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연이의 세살 반 식습관

우리집 뇌물, 초콜렛 아이스크림. 교육상 안좋다는걸 알면서도 밥을 먹이기 위해서 자꾸만 반복하게 되는 말 “이거 다 먹으면 오늘 초콜렛 아이스크림 줄께.”

두살때가 까탈스러웠다고 생각했는데 세살엔 더하고, 세살반엔 더하다!
제일 안좋은 버릇이 식탁에 딱 앉으면 “I don’t like…”로 시작. 선생님에게 얘기했더니 간식 시간마다 딱 그말을 하는 아이가 반에 있다고 함. 배워올걸 배워야지..쯧

국이 있어도 꼭 밥은 물에 말아야하고 국은 그날 기분이 허락하면 따로 먹거나 아니면 몇숟갈 억지로 먹여야 먹는다. 예전에 국에 밥말아 한그릇 뚝딱 하던 아이가 이렇게 변하다니. 국밥 잘 먹는애가 가장 부러운 요즘이다.

그나마 야채는 잘먹는 편이라 샐러드나 상추 오이등도 마구 집어먹고 나물도 무친 그날 주면 아주 잘 먹지만 한번 냉장고 들어갔다 나오면 안먹음. -.-a
생당근과 오이, 볶은 스트링빈을 좋아해 그걸로 영양보충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님.

고기를 너무 안좋아해서 걱정을 했는데 불고기는 잘안먹어도 스테이크를 A1 소스에 찍어먹거나 안창살같은걸 소금구이로 해주면 참기름소금에 찍어 잘 먹는 편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동그랑땡이나 햄버거도 안먹는다.

먹는것도 나름 스케줄이 있어서 내가 먹어보라고 하던걸 거절해서 우리가 다 먹어버리면 안된다는거. 그땐 시금치나물을 먹는 시간이라 전을 거절했었고 지금은 전을 먹고 싶은 시간인데 그걸 엄마아빠가 다 먹어버리면 어쩌냐는 그런식. 또 애 먹이려면 달라는 전을 (남은게 있을경우) 더 데워줌. 혹시나 해서 두세장 데우면 딱 한장 먹음.
그래서 나머지 두개는 내가 먹어치우게 됨. -_-;;

요즘 가장 스트레스 받는건 자리에 끝까지 앉아 있지 않는다는거다. 엄마는 무서운걸 아는지 차마 내려가진 못하고 못먹겠으면 못먹겠다고 얘기한다. 근데 아빠나 할머니만 있으면 배가 어느정도 차고 나면 내려가서 이 의자 앉았다가 저 의자 앉았다가 아빠한테 안겼다가…
어제는 학교 가기전 나랑 아침을 먹는데 토스트를 한입밖에 안먹길래 몇번 더 먹을때까지 앉아있으라고 했더니 그 즉시 울음을 터뜨리면서 할머니를 찾는다. 그래서 할머니 있을때 자꾸만 돌아다니니까 할머니가 안오시는거라며 자꾸만 돌아다니면 이제부터 할머니 못오시게 할거라며 공갈협박을 해버리고 말았다.

간식도 많이 먹는편이 아니고 과자도 사놓는편이 아닌데 왜 이러는건지. 잘먹던 요거트도 반밖에 안먹고 우유는 원래 안좋아하니 (씨리얼이나 오트밀, 스무디에 들어가는 우유를 제외하면) 칼슘섭취는 치즈, 멸치, 그리고 아이스크림으로 한다고 보면 되겠다.

나도 요즘 좀 무거워지고 피곤해 예전만큼 새로운 음식을 안해주는데 그게 큰 영향을 주는게 아닐까 싶다. 외식을 하면 잘먹고 어제 만든 새로운 저녁메뉴는 또 잘 먹더만.

먹는거가지고 아이에게 스트레스 주고싶지도 않고 또 너무 심하게 컨트롤하려 하면 커서도 지금의 아픈 기억으로 그 음식을 안먹게 되는 경우도 봤기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맨날 토마토 파스타를 줄순 없지 않는가.

한바탕 속 썩이고 나서 아무일 없었다는 듯 쇼핑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식탁에서의 전쟁만 아니면 천사가 따로 없는데…

 

 

11 Comments

  1. jihye kim · January 28, 2010 Reply

    어머나, 승연이 얼굴이 이제 언니 얼굴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신기해라~~
    저희 애도 제가 7-8개월 되니까 살살 오빠 얼굴이 나오더니 아기 낳고 집에 오니 얼굴이 컸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게 그늘인가 싶어서 참 안쓰러웠는데 요새는 지 살길 찾는 거 보고 다 그렇게 크는거지.하고 있어요.
    그나저나 승연이도 움직이는군요. -.-
    준이도 저하고 있으면 딱 식탁에서 먹는 줄 알고 끝까지 앉아있어야 하는 줄 아는데 아빠하고는 거실 테이블에서 한 그르스 음식도 잘 먹고 제일 문제는 할머니 댁에만 가면 텔레비전 보면서 먹어요.
    그 전에는 어린이 프로만 봤는데 작년 초에 할머니 집에서 한국 사극 드라마를 보더니 그 때부터 쭉~~~
    할머니 집 가는 거 좋아하고 자주 가는데 솔직히 식탁 버릇은 나빠져서 오네요..
    게다가 요새는 프리스쿨 끝나면 바로 할머니네 가서 놀고 저녁 먹고 온데 저도 모르는 드라마를 보고 와서는 형아들은 싸움을 잘한다는둥, 그 이야기를 해달라는둥 그래요.
    참, 시금치와 전 에피소드 아주 대공감이어요~~
    그 때는 안먹고 싶었지만 지금은 먹고싶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저희 집은 다 아빠가 먹는다는… ㅎㅎㅎ

  2. Diane · January 28, 2010 Reply

    저흰 우리음식 먹이기 시작한때부터 걱정에 걱정을.. 정말 5숟가락 뜨고는 안먹더라고요.
    그래서 닥터한테 첵업가서 물었더니 아이가 양을알아서 먹는거니 억지로 먹이려고는 하지말라고하더라고요.
    캐나다 있을때 닥터랑 똑같이 미국닥터도 억지로는 먹이지 말라공..
    근데 엄마맘이라는게.. 그게 되나요..ㅋㅋ
    저희딸 이제3살 되었는데 말하느라 먹는속도가… ㄷㄷㄷ 먹는양도 다른아이들에 비해 작으면서.. ㅜ.ㅜ
    암튼 3살반되면 또 더 심해지는군요. 햑교에서 다른친구도 따라하공.. 에공. 걱정되네요.

  3. Melissa · January 29, 2010 Reply

    승연이한테서 엄마 얼굴이 많이 보이네요~~~
    제가 보기엔 세살반짜리 아이 치고는 제법 잘 먹는데요?
    어른들도 잘 안 먹는 채소도 잘 먹구요, 한참 활동할 시기라 노는게 바빠 잘 안 먹을 시기라고들 하는데
    엄마 욕심이 과한거 아니에요? ㅎㅎㅎ
    승연이가 저보다 더 영양가 있게 잘 챙겨먹는듯해요~~

  4. 나이스 · January 29, 2010 Reply

    천사가 따로 없다…. ㅋㅋ 맞아요. 애들이 떼를 쓰다가도 저렇게 천사 같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주면.. 할 말이 없죠.. ^^

  5. Jainee · January 29, 2010 Reply

    승연이랑 저희 이제 막 4살 된 딸 아이랑 너무너무 같네요. 아이스크림을 무기로 삼는 거 까지..T_T 거기다 우유는 안 좋아하구 (코자 냄새- 입냄새가 난 데요.. 차암..말이나 못하면..-_-;;) ..
    국밥을 그렇게 잘 먹더니 이젠 꼬옥 따로 달라로 요구, 그리구 국은 먹지 않음.. 좀 다른거 해줬는데 안 먹으면 너무 열 받지만 그나마 어른 들이 다 먹은 후에 꼬옥 찾아요.@^@ 다먹으면 절대 안됨.
    저희 아이들은 시어머니가 같이 사는 바람에 주로 한식을 먹이는데 파스타는 잘 안먹고 국수가 주식으로 되가려 해요.
    학교가기전 밥 먹이려면 정말 속이 타요..시간두 없어 죽겠는데..

    아~~ 언제나 퍽퍽 시원하게 알아서 먹으려나…그날이 올까요?? 엄마 고민은 다 같네요.

  6. 나무 · January 29, 2010 Reply

    아이스크림은 칼슘섭취경로에서 빼셔야 할 듯… 당분을 섭취하면 칼슘이 빠져나간다고 하니까요.
    그래도 멸치를 잘 먹는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집에서도 아이스크림(특히 초코아이스크림)은 최고의 이벤트랍니다.
    스낵은 사먹지 않지만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은 먹고요, 아이스크림보단 초콜릿을 더 자주 먹는 것 같네요.
    (1주일에 한 번 정도)
    어른 입에도 맛난데, 아이들은 더 그렇겠죠? ㅎㅎ

    그리고 국을 안 먹는 승연이를 좀 변호해보자면 ^^;
    국을 직접 끓이시니 아시겠지만, 국에는 소금(또는 간장)으로 인해 많은 염분이 들어가죠.
    웬만큼으론 간이 안 맞으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모든 식품에 염분이 있어서,
    따로 소금을 먹지않아도 염분이 부족할 일은 없다고 합니다.
    국으로 염분이 과잉섭취되는 것이죠.

    한국인의 위장장애에 국물음식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국을 꼭 먹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우리집에선 생일 미역국과 겨울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외엔 국을 잘 끓이지 않는 편이랍니다.
    가끔 줘서 그런지 아이도 국을 아주 잘 먹어요. ㅋ

    • 퍼플혜원 · January 29, 2010 Reply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요즘 제가 신경이 날카로와져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건가 싶을 정도로 식습관이 많이 나빠졌어요. 그 잘먹던 식빵도 요즘은 반도 안먹거든요.
      억지로는 먹이지 말라는데 정말 엄마로서 쉽지 않네요.
      한번씩 이렇게 안먹는 몇주가 있는데 꼭 그이후론 아프더라고요. 또 아프려고 이러나 염려되기도 하고…
      저희집도 엄마아빠가 한식을 즐기지 않아서 일주일에 국은 이틀 끓일까 말까인데 교회에서 나오는 국밥 앞에두고 자긴 흰밥만 따로 달라는 승연일 보면 정말 속터져요. ㅠㅠ

  7. olive101 · January 29, 2010 Reply

    다 똑같읍니다~ 우리 애 이제 곧 4살 되가는데 제가 밥 떠 주면서도 한숨이 나옵니다. 애들 숟갈로 5숟갈 될라나. 그것도 다 않먹어요. 한국애가 밥을 이렇게 않먹다니 참 신기할 뿐입니다. 하긴 조, 현미, 보리, 흑미 섞은 밥이 그리 좋진 않겠지만. 아~ 흰쌀밥은 못먹이겠으니.. 다먹었다고 내려가겠다는 애 항상 붙들고 ‘5 more bites’ 먹자고 생쑈를 다 하면서 먹입니다. 재밌게 하면 애들이 먹는다해서. 오늘 둘째애가 (2살반) 물말아서 고등어 구이랑 한공기 반 밥을 먹었읍니다. 아주 만세를 불렀어요. 근데 그리 걱정않해도 될듯싶은게 우리 남편 어렸을때 도망다니는 아이를 쫒아 다니면서 먹였다는데. 지금 음식 불평불만 없이 해주는거 아무거나 아주아주 자~알 먹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아이들도 나이가 들면 잘먹지않을까 합니다.

  8. 愛쉴리 · January 31, 2010 Reply

    승연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전 덕분에 배우기도 많이 배우고, 또 위로도 받고…^^; 그래요. 비슷한 점들이 많으니, 혼자 너무 걱정안해도 되겠구나하는…-.-; 저도 국에 밥말아서 척척 먹는 아이들이 너무 부럽거든요. T.T

  9. 케이 · February 1, 2010 Reply

    가끔 들어와서 좋은 정보 얻어가요. 저도 승연이 또래의 아들이 있어서 가끔 너무 공감가는 얘기 읽으면서 웃곤 합니다. 우리 애두 저녁먹을땐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죠. 이러저리 돌아다니느라 참 바쁘세요. 초콜렛 아이스크은 엄마보다 사랑할껄요.. ㅎㅎㅎ

    근데 저 카펫이 넘 이쁘여.. 어디서 사셨어요? 요새 카펫을 사려고 해서 그런지 베이지색 카펫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10. Solus · February 2, 2010 Reply

    점점 또랑해지는 승연이 얼굴… 정말 big sister 모습이 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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