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Christmas

주중 한가운데 딱 떨어지는 크리스마스 덕분에 지난주 난 휴가까지 합쳐 딱 하루 근무를 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한주를 보냈다.

사실 올해는 선물에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쉬자’라는 마인드로 모든걸 대했다. 지지난부터 여러가지 공연과 연주회 준비, 게다가 천사 코스튬까지 맡아서 해야할 일들이 적지는 않았지만 힘들어 미치겠다란 생각이 들지 않았던… 다 지나고나니 이런 말이 나오는건지 모르지만.

이렇게 크리스마스는 왔고, 난 정말 오랜만에 성탄예배를 드리며 예수님이 오신 기쁨을 가슴으로 흡수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크리스마스 칸타타에도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며 바쁘다고만 느꼈었던 나의 한해와 나의 신앙, 이 모든것을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들. 지금까지 이런 감사의 생각들을 하지 않았던건 아니지만 이렇게 가슴 깊이 전해져오는 느낌들은 참 오랜만이다. 아마도 내겐 이런 쉼의 시간들이 필요했나보다.

작은아빠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먹고 저녁 늦게 들어와 산타 줄 쿠키 굽자고 하는 승연이를 달래서… (음, 달랜다기보다.. 지금 안자면 산타 안온다고 협박을 -_-) 애들을 재우는데 승빈이는 우리집에 산타가 들어온다는게 무서운지 자긴 산타가 자기 방에 들어오는거 싫으니까 엄마가 문앞에서 지키고 있으라 부탁을 하고, 그래도 안심이 안되는 애에게 잠시 산타가 트리에 선물만 두고 가는 Busy Santa란 거짓말 얘기까지…

그렇게 재우고 나와서 잔잔한 캐롤을 배경음악 삼아 선물을 포장했던 고요한 밤.
해가 지구끝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벌떡 일어나 선물들을 확인하는 크리스마스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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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시.

요즘 한창 My Little Pony Equestria Girls에 꽂힌 그녀들. 나도 어렸을때 My Little Pony 만화를 보고 자랐지만 순뎅순뎅하게 생겼던 30년전 포니들과는 달리 최근에 업글되어 좀 더 섹시해진 포니들. 난 참 별로다.

그런데 또 Equestria Girls는 뭐더냐! 나도 요즘 만화를 다 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짐작컨데 이 포니들이 이젠 이런 여자아이들 캐릭터로 변신까지 한다는 기막힌 사실. ㅠㅠ 내가 싫어하는 Barbie보다 더 못봐주겠는 인형들.

승연이는 세살에 Dora를 좋아한것 같은데 승빈이는 언니덕분에 너무 빨리 이런 컬쳐에 접하는거 같아 마음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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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더 어렸을때는 크리스마스를 핑계삼아 내가 갖고 싶은것들을 애들에게 사주곤 했는데 좀 커가면서 자기들이 작성하는 wish list들을 따르다보니 점점 선물들이 소박해짐이 눈에 보인다. 물론 몇년 뒤, 아니 내년에라도 아이패드를 사달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자기가 원하던 몇불짜리 책 한권 손에 넣음으로 입이 귀에 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때 누군가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일은 참 쉬운 일이란걸 또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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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이진 · December 30, 2013 Reply

    기대에 찬 모습으로 선물 뜯는 승자매,귀여워여~~~~~^^
    순수했던 저나이때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설레임이 있던
    지금은 크리스마스,뉴~이어 심드렁 ㅎㅎㅎ
    오늘 부랴부랴 부친 카드는 언제나 혜원님댁에 도착할지 ㅠㅠㅠ
    Happy Holidays~~^^

  2. Clara · December 30, 2013 Reply

    저희 애들은 아직 저런 케릭터를 전혀~!!! 모르는데….(심지어 디즈니 캐릭터도 미키랑 미니, 도날드 덕 정도만 아는거 같아요…;;;) 알기 시작하면 정말 심오한 세계가 열리겠네요..;;; 위시리스트에 있던 장난감도 첫째는 marble maze, 둘째는 princess dress-up set이었는데….marble maze가 영 재미가 없고 리뷰와는 달리 unstable해서….그대로 다시 싸서 ‘산타가 어디서 이걸 구해왔는지 알아다가 리턴하고…다른 marble maze로 바꿔와 준다’는….리턴까지 친절히 허락해주는 최첨단 산타를 소개하고 말았답니다. 아…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이 없다가..벌써 내일만 지나면 올해는 다 가는거라는 생각을 하니…기분이 이상하네요.

    근데 제가 작년 이맘때 첫째가 다니던 pre-K에 갈 일이 있어서 갔다가…교실 앞에 주렁주렁 매달린 pre-K 아이들의 letters to Santa(선생님이 받아적은것)를 봤는데요;;;;; 진짜 가관이예요. 자기는 너무나 혼자 살고 싶다고..my own house를 사달라는 애가 없나…iphone….게다가 red sports car까지….;;;; 아주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지켜줄 수 있다면 순수함을 오래오래 지켜주고 싶어요.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_^

    • 퍼플혜원 · January 3, 2014 Reply

      아마 큰애가 커가면서 친구들에 의해 많이 배우게 될거에요. 티비프로도 안보는데 어떻게 아냐 물었더니 애들끼리 유행이더라구요. 그래서 거꾸로 동영상같은거 찾아서 틀어주고요. 승빈이도 완전 언니때문에 알게되어서 책은 읽지도 못하면서 언니책 사주면 자기도 꼭 사줘야 하공..
      언제까지 거짓말을 해야할지도…모르겠구요.
      이번에 tooth fairy는 들통났어요. -_-;;

  3. Bangsil · January 1, 2014 Reply

    하하하 busy santa..-_-; 그런데 요즘은 인형을 저렇게도 만드는군요. 제가 저나이때는 바비랑 폴리포켓이 다였던것 같은데..비눗방울 총같은거랑. 승연/승빈 너무 귀엽네요.

    평화로운 연말을 맞으셔서 다행이예요. 바쁘다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는것 같아서 돌아볼 시간도 없는데 – 일년의 마지막 날들이나마 일도, 이메일도 다 잊어버리고 정말 가장 소중한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건 정말 필요한것 같아요.
    Merry (belatd)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to you and your lovely family!!

    • 퍼플혜원 · January 3, 2014 Reply

      요즘 거부감 드는 인형들 정말 너무너무 많아요 ㅠㅠ
      어느새 새해네요. 올해도 베이킹 많이 하실거죠? ^^

  4. Sooga · January 1, 2014 Reply

    승연이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평안한 가정 이루시길 기도합니다. 애들 너무 귀엽네요. 울딸은 자기만 산타할부지한테 선물 받았다고 뿌듯해 하네요. ㅋㅋ 엄마는 자기한테 mean 한적이 있었고 아빠는 거짓말 한적이 있어서 못 받았다고..ㅋㅋ 착각에 착각을 하심에 웃고 말았네요. 승빈이가 어느새 커서 지 선물 저렇게 뜯을줄도 알고 신기할따름..승연이 태어날 적 부터 봤는데.. 자매 자라는 모습에미소가 지어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퍼플혜원 · January 3, 2014 Reply

      ㅋㅋㅋ 따님 넘 귀엽네요 크크 그럴땐 착각을 계속 하게 놔둬야…ㅋㅋ
      어느새 블로그한지도 11년이 되어가요 @.@ 그동안 애 둘낳고 이렇게 많이 컸네요.

  5. Scentedrain · January 2, 2014 Reply

    혜원님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2014 년 더더욱행복하고 건강한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자주 놀러올께요.

  6. Mindy · January 4, 2014 Reply

    혜원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위에 댓글에 혜원씨가 블로그 한지가 11년이 되어간다는 얘기듣고 완전 놀란거있죠..
    내가 처음 퍼플팝스에 들렀던 떄엔 혜원씨가 승연이를 낳기도 전이었는데 말이죠..ㅎㅎ
    그떄 승연이 임신했다는 얘기에 (그때 전 이미 큰애가 있었는데도) 함께 가슴벅차고 기뻐했던 기억나거든요..^^
    이렇게 승연이, 승빈이가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낸 이야기를 이젠 혜원씨 블로그말고도 다른곳에서도 읽을수있으니
    그동안 세월이, 시간이 참 많이 변하고 흘렀구나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는 아이들도 혜원씨도 남편분도 모두 아픈곳없이 건강하시길 바래보아요.
    Happy new year!

    • 퍼플혜원 · January 6, 2014 Reply

      저희 정말 오래되었죠^^ 저도 기억나요.ㅎㅎ 오랫동안 잊지 않아주셔서 넘 감사해요^^ 뉴욕 오심 제가 밥을 대접해야 하는..ㅎㅎ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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