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니와의 생활

내니와의 생활 2주. 나의 첫출근은 둘째치고 일단 승연이가 내니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할지 은근 걱정을 했었다.

3개월을 엄마하고만 붙어있다가 새로운 언니가 오니 좋았는지 첫날부터 빨리 엄마는 가라고 하는 승연이를 집에 두고 정말 마음 편하게 출근을 했다. 내니가 젊으니 오히려 승빈이가 걱정이 되었지만 애기 다루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니 안심이 되었다.

하루에 몇번씩 문자로 승연이 승빈이의 모습을 사진과 비됴로 보내주는 내니가 너무 고마웠고 모든걸 아이폰으로 다 해결하는 내니를 보고 역시 젊은 사람은 다르구나 했다. 승연이 티비 채널도 페이버릿으로 다 저장해두고 말이다. (난 그런게 있는줄도 몰랐는데 나보다 낫군 -_-;;)

미국애라 승빈이 젖병 삶는것과 가제수건/턱받이 손빨래 하는것도 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꼼꼼하게 잘 하고 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건 이거다. 승연이에게 일기를 쓰게 한다. 물론 스펠링을 불러주면 승연이가 받아쓰는거지만 매일 Today I..로 시작하는 일기를 한문장 쓰고 그림과 함께 책을 몇권 읽었는지를 적어둔다.

놀이터에서 잎을 뜯어와 붙여 만든 작품도 있고, 나의 craft박스도 혹시나 해서 보여줬더니 그걸 뒤져 이것저것을 만든다. 나도 귀찮아서 잘 안해주는걸…

레고로 도시도 만들어놨다. (이러다보니 내니가 온 이후로 매일밤 승연이 장난감 정리해 넣는걸 그만뒀다. -.- 걍 주말에 한번씩 하기로…)

이렇게 하며 아주 잘 첫 2주를 보냈다.
그런데 몇일 전부터 승연이가 아침에 눈만 뜨면 엄마 회사 가지말라고 우는거다. 자기랑 집에 있자고… 잘 달래서 옷 갈아입히고 세수 시키고, 또 내니가 집에 오면 싹 기분 전환 되어서 또 잘 논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오늘은 완전히 최악이였다. ㅠㅠ (하지만 내일은 얼마나 더 심해질지 모름)
내가 깨우자마자 울기 시작하더니 내니가 와도 인사도 안하고 내 다리 붙잡고 가지마라고 펑펑 우는데…진짜 환장하겠더라.
냉정하게 뿌리칠 수가 없어 애가 진정할때까지 스무디도 만들어주고 얘기도 하며 한시간을 늦게 출근을 했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mommy don’t go…가지마… 이럼서.. ㅠㅠ

첨엔 같이 놀아주는 언니가 와서 좋기만 하다가 이제는 내가 계속 없는걸 알아차리고 이러는거 같다. 출산휴가 후에 이런일이 있을줄 알았지만…

승연이가 시차를 완전히 적응하고 늦게 일어나기를 시작하는데 좀 더 자라고 요 몇일은 나 혼자 아침을 먹고 내니 올때쯤 깨워 세수 시키고 아침만 차려주고 내니와 함께 먹게 했다. 눈 뜨자마자 내가 집을 나가서 더 그런걸까. 내일부턴 나 먹을때 억지로라도 깨워 아침은 꼭 같이 먹어야겠다.

9월에 학교 시작하면 다 괜찮아질텐데 그때까지 어찌 달래야 할까. 일부러 요즘은 일찍 퇴근을 위해 집을 일찍 나가기 시작했었는데 안되겠구만.

 

 

21 Comments

  1. 희진 · July 26, 2010 Reply

    오…이런 슬픈일이 ㅠ.ㅠ 진짜 애기가 don’t go 라고 이러면 다잡았던 마음도 정말 화르륵 풀릴꺼 같아요. 그나저나 내니가 일기 쓰게 하는건 너무 좋네요. 이궁…승연이가 얼른 커서 엄마 맘을 이해했음 좋겠네요.^^

    • 퍼플혜원 · July 27, 2010 Reply

      승연이가 이러는거 첨 봐서 더 맘이 아팠던거 같아요. ㅠㅠ

  2. jihye kim · July 26, 2010 Reply

    승연이때문에 맘 너무 아프시겠어요…
    제가 동생 보고 엄마보고 아침마다 콧물 눈물 범벅해서는 엄마 가지말라고 그렇게 바지 잡고 울었다던데.. ^^
    제 생각에도 아침에 좀 피곤하더라도 낮잠을 자게 하고 일찍 일어나서 혜원님이랑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지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저희 큰 애도 아침에 늦잠자서 바로 보내려고 하면 아주 힘들거든요. -.-
    일어나서 아침먹고 좀 시간 보내고 그래야지 자연스럽게 가더라고요.

    그나저나 내니를 아주 잘 구하신 거 같아요..
    저 일기쓰게 하는 건 아주 좋네요..
    저도 한 번 해봐야겠어요..

    • 퍼플혜원 · July 27, 2010 Reply

      오늘은 자기가 일찍 깨더라고요. 느긋하게 같이 아침 먹고 하니 괜찮았어요. 아침부터 친구 한명 데려다 놓으니 나 잘가라고 인사도 안하더라고요. -.-

  3. Misty · July 26, 2010 Reply

    아니 이런 가슴 아픈 일이 … 참 좋은 내니 같은데 승연이는 그래도 엄마가 너무 그리운가보네요. 에고 …
    혜원님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요. 전 제 아이가 엉엉 울면 저도 같이 울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
    정말 혜원님 말씀대로 승연이가 눈 뜨자마자 엄마가 없어져버려서 상심이 큰 가봐요.
    승빈이는 그래도 순하게 잘 지낸다니 참 다행이예요. 어서 승연이가 내니랑 다시 즐겁게 지내기를 바래봅니다.

    • 퍼플혜원 · July 27, 2010 Reply

      저도 나중에 눈물 나더라고요. 그럼 승연이가 더 울까바 복도에서 눈물 쓰윽 닦았죠. 흠…

  4. 쭈쭈바 · July 26, 2010 Reply

    정말 좋은 내니를 구하셨네요.
    전 이번달 내내 토요일에 나가서 일해야했는데, 그날은 아빠랑 실컷 놀아라 하고 룰루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지난주 토욜엔 엄마 가지마, 엄마랑 놀고싶어. 하는데 맘이 찢어지더만요. 근데 요거이 잠이 덜 깬상태여서 그랬던거 같아요.
    승연이가 내니언니 오는걸 반겨주는 날이 곧 올거예요.

    • 퍼플혜원 · July 27, 2010 Reply

      오늘은 친구가 와서 괜찮았는데 내일도 괜찮기를 바래봅니다. ㅠㅠ

  5. 주영이 · July 27, 2010 Reply

    내니가 참 좋은것 같어. 그래도 승연이에겐 엄마가 더 좋겠지^^
    글 읽는 나도 마음이 짠~~ 한데, 네 마음은 어떨지… 그래도 엄마를 위해서 승연이가 곧 적응 잘 할꺼야. 힘내숑!!

  6. 진영 · July 27, 2010 Reply

    내니가 승연에게 넘 잘해주기만 하나봐요, 아무리 좋은 내니라도 엄마의 우려, 애정섞인 dicipline까지도 해내기가 어렵기에 승연이가 엄마의 자리를 그리워하는것 같네요, 하지만 이런 과정과 시기를 지냄으로서 승연이가 더 의젓해질거란 생각들어요.

    • 퍼플혜원 · July 27, 2010 Reply

      다 겪는거라지만 그당시는 참 힘드네요. 저도 첨이라..쩝

  7. Peanut · July 27, 2010 Reply

    아이고… 승연이가 마니 울었구나. 언니 마음이 더 아팠겠어요.
    내니랑도 잘 지내고 이제 9월부터 학교 다니면 씩씩한 승연이도 아주 잘 지낼꺼라 믿어요.
    언니도 기운내세요~

    • 퍼플혜원 · July 28, 2010 Reply

      학교 시작하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8월 한달을 우째 보내야할지..쩝

  8. 뉴욕댁 · July 27, 2010 Reply

    아휴~ 십년전 제 모습이네요. 저도 어찌나 맴이 아프던지..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애요.
    점점 나아질꺼에요. 기운내세요^^ 아자아자 화이팅!!!

    • 퍼플혜원 · July 28, 2010 Reply

      고맙습니다. 벌써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일찍 일어나서 저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했나봐요. -.-

  9. Melissa · July 29, 2010 Reply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씩씩한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승연이도 씩씩한 커리어 우먼이 되겠지요
    엄마를 찾아도 걱정, 안 찾아도 걱정….그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고 열심히 직장 다니시길 바래요~~~
    화이팅이요!

  10. 세연맘 · August 9, 2010 Reply

    이 글 너무 가습아파요.. 저는 아직 이 상황이 안되었는데 (아직 세연이가 한살반..) 엄마 가지마.. 이렇게 이야기 하면 가슴이 아파 무너질거 같아요… 언젠가는… 그날이 닥치리라.. 생각합니다…T.T

    • 퍼플혜원 · August 9, 2010 Reply

      맞아요. 요즘도 아침마다 조마조마한데 일찍 일어나서 시간 함께 보내고 나가니 아무렇지도 않네요.

  11. My World « Purplepops · November 15, 2011 Reply

    […] 내니가 시켰던 그림일기도 학교를 시작하고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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