    승연이도 참 뿌듯했겠어요~ 플라워걸이라…..
    저도 가끔은 이거 빼놓고 저것 빼놓고…이래요…
    가서 두고 오기도 하고….
    저도 지난 번에 어디 가면서 잠옷 안가지고 가서 엄청 불편하게 있다 오고, 오면서는 애들 치약을 세트로 두고 왔어요;;;;
    밤에 집에 오는 길에 얼른 치약 사서 왔답니다.
    이런건 적는다고 해결 되는 것도 아니고….어쩐대요;;;;;

    • 퍼플혜원 · June 17, 2013 Reply

      정말 밤늦게 호텔 들어가서 칫솔이 없으니 황당하더라구요. ㅠㅠ
      맞아요..적는다고 해결도 안되고 ㅠㅠ

  2. pebble · June 20, 2013 Reply

    저도 redneck 입성했잖아요. 메이슨자로 요즘 여름음료 마시거든요. ㅋㅋㅋ
    저는 결혼식 갈때 마다 신부입장하면.. 항상 눈물이 너무 나요.
    어휴.. 또 아까운 딸네미가 시집을 가(버리)는구나… 하아… 아까워라.. 하면서요. ㅠㅠ

    친구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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