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2014: 동백섬 + 오륙도

에어콘 끄고 바닷바람으로 호텔방을 환기 시키며 아침해가 뜨는걸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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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그룹지어 바다 한가운데로 수영해 나가는 오빠야들 다섯명. 미국에선 서핑보드 타고 나가는 애들은 많이 보지만 이렇게 맨손으로 아침 체조삼아 저 멀리 띄워져 있는 buoy(우리말로 검색해보니 “부표”라는군) 한바퀴 돌아오는 장면은 지인짜! 오랜만이다. ㅎㅎ 애들도 눈을 떼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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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원조할매국밥집을 찾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옆집 아줌마 같았던 택시아주머니는 저기 저 국밥집 골목이 있는데 거기에 있을거라며 찾아드릴테니 안심하라면서… ㅋㅋ
신호등에 서 있는데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셔서 우린 깜놀. 앞에 서 있는 트럭으로 막 뛰어갔다 오시더니 저 트럭이 거기까지 안내하겠다며 따라오라고 했단다. ㅋㅋㅋㅋ
어찌 이런 느긋한 모습들인지 ㅋㅋ 저런 배달차는 다 여기 식당들 배달 다니기 때문에 동네 음식점들은 꿰뚫고 있다고 함.
이렇게 해서 찾아간 국밥집에서 선지 해장국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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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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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뒤 동백섬을 둘러보기로 한다. 산책코스로 딱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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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담을 위해 만들었다는 누리마루. 계단을 내려가면 광안대교쪽이 보이고 작은 테익아웃 커피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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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해변가에서 볼 수 있는 웅잠함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역시 우리나라… (근데 중국 관광객들이 정말 어찌나 많던지,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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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와 등대에서 쭉 걷다보면 해운대가 다시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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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진짜 좋아하는 구름다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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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동백섬을 한바퀴 돌고 다시 해운대 바닷가로 나온 우리는 게 한번 잡아보려고 열심히 바위 사이를 뒤지지만 게는 커녕 조개껍질 하나도 찾기 어려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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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으니 오륙도 배는 한번 타봐야 된다던 부모님. 막 비가 오려고 먹구름이 휙휙 지나가고 있는데 새우깡을 강아지들같이 잘 받아 먹는다는 갈매기들도 볼 겸 (애들이 좋아할거라고) 오륙도행 유람선 타러 감.

매표소 직원 왈 “오늘 파도가 좀 센대요.”
우리: “그래서 배 안나가요?”
매표소 직원: “가요.”

표를 사시는 아빠.
엄마인 나는 걱정스럽게 어떤 배인지 확인하러 나갔고 아이를 꼭 안고 있지 않으면 사이로 미끄러져 나갈 수도 있을 만한 공간의 두줄의 쇠난간이 약간 불안하다.

출항전 선장님의 간단한 비상시 주의사항을 듣고 구명조끼와 구명부이등이 어디에 있는지 살핀 후 승빈이 꽉 안고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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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착장에서 산 새우깡 갈매기에게 던지기. 제법 쇼를 펼치던 부산 갈매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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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좌우로 엄청 흔들리고 앞을 보면 얼마나 기우는지 보이니까 옆 쪽, 저 멀리로 시선을 집중 하는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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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가 저렇게 변하다니. @.@
근데 진짜 물살이 쫌 세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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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륙도가 보인다. 옛날 부산 살때는 오륙도가 여기 있는지도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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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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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선장님의 말씀. 오륙도 뒤로 가면 물이 잔잔하여 거기서 잠시 머물겠습니다. 오륙도를 다 돌아 나올땐 파도가 무척 세니 멀미를 하시거나 아이들 동반 가족들은 아랫층 객실로 옮기시기 바랍니다. 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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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날씬한 동굴 (이 작은 섬에도 동굴이!)속에 어렴풋히 보이는 촛불들 (그 뒤에는 불상이 있다고 하는데 보이진 않았다), 등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직원들도 구경… 하고 있는데

선장님 왈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객실로들 내려가세요!”
모험 좋아하는 울 아빠만 남고 우리가족은 전부 객실로 이동, 우리와 다른 두가족 밖에 없었는데 거기에 계시던 선원 아저씨가 왜 내려왔냐고, 여기 있으면 멀미가 더 심하다고, 막 올라가라고.. 우린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막 confused –_-;; 한 커플은 다시 올라갔는데 선장님이 방송으로 밑에 계시지 왜 또 왜올라왔냐고 ㅋㅋㅋㅋ 무섭지만 않았어도 이건 완전 코미디.

그런데… 거센 파도때문에 수면이 눈높이보다 더 높다.  ㅠㅠ

객실엔 아이들 동반한 가족들만 남고, 토할거 같으면 얼른 올라가라는 말을 계속 하시는 아저씨는 멀미를 이기는 방법을 손수 보여주시는데…   앞을 보고 객실 한가운데에 서서 팔을 양옆으로 펴고 배가 기우는 반대쪽으로 몸을 기울여 균형을 잡는 포지션. 나 한번 해보고 무서워서 관 둠. 배가 막 60도로 기우는거 같음.

난 애들이 무서워할까봐 티도 못내고 덤덤하게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제일 잘 있었던것 같다. 비행기 멀미하는 승연이도 아무렇지도 않아 난 그 와중에 “넌 motion sickness가 있는게 아니고 완전히 all in your head야. See, you’re fine! :)” 이러면서 애를 세뇌 시키려 하고.

그동안 위에선 “바람이 셉니다 여러분, 다 왼쪽 앞쪽으로 이동하세요! 객실에 계신분들은 아직 좀만 더 계세요. 5분이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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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5분이 지나고, 우린 고비를 넘기고 (휴…) 윗층으로 올라가니 오른쪽 벤치는 파도가 치고 들어와 다 젖어 있었고 머리카락이 뽑힐 정도의 맞바람을 맞으며 남편(객실에서 오래 견디지 못함ㅋ)과 아빠가 앉아 있었다.

많이 변한 부산의 스카이라인. 정신이 없어서 가이드 설명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저 앞의 건물들 중 하나가 대한민국 초고층 건물이라고 했던것 같다. 그게 제니스 건물이었던것 같은데 내 아이폰 필기에 의하면 초고층 주거용 건축물로 세계 8위라고 했던것 같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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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육지를 밟음.
옛날 부모님의 드라이브길을 회상하면서 미포 안쪽으로 더 걷다가 여행의 하일라이트가 될 장어와 전복 전문집인 미포끝집 발견. 음식점 건물 앞에 바다가 바로 내다보이는 포장마차 섹션이 따로 있어서 음식이 준비될 동안 한참을 바위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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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친구분과 복숭아를 깎아드시며 담소를 나누시던 ㅋㅋ 동네 할아버지가 우리 애들을 보더니 게를 잡아주시겠다면서 이렇게 발벗고 나서신다. 친절하게도 안전을 위해 앞다리를 톡톡 잘라내고 건내주신 게 한마리. ㅠㅠ 손주들이 있으신지 우리애들에게 복숭아도 건내주시고 와 정말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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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이쪽에는 게와 고동이 그야말로 깔려 있어서 애들이 진짜 좋아했다. 이렇게 가지고 놀다가 다시 놔주고 홍합은 석쇠에 구워 먹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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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도시생활을 했지만 바닷가와 시골생활에 경험이 많은 엄마밑에서 자라 이런걸 보면 꼭 신발 벗고 들어가봐야 하는 나인데 이번에 승연이도 그 맛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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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킨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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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데기가 반찬으로 나온다. 하하하하 안먹고 돌려보냄. 맛은 볼껄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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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에 조개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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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우리 뿐. 이 바닷가 전체 전세 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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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에 비해 양은 적었던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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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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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취향에 따라 양념장에 비벼먹거나 소금구이로 먹는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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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살때보다 더 구석구석 해운대를 관광 하셨다고 뿌듯해하시는 부모님, 그리고 많은 체험을 한 우리.

서울행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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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 전국 여행을 해보고 싶다. 내게 직장이 있는 한 한번에 다 둘러보는건 비현실적이라 일단 한국 방문당 지역 하나, 뭐 이렇게 생각은 하고 있는데…. 가능할까. 난 먹으러 다니는 여행을 꿈꾸고 있었는데 그게 우리나라라면…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20 Comments

  1. SJMOM · September 22, 2014 Reply

    역시 부산을 잘 아시는 부모님이랑 다니니 먹는것도 알찬것만 드시는군요. 관광객이 먹는거랑 차원이 달라요. 장어… 먹고 싶네요. 방은 저도 같은 뷰가 있는방에 있었는데 10층 스윗룸이었나요? :-) 울 집 아이도 창문턱에 앉아서 밖에 보는거 좋아했는데

    • 퍼플혜원 · September 23, 2014 Reply

      혹시 동백섬 쪽 방이면 어쩌지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바다 뷰였어요 ㅋㅋ 10층이였으면 더 뷰가 좋았겠어요. 저흰 3층이었는데 사람 구경하기 딱 좋더라구요.

  2. Jihee Kim · September 22, 2014 Reply

    아, 장어~~~~~
    저런 테이블에서 구워먹는 장어가 먹고싶네요.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아이들 헤드폰은 어떤 거에요?
    저희는 아직 해드폰 없이 다니거든요.
    저희 차 안에서야 그냥 틀고 보기도 하는데 멀미나니까 잘 안주고 비행기 타면 자기네들이 불편하다고 그림만 보고 뭐 그래요…
    내년에 로드 트립 계획중인데 하나 장만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여태 없이 다녔는데 싶기도 하고요.

    • 퍼플혜원 · September 23, 2014 Reply

      기내에서 나눠주는 해드폰이 애들에겐 맞지 않아서 이걸 샀는데 정말 편리하고 좋아요. 승연이만 샀다가 이번에 승빈이도 같이 산거에요. 저희도 보통 집에선 못쓰게 하고 여행용으로 쓰는데요, 그냥 헬로키티로 검색해서 리뷰 좋은걸로 산거 같아요. 브랜드명이 따로 없던거 같은데…

  3. citron · September 22, 2014 Reply

    이번 여행사진들중에, 제 친정집도 보여요.

    전 예전에 회사 다니면서, 주말에 여기저기 한국여행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때 주말마다 여행하면서 참 좋다고 여기다가, 시부모님이 한국 처음 오셨을 때, 그때는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다같이 3주간 한국 곳곳을 차로 여행을 했는데, 우리나라가 정말 아름다운 곳들이 많구나하는걸 다시 한번 느꼈었어요.
    그러다 또 시누이 왔을 때, 한바퀴 안가본 곳으로 또 돌고…

    다음에 천천히 한국 가실 때마다 대한민국 로드트립해보세요.

    선지국밥… 먹고파요.

    • 퍼플혜원 · September 23, 2014 Reply

      ㅋㅋ 친정이 저기 계시는군요. 네 정말 한국 로드트립이 꿈이에요. 담에 하게되면 꼭 citron님께 조언 구해야겠어요. 전 시골생활 해본적도 없는데 왜 자꾸 한국 시골이 그리운건지..

  4. Jennifer · September 22, 2014 Reply

    우와. 음식 사진들 진짜 장난 아니네용! 나도 서울 갈 때마다 거의 매번 가족 여행 갔는데, 진짜 추억도 많이 되고 좋은 듯.
    그런데, 언니 번데기 안 먹는 건 좀 의외? ㅋㅋㅋㅋ

    • 퍼플혜원 · September 23, 2014 Reply

      그지. 번데기는 어렸을때도 안먹었는데 gastronauts 경력으로 함 먹어볼까 했는데 이날은 안땡기더라고 크크

  5. · September 23, 2014 Reply

    아이들이 좀 자라니 이렇게 여행이 이렇게 달라지네요. 저희도 몇년후 꼭!

  6. 애셋맘 · September 23, 2014 Reply

    ㅋㅋㅋ 뻔데기 못 드시는군요~
    저는 먹다가 크게 탈이난적이 있어서 그담부터는 못먹겠어요…
    저도 동백섬, 오륙도 한번도 못가봤는데 저렇게 생겼군요~
    정말 짧은시간 알차게 구경 많이 하셨네요..
    승연이 웃는 모습보니 정말 신나보여요^^

    • 퍼플혜원 · September 25, 2014 Reply

      뻔데기 어렸을때도 냄새가 싫어서 학교 앞에 팔때 코막고 지나갔던거 같아요. 괜히 그 기억때문에 ㅋㅋ 뉴욕살면서 자유의 여신상 안가는것 처럼 부산사는 친구들도 오륙도 유람선 한번 안타봤다는군요 ㅋㅋㅋ

  7. · September 24, 2014 Reply

    한국 사람이면서 한국 여행정보가 어찌 이리 신나고 재미있을까요? ㅋㅋ 그게 더 신기하네요^^
    아는 동생이 부산 해운대에 사는데 최근 모습을 가끔 보여주는데 ‘ 여기 홍콩이니?’했다니까요 ㅋㅋㅋㅋ.
    부산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알찬 정보 감사합니다.
    아침을 선지 해장국이라…캬! 꼭 먹어봐야겠네요^^

  8. Amy · September 25, 2014 Reply

    정말 우리 나라 음식이 최고죠??ㅎㅎ 저는 여행 갈 때 마다 무조건 먹방투어에요. 동백섬 산책코스는 가족들과 산책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해마다 부산가는 데도 갈 때 마다 변하는 느낌이에요.

    • 퍼플혜원 · September 25, 2014 Reply

      네 동백섬에는 저녁먹고 가족끼리 나온 사람들이 진짜 많더라구요. 낮엔 주로 관광객들이지만.
      전 한식 별로 안좋아한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외국살이 탓인지 우리나라 음식이 그렇게 맛날수가 없어요.

  9. 나무 · September 25, 2014 Reply

    조그만 게가 불쌍하단 생각이 드네요.
    잡아서 먹은 거면 또 모르겠는데, 그냥 재미로 잡아다가
    소중한 집게발 잘린 채 다시 생존경쟁의 바다로 돌려보내지게 한다는 게;;;

    제가 좀 예민해요. ^^;

  10. jintaemom · September 27, 2014 Reply

    또 보는 부산 너무 반가워요. 저 오륙도 앞에 있는 아파트에 친언니가 살았었고 지금은 사촌 오빠네가 꼭대기 층에 살고 있다네요.
    저는 광안리랑 해운대에서만 살아서 사진들이 너무 반갑기도 하고 변해버린 모습이 좀 낯설기도 하네요.
    올 여름에 친정 부모님만 다녀 오셨는데 비가 많이 와서 회는 많이 못 드시고 (비 오는 날 회 먹으면 탈 난다는 속설…) 장어구이만 실컷 드셨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하시더군요…
    저도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드라이브 참 많이 다녔었는데….

    • 퍼플혜원 · September 30, 2014 Reply

      반가워요, 저 광안여중 나왔어요 ㅋㅋ
      맞아요 저도 그 속설 듣고 자라서 여기서도 비오는날엔 스시집도 안갔었는데 요즘은 흐지부지 암때나 회 먹어요. 아, 송정 오랜만에 듣는데 또 반갑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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