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Endless Struggle to Be a Good Parent

오랜만에 큰 사진기로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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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를 켜는 시간까지의 오늘은 이런 날.

… 간단하게 먹으려고 호기심에 사 본 생라멘을 저녁으로 정한 날. 정말 최고 심플한 저녁식사였어야 한 날.
… MSG 무시하고 쇼유 라멘 스프로 국물을 내고… 일본라멘의 고기육수에서 나오는 기름을 흉내낸건지 아님 진정 고기기름인지 모를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육수라 당황. 담백한 쇼유 국물을 기대했던 내 잘못이니… 이 고기기름에 매칭될 삼겹살 수육은 없고…
… 냉장고 뒤쪽에 내동댕이 쳐있던 버섯을 꺼내 머리 쓴다고 이 방법으로 슬라이스를 하는데 버섯이 속에서부터 얼기 시작했던지… 에그슬라이서의 쇠줄 다 튕겨나가고 ㅠㅠ 시간 절약하려다 10년 넘게 잘 쓰고 있던 에그슬라이서 버림.
… 집에 먼저 도착한 남편이 끓이기 시작한 물에 면을 넣으려고 보니 떡이 될거 같은 물과 냄비 사이즈…
… 더 큰냄비에다 끓이던 물을 옮기고 물을 양껏 더해 불 위에 올렸는데 왜 이렇게 안 끓는건지…
… 라면 끓이는데 정확히 한시간 걸림.
… 단무지와 김치를 내고 상에 앉음.
… 라면 킬러인 애들이라 4인분 다 끓였는데 내가 집에 등장하기 전, 배고픈 애들 달래느라 남편이 냉장고에 조금 남아있던 맥앤치즈 줌.
… 라면을 기쁘게 먹을리가 없음.
… 그나마 믿었던 승연이도 젖가락을 깨작깨작…
… 승빈이는 국물이 “taste bad” 하다고 완전 거부. 부글부글 끓어오는 화를 꾹꾹 눌러 참음.
… 남편과 난 애들이 남긴 면까지 먹음.
… 설거지하려 일어나니 속이 느끼한게 토할거 같아 탄산수 꺼내 식초 탐. 블루베리 흑초 탄다는게 사과식초를 탐. ㅠㅠ 아까워서 억지로 다 마심.
… 초를 켜고…  남편이 둘째 잘 준비 시키는동안 난 승연이가 숙제를 하는 동안 부엌과 거실을 들락날락하며 치우고 정리하고.. 사진기를 들고 설침 ㅎㅎ

숙제 하시는 3학년 우리 예쁜이. 그래, 오늘은 여기서 해라. 초로 분위기 좀 내 보려면 식탁엔 불이 꺼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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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숙제를 확인하는동안 난 오늘 도서관에서 빌린 요리책에 한참을 빠져있다가 애들 잠자는거 보고 한참 뒤에 잠이 든다.
… 자다가 화들짝 놀라 눈을 떠보니 2시. 전자렌지에 돌린 sugar snap peas!!! 사각사각 달콤한것이 애들이 너무 좋아해 별볼일 없는 라멘이랑 야채섭취나 하라고 쪘는데 그만 잊고 상에 내질 못했구나. ㅠㅠ 부엌으로 가 꺼내보니 쪼글쪼글 황토색. 흑흑흑… 나라도 먹어버리려고 냉장고안에 넣어두고 잠.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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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럼에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차분할 수 있었던건… 아마 인천어린이집 폭행사건 동영상…
오늘따라 애들이 짠해보이고, 예뻐보이고, 그럼에도 기분은 꿀꿀하고…

물론 나의 첫 반응은 분노… 절대 처벌을 받아야한다! 미친거 아냐? 어쩜 저럴…?!?!

그 다음은
그 동영상에 우리 애들이 보이기도 하고 엄마인 내가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의 세상, 어른들의 감정… 이런 만감이 교차하면서 가슴이 꽉 막히고 먹먹하고… 그깟 김치가 뭔데 안먹겠다는걸 억지로 먹이는건지… 라면국물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데 왜 화부터 나는건지… 단순한 아이들의 감정을 너무 모른채하는건 아닌지… 내가 너무 무서운 엄마는 아닌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나는 날.

물론 폭행을 한적은 없지만 내가 지금까지 어떤식의 언어로, 어투로 애들을 대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고 반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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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가면 다시 뚜껑도 열리고 폭발도 하고 그러겠지만 노력하자. 차분한 엄마가 되기로.
차분. 나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한번 노력해보자.

오옴~~~~ Om ~~~~~

 

 

 

6 Comments

  1. Clara · January 15, 2015 Reply

    정신없이 힘든 하루를 보내셨네요….
    정말 눈썹 휘날리면서 저녁 준비 했는데 애들한테 돌아오는 말이 “(배가 안고파서) 안먹는다”보단 “맛이 %%%%%하다”라고 혹독한 평가일때 더 감정에 상처를 받게 되더라구요. 엄마도 사람인데…으…….
    신경질 내고…다그치고 하다가도…애들 재우고 가만히 조용한 시간을 갖다 보면..저도 후회한답니다.
    이렇게 신경질 내고 화내는 엄마인데도..엄마 없음 안된다고..어디 가지 말라고 손 꼭 잡고 자는 애를 보면 진짜 진짜 마음을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전 그 동영상 무서워서 보지도 못하다가..아침 준비 하면서 틀어놓은 한국 뉴스에 그대로 보여주더라구요..
    그 한번이 아니라는것…아이들의 상처가 얼마나 클지..생각해보면 정말 몸서리쳐지더라구요..
    그런 일..다시는 없어야 할텐데요..흑..

    • 퍼플혜원 · January 20, 2015 Reply

      어제는 어젠 승빈이가 자다가 악몽을 꿨는지 엄마!엄마! 막 소리를 질러서 뛰어가봤는데 그때도 막 엄마를 찾는 모습에 가슴이 짠하면서 ㅠㅠ 인내해야지..인내해야지… 무한반복 하며 잤네요 ㅠㅠ

  2. 혜준 · January 15, 2015 Reply

    밥 안 먹으면 진짜 속상하고 열받는데, 이제 정말 웬만해선 그냥 냅두기로 했음. 그냥 “내 밥이 별로 맛없나 보다…” 하고 눈물 삼키고 내버려 둠. 그리고 중요한 것! 그거 남은 거 이제 내가 안 먹어. 솔직히 안 먹을 때 완전 속상한데 그 남은 걸 내가 더 먹으면 진짜 내 자신을 두번 죽이는 거 아니냐. 작년까지 너무 많이 먹어댔어 내가.
    어린이집 그런 거 보면 진짜 무서워. 보내면서도 이동네엔 설마 아니겠지 하는데 사실 who knows. 세상에 진짜 나쁜 사람 많아..

    • 퍼플혜원 · January 20, 2015 Reply

      내자신을 두번 죽이는거 ㅋㅋㅋㅋㅋ 난 원래 안먹었는데 요즘 들어서 먹기 시작함. 살이 찌려나봐.

  3. Mindy · January 18, 2015 Reply

    혜원씨네 그 저녁이 눈에 그려져서 혼자 고개를 끄덕~
    저도 저녁시간이면 메뉴며 시간이며 혼자서 바빠서 정신없는데 일하는 엄마는 얼마나 더 바쁠지가 이해가 되니…

    그나저나 저는 뉴스는 들었는데 맘이 안좋아서 그 동영상은 아직 못봤어요. 아마도 끝까지 안보겠지만..
    우리 아이들보다도 훨씬 어린 아가들인데.. 저도 기사만 읽고도 가슴이 벌렁거려서…
    저도 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는 요즘이에요.
    반성하는 한해로 시작하게 되네요…

    • 퍼플혜원 · January 20, 2015 Reply

      요즘은 뉴스보기가 겁날정도로 하루가 멀다 가슴벌렁거리는 뉴스더라구요. 아침에 뉴욕타임즈 사이트 보는걸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얼마나 하루를 찝찝하게 만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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