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ly Metal-Free

그토록 기다렸던 철심제거 수술을 3주전에 하고 이번주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뼈 손실이 커서 지금까지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에 뼈이식은 당연히 하는걸로 하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철심을 빼는 대신 뼈 속에 나사를 박아야하는 리스크가 있었다. 이것때문에 수차례의 CT와 XRAY를 찍고 의사를 만날때마다 나사를 안박을수는 없을까 묻고 또묻고 했는데 이건 지금의 철심보다 사이즈도 작고 내 뼈 길이에 맞춰지기 때문에 지금같이 살 표면으로 보이지도 않을거고 느낌도 없을거라고…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ㅠㅠ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할 확률은 높지 않으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사진상으로는 60-70% 붙어보이지만 열어보면 덜 붙었을수도 있고 더 붙었을수도 있다고… 와… 정말 확답이 절실한 나에게 미국의사들의 상당히 객관적인 의견들…

수술 날짜가 다가올수록 조바심이 생기고 작년 수술후 어땠었는지가 막 생각이 하나하나 나면서 갑자기 급 불안하고 무서워지기 시작. 침대신세를 다시 져야할것을 대비해서 집 구석구석을 미리 정리해두고 냉동실도 뒤져 오래된것은 얼른 먹어치우고 필요한건 채워넣고 미루던 집안일들을 미친x처럼 하나하나 헤치워버리고 회사에서도 프리랜서 고용해두고 프로젝트들 다 마무리 짓고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넘기며 트레이닝 시키고 등등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을 동반한 귀가 심하게 울리는 증상이 생긴거다. 이건 이명도 아닌것이 삐익~ 같은 소리가 나는게 아니고 소리에 너무 민감해져서 화장실 물도 귀를 막지 않고 내리지 못하는 상황. 집 밖에서는 차소리, 발소리 등 모든 잡음들이 너무 귀가 아플정도로 쩌렁쩌렁 울리고 미팅시에는 뒤에 잡소리들이 울려서 앞에 있는 사람 말이 안들리는 정도. 흐억!!!!!!

하루이틀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져서 결국 주치의를 찾아갔고 중이염은 아니고 신경질환인것 같다면서 neurologist에게 보내는거다. 수술이 다음주니 얼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면서. ㅠㅠ 바로 다음날 neurologist를 만나고 여러 테스트를 한 후 뇌 MRI까지 찍기 위해 안그래도 시간 없는데 거의 매일을 검사받으러 다녔다. 다행히 딱 일주일만에 증상이 좀 수그러들고 뇌도 깨끗하다는 결과를 받고 안심. 스트레스성 vertigo란 진단을 받았다. ㅠㅠ 이렇게 정말 헬 같은 한주를 보내고 (밥먹다가 애들 앞에서 통곡을 한적도 여러번…) 정말 스트레스는 무섭구나! 하는걸 한번 더 뼈저리게 경험 함.

일주일간 나답지 않게 울고 짜는 날 보며 안되겠다며, 너 잘 걸을수 있을때 밥먹으러 가자며 밥동무가 나를 Chelsea Market까지 끌고 가고 난 이렇게 점심을 먹고나니 급 행복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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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날엔 회복기간때 보고 즐길 식물 몇가지를 사기 위해 파머스 마켓도 잠시 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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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술은 수술실에 내발로 걸어들어가서 수술팀과 인사를 하고 수술대에 내가 직접 올라가 눕는 ㅋㅋㅋ 신기한 경험을 했다. 눈을 뜨니 뼈이식도 나사도 박지 않았다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 아직도 다 붙지는 않았고 더이상 붙지 않을수도 있지만 조금은 더 붙을 수가 있고 ㅋㅋㅋ 붙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상태로 정상생활 가능할거란 의사의 말씀. 의외의 결과를 얻고 말로 표현 불가능한 기쁨과 행복으로 약에 취해 통증을 아직 잘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퇴원을 하고 집에서는 대충 이런 모습으로 며칠을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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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주는 진짜 아팠다 흑.
약을 먹고도 잠을 설칠 정도로 통증의 강도가 높았는데 작년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통증? 뼈가 붙고 안붙고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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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방학동안 베이비시터 없어 고민하느니 이 몸으로라도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집에 같이만 있으면 된다 싶어 봄방학에 맞춰 수술날짜를 잡았었는데 정말 주변의 고마운 분들 덕분에 애들도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승연이는 이때 독립 베이커로 등극. 비록 주방은 폭탄 맞더라도…  심심하다는 얘기 또 듣느니 주방 폭탄맞는게 나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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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도 올라와 며칠간 함께 해 집은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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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도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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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게 어디냐. 아프지만 행복하다. 아직 제한된 움직임으로는 수술 전이나 후나 별 차이를 못느끼지만 붓기가 빠지고 무릎을 다시 굽히기 시작하면 알 수 있겠지. 이번주에 드디어 실밥을 풀고 철심이 없는 무릎 엑스레이를 확인했다. 어찌나 기분이 묘하던지. 일년이 훌쩍 넘고 지금에서야 어느정도의 마무리를 짓는 느낌이랄까. 실밥 풀때도 너무너무 아파서 ㅠㅠ 눈물을 쏙 뺐는데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엑스레이를 보며 할아버지 같은 의사에게 그냥 다 빼줘서 고맙다고 여러번 말했다.

현재 다리는 90도 굽혀지는것도 어렵고 그사이 근육도 다시 위축되어 흐물흐물해졌지만 작년같은 조급함은 덜하다. 한번 해봤고. 해서 됐고. 다시 하면 되니까.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거란 의사의 말이 걸리긴 하지만 다 내가 하기에 달렸다는 PT의 말을 믿으려 한다.

아픈 엄마를 보는 애들의 마음은 어떨까. 수시로 카드와 그림으로 나를 위로해주는 사랑하는 딸들앞에서는 강한 엄마로 보이려 하지만 요즘은 약한 모습을 더 많이 보인것 같다. 혼자 아이스팩하고 누워있는 내가 안되보였는지 이렇게 한침대에서 뒹굴어주는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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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스타일과 옷까지 정확하게 그려내는 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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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출근 첫주 내내 비바람으로 통근길이 보통 힘든게 아니었다. 수술 2주 후의 출근이 무리였는지 온몸이 쑤시고 진통제도 한알씩 다시 먹어야 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좋았다. 불편한 다리에 목발 짚고 다니는게 무슨 시체 끌고 다니는마냥 무겁게 느껴지고 내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려 미뤄진 미팅들과 프로젝트들때문에 더이상 쉬지 못하고 그냥 버텼다. 드디어 금요일인 오늘 해가 화창하게 비추고 여름같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진다. 좀 더 안정을 취한 후에 PT는 시작하라는 의사의 말에 따라 PT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얼른 재활 시작하고싶다.

드디어 빛이 조금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 앞으로 또 절망할 일들이 있겠지만 그땐 이번 경험으로 다져진 좀 더 강해진 모습으로 잘 이겨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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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Comments

  1. Moon · April 28, 2017 Reply

    PT 잘 받으시고 (더) 건강해지시길 바래요.
    전 사고후 더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사고전보다 더 탄탄하고 건강한 몸을 갖게 되었거든요^^

    저도 6월쯤 metal 제거 수술하려고 하는데 적어도 2주는 운동못한다기에 .찜찜한 마음인데 어짜피 해야할것 그냥 눈 딱 감으려구요.
    적어도 상체운동은 계속 할수 있을테니…

    Heidelberg에서 응원합니다!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저도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한적은 사고직전 일년이랑 사고후에요 ㅋㅋㅋㅋ 그런데 굽혀지는 부분에 일자 철심이 박혀있다는게 (눈에도 보이고 흑) 운동에 지장을 주더라고요. 의사가 성격탓이라고 ㅠㅠ 안그런 사람들도 많다면서 -_- 근데 눈에 보이고 그게 느껴지는데 어찌 아무렇지도 않을수가 있나요? @.@
      제거 하니까 통증이 없어지지는 않았어도 일단 속이 후련해요 진짜. 6월에 화이팅입니다. 저도 2주 운동못한다고 했었는데 수술후에는 한달 쉬라고 ㅠㅠ 그래서 다음주에 첫 PT 가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소식 나눠주시니 외롭지 않네요 ^^

  2. Ann Kim · April 28, 2017 Reply

    혜워님 그간 여러가지로 힘든일이 있었네요
    예쁜 따님들이 엄마를 간호해 주고, 또 젊으시니 빨리 회복하실줄 믿어요
    Pray for your speedy recovery.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안녕하세요~ 최근에 수술관련 힘든일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수술도 끝나고 화창한 봄날도 오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3. J C · April 29, 2017 Reply

    넘 힘드셨고,, 또 읽는 내내 앞으로 이겨내야 할 시간들이 남았지만,
    빨리 회복하실꺼라 믿어요!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 들이 있더라구요..
    하루 하루 견디고 해내다 보면^^
    화이팅 합니다!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네 빨리 회복하리라 저도 믿고 시작합니다. 시간이 해결해주는구나란걸 뼈저리게 작년말쯤 느꼈구요.. 마음가짐도 굉장히 중요하단걸 깨달았답니다. 다 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팅 글들에 힘 많이 얻어요 정말 감사해요!

  4. 은철 · April 29, 2017 Reply

    누나 은철이에요! 다들 잘 지내고 있죠?… 라고 쓸려고 했는데,
    다리 다 낫았는줄 알고 있었는데 사진 보니깐 아직이었네요!?
    그래도 밝게 지내시고 토끼같은 아기들이 곁에서 지켜주니 행복해 보이네요 다행스럽게도 ㅎㅎㅎ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돌아보면 금방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저도 응원할께요! ㅎㅎㅎ 어서 다 낫아서 뛰어다니시길! 퐈이팅~!! ^ ^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겉보기랑 다르단다 ㅠㅠ 나 정말 다 나아서 뛰어다니고 싶어!!
      안부 고맙다~ 우리 언제보냐 ㅎㅎ

  5. Jihye Kim · April 29, 2017 Reply

    정말 오랫만이네요…
    큰 수술 잘 마치셨고 그 김에 아이들과도 함께 시간 보내고 오히려 가족간에는 더 결속력이 있었졌을 거에요.
    홧팅입니다!!!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참 가족이 더 단단히 뭉치는 기회였던거 같아요. 이정도라 다행이라 생각하고요.
      잘 지내고 계시죠?

  6. 앤지 · April 29, 2017 Reply

    감사하게도 다 잘 되었네요.
    수고 많으셨고, 다 잘 될거예요. 마음 먹기 나름 우린 알잖아요.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네 마음먹기나름!! 정말 어디 써놓고 다녀야겠어요 ㅎㅎ 알면서도 좌절할때 많고 무서울때가 많거든요. 리마인더 감사합니다~

  7. dreamysoo · April 30, 2017 Reply

    정말 고생하셨어요. 사진들 인스타에서 보았는데 이제야 안부인사드립니다.
    그래도 수술 잘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애들 봄방학때 맞춰서 하셨다니 역시 수퍼맘 혜원님다우세요! 정말 많이 많이 고생하셨지만, 또 언제나처럼 힘내서 잘 하실거라 믿어요.
    애들이 많이 컸네요. 엄마도 위로하고, 재미있는 베이킹도 하고 (엉망이 되어도 그게 어디에요 정말…) 그러면서 찐하게 또 가족끼리 더 친해졌을거라 믿어요.

    멀리 방콕에서 화이팅!!!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언제나 감사드려요~! 애들이 크면서 letting go하는 방법을 많이 연습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수현님도 곧 그런날이 올꺼에요 ㅎㅎ
      아우 전 동남아 휴가나 가고싶네요. 방콕에 사신다니 좀 많이 부러워요 ^^

  8. violetty · April 30, 2017 Reply

    그간 고생 정말 많으셨어요 그래도 이제 좀 마무리 되는것 같아 기쁘네요

    일하며 육아하며 힘든데 수술같은 엄청난 스트레스 다 이겨내시고 정말 강하세요

    멀리 시애틀에서 응원합니다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애들 잘 크고 있죠?!
      이겨냈다기보다… 자주 무너졌으나 그냥 시간이 흐른거죠 ㅠㅠ
      아이고 타주, 다른 나라에서 남겨주신 글들 보니 전 자꾸 여행을 떠나고싶네요…^^;; 시애틀에서 뱅쿠버 운전해서 다녀온 생각들이 나믄서… ㅋㅋ
      힘든 시간들이 좀 지나갔단 증거일까요 큭큭

  9. 노아맘 · April 30, 2017 Reply

    큰수술 잘 끝내셨네요. 참 감사해요. 고생하셨어요.
    재활치료도 힘내시고요.
    멀리 토론토에서도 화이팅 보냅니다! 화이팅!!!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네 재활 담주부터 드디어 시작해요! 이 악물고 할꺼에요 진짜…
      응원 감사합니다~ 함께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10. Sooga · April 30, 2017 Reply

    글로만 봐도 얼마나 힘드셨을지 막 느껴져요. 일과 두 아이의 육아 사이에 이 육체적 고통까지 겪었으니.. 수술이 잘 끝나서 너무 다행입니다. 이제 큰산을 하나 넘었으니 빠른 회복과 재활만 남았네요. 정말 고생했어요. 저도 멀리 멜랜드에서 빅 빠이팅 보냅니다!!!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제 인생에서 바닥을 한번 치고 올라온 느낌이네요. 그래도 이렇게 나눌수 있는 공간이 있어 힘이 되는 응원과 위로 받을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정신건강에 아주 큰 힘이 되었다는…
      열심히 하려구요~ 감사해요!

  11. 크리스 · May 1, 2017 Reply

    그래도 좋은 결과인것 같아 다행이에요. 자세한 글속에 저도 같이 울컥하네요~씩씩한 모습도 보기 좋고요. 생각보다 더더 빨리,잘 완치 되시길 바랄께요.^^힘내세요~~~!!!

    • 퍼플혜원 · May 5, 2017 Reply

      힘 팍팍 받고 열심히 재활할께요. 아직도 갈길이 멀긴 하지만 새출발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12. David · May 6, 2017 Reply

    wow… i’m speechless.. it must have been really rough time not just for you but for Mark and the kids.
    hope you have speedy recovery!

    • 퍼플혜원 · May 10, 2017 Reply

      Yes it’s been an unforgettable year for all of us :( I’m so anxious to get back to my normal self again! Thanks for the well wishes.

  13. 태민맘 · May 8, 2017 Reply

    컴퓨터를 잘 사용못해서 혜원씨 블로그에 잘 들어오지 못했는데… 그냥 인스타에서 맛있는 음식 사진만 보는 것과 이렇게 글을 읽는 것에 큰 차이가 있군요…
    힘드셨겠어요… 제가 인간적으로 무슨말을 드리겠어요…. 주님께서 혜원씨 위로해주시고 매일 매일 새힘을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힘내세요!!!!

    • 퍼플혜원 · May 10, 2017 Reply

      감사해요 ㅎㅎ 인스타에는 우울한 글들 올릴 분위기가 아니라서요 ㅋㅋ 제 일상을 아는 제 동생도 인스타랑 현실이랑 다르구나 ㅋㅋ 라고 하지요 큭. 태민맘님 기도에서 오는 힘 팍팍 받고 오늘 재활 시작할께요~

  14. jihyung · May 24, 2017 Reply

    앗 오랫만에 와서 최근 글만 몇개 봐서 다치신줄도 몰랐어요. 너무 고생하셨네요 .
    게다 vertigo! 저도 vertigo 겪어봐서 그 느낌 알아요. 저도 죽다 살아났거든요.
    그래도 다리에 핀 없이 잘 붙게 되어서 다행이네요. PT 잘하시고 잘 회복하시길 바래요! 화이팅입니다.

    • 퍼플혜원 · May 30, 2017 Reply

      저도 vertigo 말만 들어봤지 진짜 겪어보니 전 borderline vertigo라는데도 너무 힘들더라구요 ㅜㅜ 다시는 그런 일 없게 스트레스 없이 살도록 노력중이에요.화이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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