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도 적응기간이 필요했던게 있다.
어머니가 오실땐 냉장고만 채워놓으면 점심은 꼭 국+밥으로 먹이셨고 과일도 깎아주시고 그랬었는데…
자기 살림도 잘 못한다는 내니(24살의 결혼 1년차, 남편이 다 한다고 해서 놀랐는데 매일아침 남편이 싸준 도시락 들고 오는걸 보니 믿겠다 ㅎㅎ)에게 첨부터 많이 바라는것도 무리일거 같아서 차츰차츰 가르치기(?)로 하고 일단은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일단 냉장고 정리에 들어갔다. 한식 반찬은 맨 윗선반으로 다 올려두고 (여긴 안봐도 된다..이럼서..) dairy 서랍엔 모든 치즈와 요거트, 햄류… 그리고 나머지 공간에는 자리 나는대로 이것저것 쑤셔 넣는식.
그리고 그 주의 음식 리스트를 냉장고에 붙여둔다.
미국애들은 사과든 자두든 다 껍질채로 먹고 딸기도 꼭지 그대로 내서 베어먹고 버리는 식이라 승연이에게 맞추기 위해 일단은 다 잘라두기로 했다. 예전에도 이렇게 안한건 아니지만 또 이렇게 열심히 과일별로 썰어서 보관해두긴 처음이다. 이렇게 해놓으니 나도 급한 아침시간에 먹을만큼만 도시락통에 덜어오기 편하다.
점심도 얘한테 그냥 맡겼다가 딱 하루 밥/빵 없이 훈제연어와 케이퍼만 먹인걸 보고 (승연이는 넘 좋아함) 이런건 짜니까 꼭 빵이랑 같이 줘라고 얘길 하고서도 시간날땐 도시락을 싸놓기로 했다.
지금까지 두번 헬로키티 도시락통에 샌드위치 만들어서 가장자리 다 잘라내고 이쁜 사이즈로 4등분해서 넣어두니 너무 좋아라 하고 잘먹었다. 그날 저녁에 “엄마 또! 헬로키티 런치박스에 런치 싸줘~” 그랬다.
그외에는 남은 스파게티, 맥앤치즈, 스패니쉬 밥, 그릴치킨 등을 담아두고 그 외에는 내니가 그릴치즈나 다른 샌드위치 종류를 만들어주곤 한다.
일주일 한번 정도 할머니가 오셔서 밥을 차려주시기도 한다. (얼마나 맘이 안놓이셨으면 ㅋㅋ)
처음에 한국 아주머니가 아닌 미국 내니(그것도 너무나 젊은)로 정하고 나서 제일 걱정했던게 음식이다. 매일 국밥을 먹어야 되는건 아니지만 한국사람은 그렇게 먹여야 제대로 먹였다고 생각을 하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지만 또 이렇게 해보니 나쁘지 않다는걸 실감한다.
일단, 내 느낌인진 몰라도 승연이가 밥투정이 줄어든것 같다. 밥만 보면 질려할때도 있었는데 그런건 확실히 없어지고 오히려 방울 토마토와 당근, 오이 같은걸 간식으로 더 많이 먹는다.
냉장고 옆의 화이트보드를 통해 그날 승빈이가 몇시에 먹었는지 승연이가 뭘 먹었는지등을 알게 된다.
생각해보면 9월부터 풀타임으로 시작할 학교생활. 아직 급식을 할지 도시락을 싸갈지 결정된건 아니지만 어쨋든 그때를 위한 훈련기간인것 같다, 지금이.
그걸 생각하면 정말 잘된 일이다.
주말마다 과일/야채/스낵을 다 손질해 놓고 아침마다 점심 챙길때가 많으니 대신 나의 일은 배가 되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프로 직장맘이 되어가고 있는걸까.
당장 바뀌어야 할것은 일주일 한번 정도 먹던 한식 저녁식사를 두세번으로 늘리는것.
아침 저녁 든든하게 챙겨먹이면 점심 한끼야 뭘 먹든 괜찮다고 생각하는거에 익숙이 되어야 한다.
뽀나스:
시계 읽는 방법을 가르치는 승연. 자기도 모르면서…
우린 어렸을 때, 아줌마가 샌드위치 만들면 고기만 넣고 야채를 하나도 안 넣어서,
엄마가 샌드위치 만들때 꼭 야채를 넣으라고 했더니
다음날보니 pj sandwich에 양상추 넣어서 먹고 있었더래요 ㅋㅋㅋㅋ
진짜 웃기다. ㅋㅋ 근데 승연이 생일파티때 보니까 애들이 PJ 샌드위치에 오이 끼어서 먹더라구.ㅎㅎ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울 애도 야채를 전혀 안 먹는데 피넛앨러지가 있어서 피넛은 안되지만 잼발라서 오이 넣어주는것도 괜찮을거 같아요.
동생한테 시계 읽는 법을 가르치는 승연이 너무 귀엽습니다.
저희 아들도 시계 읽는 것 모르면서 뭐만 하라고 하면 “20 minutes”있다가 한답니다.
어디서 배운건지.. 제가 5분만을 너무 많이 쓴 것일까요.
앗, 또래애들이 다 그런가봐요. 승연이도 5 minutes면 보통이고 10minutes이면 아주 긴거 같이 얘기하더라고요. 근데 시계 읽을줄 모르니까 편한점이 많은거 같아요. 아홉시반인데도 열두시라고 뻥쳐서 재울때도 많거든요.-.-
먹는게 많이 신경 쓰이시겠어요..
준이가 처음 갔던 프리스쿨은 아침, 점심은 밥이고 간식이 우동이 나오던 곳이었는데 옮겼던 곳은 더 미국식(아침 시리얼, 팬케익, 점심은 밥 뭐 이렇게요..)이라 처음에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것저것 먹고 저녁에 밥 더 잘 먹더라고요..
과일 잘 먹고 야채 잘 먹는 승연이가 이제 밥도 더 잘 먹을 거에요..
그나저나 동생 보는 승연이가 의젓하네요.. ㅎㅎㅎ^^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오늘도 부엌에서 네시간을 쭉 서있었네요. ㅠㅠ
저는 학기동안에는 한식을 4개월에 잘하면 두세끼정도-_-; 먹고 사는데 습관되니까 오히려 가볍고, 야채랑 과일도 많이 먹게되는것 같아서 오히려 좋더라구요. 승연이도 일주일에 몇번 한식먹고 다른 식사는 신선하게 영양 골고루 맞추어서 먹으면 더 재밌게 잘먹지 않을까요? 헬로키티~ 정말 승연이가 무지 좋아했겠어요^0^ 지나보면 엄마가 옛날에 그런거 해줬던게 기억에 남을듯~ㅎㅎㅎ
맞아요. 오히려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게는 되는거 같아요.
프로직장맘이 되가시는 혜원씨 모습, 그리고 승연이랑 내니가 적응하는 모습보니 전업주부인 저도 좀 더 systematic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성에 감동!하고갑니다~^^*
저도 조금있으면 라자냐 한판 준비해서 냉동시켜놓고 나중에 바로 오븐에 굽는 그런 미국식 직장맘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은 냉장고가 x딱지만해서 못하지만..
저는 저보다 내니가 더 잘 챙겨 먹여서 그냥 너 원하는대로 먹여라.. 하고 놔두는데 완전 반성되네요. 좀더 신경써야 할듯.. 세연아 미안해 ^^:; 근데 저렇게 보드에 쓰는것도 좋은데 공책하나에 매일매일 내니보고 적으라고 하면 기록이 남아 히스토리 보는데 좋은거 같아요~~ :)
뭘요 내니가 더 잘 챙겨먹이면 좋죠. 공책에 쓰는것도 좋은 아이디어네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