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워보려 했는데

몇달전에 승연이를 위해 어항을 사고…
젤 쉽다는 물고기 몇마리 사서 마루 한구석에 두고 잘 키우고 있다.

붕어와 자라 킬러인 우리 부부인지라 첨부터 기대는 하지 않고 몇마리 죽으면 죽는대로… 그냥 저냥 키우고 있는데…
어항 청소하는게 보통일인가. 냄새도 물론 날것이요, 또 모든 어항의 촌스러움은 어쩌고…
남편이 마루에 놔둬도 봐줄만한, 내맘에 드는 어항을 찾아서 청소도 다 자기가 담당하겠다는 꼬임에 넘어가 사고야 말았는데 내가 청소걱정을 안하니 붕어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것보다…
붕어가 배고프다고 하면 침대에서 뒹굴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이를 주는 승연이를 보니 집에 pet 이 있으면 아이 정서에도 좋겠구나 싶다. (근데 우린 아마도 pet이랑은 안친한거 같음)

우리가 한국에 있을때 남편이 자고 일어나니 새끼 몇마리가 보인다며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었다. 안그래도 배가 뽈록한넘이 있더니 임신한거였구나…

뉴욕으로 돌아와보니 마지막 살아남은 한넘만 필터속에 갇혀있다가 죽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담에 낳으면 어떻게든 살려봐야지 싶어 정신적인 준비만 하고 있었는데 (한번 낳기 시작하면 몇주마다 낳는다고 하니…) 아뉘 어느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또 새끼들이 보이는거다.

잡아먹히지 않으면 필터속으로 빨려들어가 죽기때문에 그날 당장 행동을 취해야했기에 승연이를 재우고 밤11시에 온갖 부엌기구를 동원해서 구조에 나섰다. 0.5mm도 안되는넘들을 잡는다는게 생각보다 어렵더군.-_-;; 40분만에 두마리를 구해서 차잎 걸르는 채로 격리시켜 둠.

채에 구멍을 뚫어 실로 연결시키고 어항에 테잎으로 붙혀 고정시켰다. -_-;;

이렇게 한 2주 갔나…
한마리가 채 안에서 죽고, 다른 한마리는 큰물로 놔줘서 몇일을 잘 살았는데 갑자기 사라진걸 보니 먹혔나보다. ㅠㅠ

게다가 이틀전엔 암넘이 아가미와 입을 마구 벌렁벌렁 거리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니 죽어버렸다.
승연이에겐 배가 아야해서 자고 있다고 얘기해줬는데 이런일들이 있고나니 나도 정이 딱 떨어지는것이 먹이 마져도 주고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자꾸만 그 암넘의 표정이 떠오르면서 소름까지 끼치는것이…
승연이도 더이상 집착을 하지 않는걸 보니 어항을 없애야 할까보다. 에혀…

 

 

17 Comments

  1. 이지혜 · July 1, 2009 Reply

    혜원님은 뭐든지 다 잘 키우실 거 같았는데… ^^
    왠지 동병 상련의 정이 느껴져요.
    제가 뭐든지 다 죽게 만드는 손이거든요, 오죽하면 개운죽도 죽어나갔을까요? 저희 집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는 애밖에 없다고 할 정도에요… ^^;;
    어쨌거나 저희도 요새 멍멍이에서 타협해서 어항 하나 놓을까 했는데 포기해야 할까봐요…

  2. 신혜정 · July 1, 2009 Reply

    저희도 물고기 키우는데요..전 하나도 안하고 남편이 다 하지만요. 첨엔 많이 죽더라구요..두세번 다시 산 후에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새끼들도 첨에는 많이 죽고.. 제 남편은 새끼 낳으면 스포이드로 다른 통에 넣어놓더라구요..
    제 아들은 물고기 보기만 하지 밥 주고 이러는건 생각도 안하는데..역시 승연이는 좀 커서 다르네요. 가끔 그 물에 칫솔 넣고 이 닦는거나 하는데..ㅋㅋㅋ

  3. christmas... · July 1, 2009 Reply

    혹여나 이끼 청소가 귀찮으시면 어항안에 우렁이 몇마리 사넣으면 걔들이 이끼는 다 청소한다고 하더라구요…
    혹시나 도움이 되면 해서요…
    저도 첫애 승연이 쯤일때 키울까 하다가 말았거든요…^^
    금붕어가 자는? 모습에 깨어나길 기다릴지도 모르는 승연이 생각을 하니 제가 다 맘이 짠하네요…

  4. · July 1, 2009 Reply

    물고기가 생각보다 키우기가 어려운 것이었군요. 하긴 뭐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이 들어가야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상심마세요…(응? ㅋㅋㅋ)

  5. youn · July 1, 2009 Reply

    아니 그럼 애미가 새끼들을 잡아먹고 자기도 죽었다는 이야긴가요?!

  6. 백은라 · July 1, 2009 Reply

    전 키워본 적 없지만 동생이나 형님네가 키운걸 보니 손도 많이 가고, 키우기 쉽지 않더라구요. 그나저나 저 어항 정말 예쁘네요…^^

  7. 김희경 · July 1, 2009 Reply

    집에서 뭐 키우는거 재주 없는 저인데 애들은 물고기며 심지어 개미까지도 키우는걸 좋아해요.. 물고기는 죄다 죽어서 다시 기를 생각 안하는데 개미는 관찰집 속에서 아직 잘 살고 있죠..그나저나 집에 뭐 키우는거 참 힘들어요..오죽하면 제가 애들에게 사람 말고는 안키운다고 했어요ㅡ.ㅡ;;

  8. 손민영 · July 2, 2009 Reply

    물고기들은 삶과 죽음의 방식이 좀 적나라해서 정은 쫌 떨어져, 그치?

  9. 혜원 · July 2, 2009 Reply

    힘든거 알고 젤 쪼그만거 샀는데 물도 한번에 다 갈면 안되고 하다보니 일주일 한번 청소해도 완벽하게 깨끗하진 않더라구요. 볼때마다 찝찝하고…
    남편과 상의는 안해봤지만 팔아버릴까 해요. 승연이가 물으면 병원갔다고 해야겠어요. -_-;;

  10. fatdog · July 2, 2009 Reply

    저희 사무실 RA들이 금붕어를 키우는데요,
    아무래도 혜원님 말씀대로 물을 한번에 다 갈면 안 되어서,
    어항이 항상 지저분했거든요.
    근데 algae eating fish 한마리 사더니,
    요즘엔 맨날 반짝반짝해요-
    생긴건 좀 징그러운데, 어항은 깨끗해지더라구요;;

  11. 혜원 · July 5, 2009 Reply

    진짜루 달팽이나 메기같이 생긴 징그런 물고기 한마리만 사면 깨끗해진다고 하더라구요. 반짝반짝할 정도라니..그정도군요.
    음, 이번에 완전 정떨어져서 먹이 주는것도 건너뛰고 그러는데 아무래도 다른집에 보내고싶다 하고 있는 중이에요.
    희경님댁같이 혹시 승연이가 나중에라도 개미 키우고싶다라고는 안하겠죠. -_-;; 벌써부터 온몸이 근질근질해오는거 같어요.

  12. 이은아 · July 6, 2009 Reply

    저희집도 딸래미 간절한 눈빛에 넘어가 작은 어항에 열대어인 구피 몇마리 넣어 들여놓은게 작년 크리스마스즈음이었어요.
    처음에는 죽어나가는 물고기 보기도 괴롭고 또 5살된 딸아이에게 설명해주는것도 심란하고 했는데
    어느정도 지나니까 조금씩 느긋해 지더라구요..
    어항청소는 물을 보충해주는 정도로만 하다가
    한달에 한번정도 해주구요. 저번에 태어난 새끼들은 분리해주는걸 몰라 살아남은 두마리에 감사하고 있어요.. ㅋ
    수족관에 물어보니 새끼가 막 태어났을때는 크기가 작아서
    먹이인줄 알고 먹는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방치하는 경향이 있긴하지만 꼬맹이 둘도 먹차서ㅡㅡ;;
    그나저나 우리딸래미 이제 물고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사라지면서 이젠 토끼를 키우고 싶어해요.. 컥…

  13. 혜원 · July 6, 2009 Reply

    은아님 새끼 두마리 이젠 좀 자랐나요? 저도 새끼들 크는걸 보고싶었는데 흑..
    근데 토끼는 정말 컥이네요.ㅎㅎ 전 절대 못할거 같아요 털있는넘들은.

  14. Solus · July 7, 2009 Reply

    아공… 어항에서도 새끼들이 태어나는구나..

  15. 이은아 · July 8, 2009 Reply

    네~~살아남은 두마리가 제법 자랐어요..
    그중 한마리는 배가 불룩한것이 혹시 또 새끼가 태어나려나 기대하고 있어요.. ^^ 꼬맹이 둘에 어항하나도 벅차 이제 키우는건 그만 들여놓을려구요.. ㅋㅋ

  16. Jennifer · July 9, 2009 Reply

    하하 언니, 나 전에 같이 일하던 패러리걸도 여기 언니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고민하더니, 어느날 회사와서 물고기들 죽었다고 되게 좋아하던 기억이 나네요. 나도 물고기는 별로 관심 없는데, 엄마들이 사줬다가 자주 후회하는 아이템인듯 ㅎㅎㅎㅎ

  17. joy · July 12, 2009 Reply

    우리애도 펫을 너무나 기르고 싶어해서, 고심끝에 햄스터 사줬네요. 햄스터 중에서도 가장 프렌들리 하다는 honey bear hamster로요. 근데 지켜보기만 해야하니 좀 답답해서 나중에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데, 이건 정말 맘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해야 하는지라 좀 더 있다 실행에 옮길 생각이지요. 개를 키우게 되면 말티즈 같은 작은 아이들로 데려올 생각입니다. 큰 애들은 보기만해도 감당이 안돼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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