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Surgery Routine

수술 한지 3주 하고 사흘. 아직도 많이 불편하지만 첫 2주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셈이다. 일단 두발로 딛을 수가 있어 좀 더 안정적인 자세로 이동 가능한것이 침대 생활에서 졸업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요소.

남편은 다시 출근을 하고 동생이 청소등 이것저것 도와주러 지난 한주 올라와 있었다.
벌써 창밖의 햇살도 좀 더 뜨거워진것 같고 새가 짹짹이는 소리가 나는걸 보니 봄이 머지 않은것 같은데 난 바깥공기도 못 쐬고 이러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고 왠지 뒤쳐지는 느낌까지 들기 시작해 마냥 이러고만 있으면 안될것 같아서 뜨개질을 다시 시작했다.

승연이는 내가 침대에서 뒹구는동안 뜨개질을 배웠고 승빈이는 여전히 우리를 웃겨주는 인물.
동생과 함께 조카까지 와 있어 시끌벅적. 주말에는 나와 함께 일하는 아트디렉터가 서프라이즈 방문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차이나타운의 페킹덕 집에서 오리를 주문해서 갖고 왔다!!! 자꾸 우리 네가족이 모두 집에 있는 시간이 언제이냐 묻더니 이걸 보온가방에 넣어온거다. 제일 바쁠 일요일 오후에 그때 얘기한 적 있던 동료의 페킹덕 셰프 아빠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뼈도 받아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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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주가 또 지나가고 이번 주 부터는 본격적인 나홀로 집에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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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을 하나만 짚고 한손으로 가벼운 접시 같은것도 이동 가능해 이젠 점심도 내가 챙겨 먹을 수가 있게 되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양쪽 목발은 필수여서 주방에서 뭐 하나 가지고 나오려면 한걸음 딛고 접시를 가스렌지 위에 뒀다가 한걸음 딛고 카운터쪽으로 옮기고, 또 긴 한걸음 딛고 팔을 쭉 뻗어 다이닝 테이블까지 겨우 도착했는데 이건 정말 많은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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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클라라님이 말씀해주신 크림치즈 오이 샌드위치 ㅋㅋㅋ
수술 후 첫 2주는 몸의 회복을 위해 막 밥이랑 국 위주로 퍼묵퍼묵 했었는데 이제는 점점 관리를 해야할것 같아서… 안그래도 운동량 적은데 다 낫고 바지 사이즈 몇개 올라간걸 발견할 그때는 진심 우울증 올거 같아서… 음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몸무게보다는 뼈와 근육 회복에 좋은걸 검색해 보니 완전 다이어트 식단이더군. 칼슘, 단백질, 비타민 D, C, K 섭취에 힘써야 한다. 칼슘과 단백질은 알고 있던거라 수술후 마시지도 않던 우유와 그릭 요거트를 하루에 한잔/컵씩 먹고 있었는데 그 외 베리종류와 생야채 섭취를 수술 전보다 몇배 늘였다. 단백질 파우더도 예전에 운동후 먹었던 양보다 반으로 줄였다. 친한 언니가 한국에서 보내준 홍화(safflower)씨도 내 식단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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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식후 운동을 해야한다. 지금까지 하루 세번 계획은 잘 되어가고 있음.

지난 주 PT에게 “You’re the best thing that happened to me since the accident.”라고 인사를 할 정도로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 세션이 지난주에 끝나고 곧 외부 재활센터에 다니게 될때까지 집에서 열심히 해야한다. 난 하루 세번 꼬박꼬박 할걸 의심치 않는다며 내가 overachiever라는 말과 함께 스트레스 받지 말고 무리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떠났다 흑흑.

이렇게 준비물을 셋업하는데 정확히 5분이 걸린다 ㅠㅠ (재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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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앉기 위해선 뒤에 보이는 저 의자가 필요하므로 나의 운동 장소는 여기가 최적.
2주전엔 무릎 아래로 저 공이 들어가지 않을정도로 무릎이 굽혀지지 않았는데 이젠 딱 공이 들어갈 정도로 굽혀지고 그 공을 무릎 아래 낀 채로 발을 드는 것도 정말 2주만에 성공했다. 아직 다리 컨디션 따라 울면서 올릴때도 있지만 꾸준히 하면 가능하다는걸 경험했으니 이젠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다.

내가 지금 제일 하고 싶은것? 엎드려 자기. ㅠㅠ
임신 두번 이후로 절대 엎드려 자지 못할 때는 다시는 없을 줄 알았는데. 엎드려 자면 주름이 생긴다는 사실에 나름 위로 받고 있음. 어흑.

 

 

8 Comments

  1. Clara · March 3, 2016 Reply

    아픈 상황에서도 언제나 활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아마 회복도 더 빨라 질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요즘 오이 사는걸 자꾸 잊어서 저 샌드위치 해먹은지 오래 됐는데…잊지 말고 사와야겠어요~

    • 퍼플혜원 · March 7, 2016 Reply

      이번주 저 샌드위치 또 해먹을거 같아요 ㅎㅎ 저흰 코스코에서 오이를 사다보니 항상 넘쳐나거든요.
      조만간 뵈어요~

  2. stella jung · March 8, 2016 Reply

    하이 친구…흠..어쩌다 다쳤는지..얼렁 건강히 나이지길 바래.
    정말 오랜만이다.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너의 두 딸들은 저리 귀여워 졌고 나의 아들은 변성기에 나보다 커 듬직해 졌당.
    캐나다 ,미국 어쩌다 보니 싱가폴에 와 살고 있지. 그냥 그분의 뜻이라 믿고. ㅎㅎㅎ
    한결같이 따뜻한 너 참 그립다. 건강하고. 추운 뉴욕이 지겹걸랑 싱가폴에 놀러와.

    • 퍼플혜원 · March 10, 2016 Reply

      야 이게 얼마만이야! 정말 여기저기 좋은 곳들만 골라다니는구나! 싱가폴 다시 한번 더 가고싶었는데 친구가 있다니 반갑네! 난 아직도 달콤한 훈제연어 먹을때 네 생각을 한다오. 종종 들러서 소식전해줘! (난 넘어져서 무릎골절이다 ㅠㅠ)

  3. Mindy · March 9, 2016 Reply

    혜원씨 열심히 운동하시고 맛난 점심도 이쁘게 챙겨드시면서 사진도 찍어놓으신거 보니^^ 여유가 조금은 더 생기신것같아 다행이에요.

    내일은 저도 크림치즈 오이 샌드위치 해 먹어야겠어요. 헤헷~

    • 퍼플혜원 · March 10, 2016 Reply

      네 이렇게 오래 집에 있는 시간이 첨이라 지금 마구 근질근질하고 있어요. 그래도 즐겨야지요 언제 끝날지 모르니 ㅋㅋ

  4. 유서진 · April 6, 2016 Reply

    혜원아, 한참동안 퍼플팝스 못 들어오다가 지금 와서야 너무 깜짝 놀랬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 가족들 다 엄청 놀랬겠다. 지금은 이제 재활운동하면서 많이 회복되어 있겠지? 늘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었어서 너한테 잠시 쉬면서 도움 많이 받으라고 시간 주셨나보다. 승연이 승빈이 너무 많이 커서 엄마한테 큰 도움이 되니 그것도 참 감사한 일이고. 엄마가 힘들땐 딸들이 훠얼씬 좋더라 ^^

    나두 전회사에서 평생 있을거 같다가 새로운 곳으로 옮긴지 한달 조금 넘었다. 아직도 적응중이라 나이 들어서 새롭게 하려니 것도 쉽지않네 ㅎㅎ

    • 퍼플혜원 · April 14, 2016 Reply

      회사 옮겼구나! 축하해 그럼 오피스로 출근하는거야?
      어, 우째 이런일이 생겨서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뀐셈이 되었는데 그래도 많은 고마운분들 덕분에 많은걸 되돌아보는 기회였지. 딸들이라도 큰딸 다르고 둘째 다르네. 역시 장녀는 이럴때 빛을 발휘하는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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